내년부터 달라질 근로장려금 사용설명서
전체가구 17%…중위소득 50% 수준까지 지급
반기지급 시작되지만 “자영업자는 해당 안돼”
[한겨레] 방준호 기자 | 등록 : 2018-09-24 09:55 | 수정 : 2018-09-24 11:30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이 이뤄져 저소득 노동가구의 ‘추석 보너스’ 노릇을 하는 근로장려금(EITC)이 내년 대폭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다. 아직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지만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내년 수혜 가구 수는 334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가구의 17% 정도가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소득지원 정책으로 자리 잡는 셈인데, 복잡한 제도 특성 탓에 자칫 받아야 할 혜택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한겨레>는 추석 연휴를 맞아 내년부터 변화될 근로장려금 사용 설명서를 준비했다.
통상적으로 국세청은 근로·자녀 장려금 대상자에게 신청 기한에 앞서 대상이 될만한 소득 수준의 가구에 안내문을 전달한다. 올해 기준으로 대상자 가운데 90% 정도가 안내문을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지급대상이 늘어나고 지급 주기도 빈번해진 내년에는 미처 안내문을 받지 못하는 가구도 늘 수 있다. 그 때문에 직접 자신이 수혜 대상 가구에 포함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년부터(올해 소득분) 근로장려금 연령 제한이 폐지되는 만큼, 지금까지는 대상이 되지 못했던 20대 1인 가구라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맞으면 신청할 수 있다. 혼자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소득이 있는 20대 1인 가구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가구 재산이 2억 원 미만이어야 한다. 소득 기준은 가구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1인 가구일 경우 연 소득 2천만 원 미만, 홑벌이 가구라면 3천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라면 3600만 원 미만일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신청기준을 판단할 때 소득은 노동·사업·이자 배당·연금·기타 소득 모두를 합산한 소득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등을 받는 60대 1인 가구라면 연금액을 합산한 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근로장려금을 얼마 지급할지 결정할 때는 사업 소득과 근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근로장려금이 복잡한 까닭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액이 정해진다는 데 있다. 일정 수준까지는 노동(사업)소득이 많아질수록 지급액도 늘어나지만(점증구간) 이후 최대 지급액을 지급하다가(평탄구간), 소득이 더 늘어나면 차츰차츰 지급액이 줄어든다(점감구간).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소개될 당시 노동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 1인 가구 지급액을 보면 (올해) 소득 0원~400만 원까지는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액도 올라간다. 소득이 400만 원에 이르게 되면 최대지급액 150만 원을 받는다. 이후 연 소득이 900만 원인 이들까지 150만 원을 받지만, 소득이 더 높아지면 차츰차츰 지급액이 줄어들어 소득이 2천만 원을 넘어서는 이들부터는 장려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홑벌이 가구의 경우 0~700만 원까지는 점증구간, 700~1400만 원까지는 평탄구간, 1400~3000만 원까지는 점감구간에 해당한다. 평탄구간에서 지급되는 최대 지급액은 260만 원이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0~800만 원이 점증구간, 800~1700만 원이 평탄구간, 1700~3600만 원이 점감구간에 해당하고, 평탄구간의 최대지급 액수는 300만 원이다.
