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부회장이 비서인 척 ‘가습기 살균제 오리발’
임원들 가습기 피해자와 통화·대화 녹취록 보니
판매 책임 묻자 신분 속인 채 “모르고 팔아” 무책임 일관
상무는 “보상금은 증여세 발생”…책임 피하려 거짓 회유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 | 입력 : 2019.04.21 21:24:01 | 수정 : 2019.04.21 21:25:14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애경그룹 고위 임원들이 피해자들에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55)은 지난 15일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전화를 받았다. 애경의 책임을 따지는 피해자의 질문에 채 부회장은 “1차적인 게 나라에서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허가해줬고, SK가 우리에게 (가습기메이트를) 넘겼고 우리는 그걸 모르고 팔았기에 1차 그게(책임이) 없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채 부회장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도 했다. 피해자가 “부회장님 맞으세요?”라고 묻자, 채 부회장은 “아니요. 비서인데요. (부회장은) 오늘, 내일은 청양 공장에 가시고요”라고 답했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83)의 차남이다. 그는 13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애경산업 측은 “피해자가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아 부회장님도 비서라고 얘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판매한 제품이다. 최근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과정에선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표시광고·제품 라벨·용기 선택을 SK케미칼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습기메이트 원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SK케미칼에 소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최근 SK케미칼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 부회장은 애경산업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우리가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SK를 믿고 유통시켰다. 물론 그것도 큰 죄다. SK랑 저희랑 다른 게, 거기는 만들었기 때문에 무조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저희는 (향후) 법원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려는 것이지 도망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경산업 임원은 피해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회사의 책임을 최소화하려 했다. 송모 애경산업 상무는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피해 보상을 논의하면서 “저희는 현재 (논의하는 것이)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라고 말했다. 배상금은 법적 책임, 보상금은 도의적 책임에 따라 지급하기에, 법적 책임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 것이다.
송 상무는 아울러 “제 관점으로 보상은 국세청에서 증여로 본다”며 증여세 발생을 막기 위해선 전문가 중심의 조정위를 통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되면 애경산업이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위자료, 위로금 등 정신적 손해배상 성격의 보상금은 수취인에게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본다. 피해자들은 애경 측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도의적 책임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이 잘못된 세무 정보를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은 전직 애경산업 임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제조에 깊숙이 관여한 추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0) 등 애경산업 전·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이르면 이번주 재청구할 방침이다.
출처 [단독]애경 부회장이 비서인 척 ‘살균제 오리발’
임원들 가습기 피해자와 통화·대화 녹취록 보니
판매 책임 묻자 신분 속인 채 “모르고 팔아” 무책임 일관
상무는 “보상금은 증여세 발생”…책임 피하려 거짓 회유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 | 입력 : 2019.04.21 21:24:01 | 수정 : 2019.04.21 21:25:14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애경그룹 고위 임원들이 피해자들에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55)은 지난 15일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전화를 받았다. 애경의 책임을 따지는 피해자의 질문에 채 부회장은 “1차적인 게 나라에서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허가해줬고, SK가 우리에게 (가습기메이트를) 넘겼고 우리는 그걸 모르고 팔았기에 1차 그게(책임이) 없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채 부회장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도 했다. 피해자가 “부회장님 맞으세요?”라고 묻자, 채 부회장은 “아니요. 비서인데요. (부회장은) 오늘, 내일은 청양 공장에 가시고요”라고 답했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83)의 차남이다. 그는 13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애경산업 측은 “피해자가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아 부회장님도 비서라고 얘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판매한 제품이다. 최근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과정에선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표시광고·제품 라벨·용기 선택을 SK케미칼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습기메이트 원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SK케미칼에 소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최근 SK케미칼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 부회장은 애경산업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우리가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SK를 믿고 유통시켰다. 물론 그것도 큰 죄다. SK랑 저희랑 다른 게, 거기는 만들었기 때문에 무조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저희는 (향후) 법원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려는 것이지 도망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경산업 임원은 피해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회사의 책임을 최소화하려 했다. 송모 애경산업 상무는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피해 보상을 논의하면서 “저희는 현재 (논의하는 것이)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라고 말했다. 배상금은 법적 책임, 보상금은 도의적 책임에 따라 지급하기에, 법적 책임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 것이다.
송 상무는 아울러 “제 관점으로 보상은 국세청에서 증여로 본다”며 증여세 발생을 막기 위해선 전문가 중심의 조정위를 통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되면 애경산업이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위자료, 위로금 등 정신적 손해배상 성격의 보상금은 수취인에게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본다. 피해자들은 애경 측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도의적 책임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이 잘못된 세무 정보를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은 전직 애경산업 임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제조에 깊숙이 관여한 추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0) 등 애경산업 전·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이르면 이번주 재청구할 방침이다.
출처 [단독]애경 부회장이 비서인 척 ‘살균제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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