신청기간 인터넷 홈택스 등을 통해 내가 받을 수 있는 장려금을 미리 조회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직접 계산해보고 싶은 독자를 위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긴 계산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을 한 해 두 차례 지급하기로 하면서 신청 시기와 지급 시기에 있어 특히 노동자 가구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올해까지는 5월에 신청하고 추석 전(통상 9월)에 한 차례 장려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우선 자영업자 가구(사업소득 가구)의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소득분에 대한 근로장려금을 5월에 신청하고 9월에 한 차례 지급받는다. 임금 노동자 가구(노동소득 가구) 가운데서도 한 번에 장려금을 몰아서 받기를 희망하는 가구의 경우 올해와 신청과 지급 시기에 큰 변동은 없다. 국세청 쪽은 “자영업자 가구의 경우 반기 단위 소득파악이 쉽지 않아 지금처럼 1년 한 차례 받는 방식으로 하게 됐고, 노동자 가구 가운데서도 액수가 적어 한 번에 몰아받기를 원하면 지금처럼 신청하고 지급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가구 가운데 근로장려금을 1년 두 차례, 좀 더 빨리 받기를 원하는 가구는 상반기 소득분에 대한 근로장려금 신청을 8월 21일~9월 20일까지 신청한 뒤 12월 말에 지급받는다. 하반기 소득분은 이듬해 2월 21일~3월 20일까지 신청한 뒤 6월 말에 지급받는다. 다만 이때 지급액은 원래 받아야 할 액수의 70%(상반기 35%, 하반기 35%) 수준이다. 나머지 30%는 이듬해 9월에 정산해 지급된다. “과잉 지급 뒤 지급액을 환수하는 조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세청 쪽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지급 시기는 12월(상반기), 다음 해 6월(하반기), 다음 해 9월(정산)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애초 근로장려금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등이 제시한 ‘부의 소득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른 요건은 따질 것 없이 소득만을 기준으로 일정 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에는 기준선까지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복지의 단순화’를 꾀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1968년 1200명의 진보·보수 경제학자들이 부의 소득세 도입을 제안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당시 경제학계에서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아이디어만 보면 전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었지만 노동 의욕을 중시한 미국 사회의 특성상 이런 아이디어는 노동 의욕 감소 논란을 겪게 된다.
노동 의욕 감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1960년대 이후 미국 정부와 연구기관은 표본가구를 선정해 정책 실험(시범사업)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부의 소득세 지급이 일정 정도 노동 공급 시간을 줄인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에 따라 현재처럼 일정 수준까지는 좀 더 벌수록 지급액이 늘어나고, 갑작스러운 노동 의욕 상실을 막기 위해 지급액을 서서히 줄여가는 형태의 ‘근로장려금’이 탄생했다. 다만 근로장려금은 나라와 시대적 특성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2인 이상 자녀가 있는 가구의 급여 증가율을 대폭 늘리며 자녀 수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도입 뒤 주로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이 자유롭고 소득이 극히 낮은 일용직을 중심으로 한 제도로 근로장려금이 인식된 측면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국세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일용노동자의 소득 파악이 개선된 것은 근로장려금의 부수적 효과로 꼽힌다. 이후 자영업자, 1인 가구 등 우리 사회 저소득 노동 가구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들로 제도가 확장됐고 이번 법 개정으로 그 대상과 지급액은 좀 더 넓어지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1인 가구의 경우 중위소득의 65%, 홑벌이 가구는 중위소득의 48%, 맞벌이 가구는 중위소득의 46%까지 지원을 받는다”며 중위소득을 지급대상 기준으로 삼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을 기준선으로 정하고 그에 연동해 지급 대상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근로장려금이 확대되며, 정작 노동 시장에서 임금 인상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역시 제도 확대 과정에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출처 내년부터 달라질 근로장려금 사용설명서
전체가구 17%…중위소득 50% 수준까지 지급
반기지급 시작되지만 “자영업자는 해당 안돼”
[한겨레] 방준호 기자 | 등록 : 2018-09-24 09:55 | 수정 : 2018-09-24 11:30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이 이뤄져 저소득 노동가구의 ‘추석 보너스’ 노릇을 하는 근로장려금(EITC)이 내년 대폭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다. 아직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지만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내년 수혜 가구 수는 334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가구의 17% 정도가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소득지원 정책으로 자리 잡는 셈인데, 복잡한 제도 특성 탓에 자칫 받아야 할 혜택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한겨레>는 추석 연휴를 맞아 내년부터 변화될 근로장려금 사용 설명서를 준비했다.
1. 내년 우리 집도 근로장려금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국세청은 근로·자녀 장려금 대상자에게 신청 기한에 앞서 대상이 될만한 소득 수준의 가구에 안내문을 전달한다. 올해 기준으로 대상자 가운데 90% 정도가 안내문을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지급대상이 늘어나고 지급 주기도 빈번해진 내년에는 미처 안내문을 받지 못하는 가구도 늘 수 있다. 그 때문에 직접 자신이 수혜 대상 가구에 포함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년부터(올해 소득분) 근로장려금 연령 제한이 폐지되는 만큼, 지금까지는 대상이 되지 못했던 20대 1인 가구라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맞으면 신청할 수 있다. 혼자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소득이 있는 20대 1인 가구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가구 재산이 2억 원 미만이어야 한다. 소득 기준은 가구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1인 가구일 경우 연 소득 2천만 원 미만, 홑벌이 가구라면 3천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라면 3600만 원 미만일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신청기준을 판단할 때 소득은 노동·사업·이자 배당·연금·기타 소득 모두를 합산한 소득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등을 받는 60대 1인 가구라면 연금액을 합산한 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근로장려금을 얼마 지급할지 결정할 때는 사업 소득과 근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2. 근로장려금 얼마나 받을 수 있나?
근로장려금이 복잡한 까닭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액이 정해진다는 데 있다. 일정 수준까지는 노동(사업)소득이 많아질수록 지급액도 늘어나지만(점증구간) 이후 최대 지급액을 지급하다가(평탄구간), 소득이 더 늘어나면 차츰차츰 지급액이 줄어든다(점감구간).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소개될 당시 노동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 1인 가구 지급액을 보면 (올해) 소득 0원~400만 원까지는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액도 올라간다. 소득이 400만 원에 이르게 되면 최대지급액 150만 원을 받는다. 이후 연 소득이 900만 원인 이들까지 150만 원을 받지만, 소득이 더 높아지면 차츰차츰 지급액이 줄어들어 소득이 2천만 원을 넘어서는 이들부터는 장려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홑벌이 가구의 경우 0~700만 원까지는 점증구간, 700~1400만 원까지는 평탄구간, 1400~3000만 원까지는 점감구간에 해당한다. 평탄구간에서 지급되는 최대 지급액은 260만 원이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0~800만 원이 점증구간, 800~1700만 원이 평탄구간, 1700~3600만 원이 점감구간에 해당하고, 평탄구간의 최대지급 액수는 300만 원이다.
신청기간 인터넷 홈택스 등을 통해 내가 받을 수 있는 장려금을 미리 조회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직접 계산해보고 싶은 독자를 위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긴 계산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기획재정부 제공
[단독 가구]
① 연 소득 4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400분의 150
② 연 소득 400만 원 이상 900만 원 미만 : 150만 원
③ 연 소득 900만 원 이상 2천만 원 미만 : 150만 원 – (총급여액 등 – 900만 원) × 1100분의 150
[홑벌이 가구]
① 연 소득 7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700분의 260
② 연 소득 700만 원 이상 1400만 원 미만 : 260만 원
③ 연 소득 1400만 원 이상 3천만 원 미만 : 260만 원 – (총급여액 등 – 1400만 원) × 1600분의 260
[맞벌이 가구]
① 연 소득 8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800분의 300
② 연 소득 800만 원 이상 1700만 원 미만 : 300만 원
③ 연 소득 1700만 원 이상 3600만 원 미만 : 300만 원 – (총급여액 등 – 1700만 원) × 1900분의 300
① 연 소득 4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400분의 150
② 연 소득 400만 원 이상 900만 원 미만 : 150만 원
③ 연 소득 900만 원 이상 2천만 원 미만 : 150만 원 – (총급여액 등 – 900만 원) × 1100분의 150
[홑벌이 가구]
① 연 소득 7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700분의 260
② 연 소득 700만 원 이상 1400만 원 미만 : 260만 원
③ 연 소득 1400만 원 이상 3천만 원 미만 : 260만 원 – (총급여액 등 – 1400만 원) × 1600분의 260
[맞벌이 가구]
① 연 소득 800만 원 미만 : 총급여액 등 × 800분의 300
② 연 소득 800만 원 이상 1700만 원 미만 : 300만 원
③ 연 소득 1700만 원 이상 3600만 원 미만 : 300만 원 – (총급여액 등 – 1700만 원) × 1900분의 300
3. 앞으로는 언제, 어떻게 지급받나?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을 한 해 두 차례 지급하기로 하면서 신청 시기와 지급 시기에 있어 특히 노동자 가구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올해까지는 5월에 신청하고 추석 전(통상 9월)에 한 차례 장려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우선 자영업자 가구(사업소득 가구)의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소득분에 대한 근로장려금을 5월에 신청하고 9월에 한 차례 지급받는다. 임금 노동자 가구(노동소득 가구) 가운데서도 한 번에 장려금을 몰아서 받기를 희망하는 가구의 경우 올해와 신청과 지급 시기에 큰 변동은 없다. 국세청 쪽은 “자영업자 가구의 경우 반기 단위 소득파악이 쉽지 않아 지금처럼 1년 한 차례 받는 방식으로 하게 됐고, 노동자 가구 가운데서도 액수가 적어 한 번에 몰아받기를 원하면 지금처럼 신청하고 지급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가구 가운데 근로장려금을 1년 두 차례, 좀 더 빨리 받기를 원하는 가구는 상반기 소득분에 대한 근로장려금 신청을 8월 21일~9월 20일까지 신청한 뒤 12월 말에 지급받는다. 하반기 소득분은 이듬해 2월 21일~3월 20일까지 신청한 뒤 6월 말에 지급받는다. 다만 이때 지급액은 원래 받아야 할 액수의 70%(상반기 35%, 하반기 35%) 수준이다. 나머지 30%는 이듬해 9월에 정산해 지급된다. “과잉 지급 뒤 지급액을 환수하는 조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세청 쪽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지급 시기는 12월(상반기), 다음 해 6월(하반기), 다음 해 9월(정산)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4. 근로장려금, 어떤 의미를 가지는 제도인가?
애초 근로장려금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등이 제시한 ‘부의 소득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른 요건은 따질 것 없이 소득만을 기준으로 일정 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에는 기준선까지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복지의 단순화’를 꾀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1968년 1200명의 진보·보수 경제학자들이 부의 소득세 도입을 제안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당시 경제학계에서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아이디어만 보면 전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었지만 노동 의욕을 중시한 미국 사회의 특성상 이런 아이디어는 노동 의욕 감소 논란을 겪게 된다.
노동 의욕 감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1960년대 이후 미국 정부와 연구기관은 표본가구를 선정해 정책 실험(시범사업)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부의 소득세 지급이 일정 정도 노동 공급 시간을 줄인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에 따라 현재처럼 일정 수준까지는 좀 더 벌수록 지급액이 늘어나고, 갑작스러운 노동 의욕 상실을 막기 위해 지급액을 서서히 줄여가는 형태의 ‘근로장려금’이 탄생했다. 다만 근로장려금은 나라와 시대적 특성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2인 이상 자녀가 있는 가구의 급여 증가율을 대폭 늘리며 자녀 수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도입 뒤 주로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이 자유롭고 소득이 극히 낮은 일용직을 중심으로 한 제도로 근로장려금이 인식된 측면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국세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일용노동자의 소득 파악이 개선된 것은 근로장려금의 부수적 효과로 꼽힌다. 이후 자영업자, 1인 가구 등 우리 사회 저소득 노동 가구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들로 제도가 확장됐고 이번 법 개정으로 그 대상과 지급액은 좀 더 넓어지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1인 가구의 경우 중위소득의 65%, 홑벌이 가구는 중위소득의 48%, 맞벌이 가구는 중위소득의 46%까지 지원을 받는다”며 중위소득을 지급대상 기준으로 삼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을 기준선으로 정하고 그에 연동해 지급 대상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근로장려금이 확대되며, 정작 노동 시장에서 임금 인상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역시 제도 확대 과정에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출처 내년부터 달라질 근로장려금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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