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라”
[경향신문] 심윤지 기자 | 입력 : 2019.04.29 16:26:00 | 수정 : 2019.04.29 16:45:23
“여태껏 기업이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아무 제재가 없었습니다. 노동부는 우리 용균이가 죽은 뒤 특별안전결과를 발표하며, 원청 최고 책임자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의 처벌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불과 4달 전까지만해도 한국 사회가 이렇게 엉망인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하나뿐인 아들은 헤드랜턴이나 손전등도 지급받지 못한 채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아들 동료들의 요구를, 회사는 “3억이 든다”는 이유로 묵살했다.
이제 김씨는 아들의 죽음을 방조한 회사를 처벌하는 법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산업재해 참사 유가족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다시는’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그 첫번째 과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선정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터에서의 죽음에도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20대 국회 들어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에 참석해 중대재난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촉구했다. 지난달 2월 인권위,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간담회에 이어 세번째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김씨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숨진 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토다이 분당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김동균씨 아버지 김용만씨,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반복되는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책임자 처벌’을 꼽았다. 현행 형법에는 기업이 안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도, 기업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양벌 규정이 없다. 기껏해야 기업의 말단 직원 몇명만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만 받는다. 그마저도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기 일쑤다.
황씨는 “사람이 죽어도 벌금 몇 백만원만 내면 끝인데, 삼성이 왜 돈과 노력을 들여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냐”며 권한이 있는 기업책임자를 처벌하는 법 제정을 촉구했다. 현장실습장에서 발생한 괴롭힘으로 아들을 잃은 김용만씨도 “(사고 이후) 교육부, 노동부, 시도교육감, 학교장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교육부 장관이 책임진다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호주, 영국 등 해외에서 ‘기업살인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6년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발의안을 포함해 총 4건이 국회 계류중이다. 김미숙씨는 “정부와 국회는 여론이 뜨거울 때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러다 말 문제’가 아니며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이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국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법안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은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기업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논의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20대 국회가 끝나면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 따르면 2001~2017년 매년 평균 2366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일본, 독일의 5배에 달한다.
출처 산재유가족들, “‘동물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라”
[경향신문] 심윤지 기자 | 입력 : 2019.04.29 16:26:00 | 수정 : 2019.04.29 16:45:23
▲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이 29일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반올림의 황상기씨, 특성화고현장실습 피해가족모임의 김용만씨,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장훈씨,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참석해 증언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민 기자
“여태껏 기업이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아무 제재가 없었습니다. 노동부는 우리 용균이가 죽은 뒤 특별안전결과를 발표하며, 원청 최고 책임자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의 처벌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불과 4달 전까지만해도 한국 사회가 이렇게 엉망인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하나뿐인 아들은 헤드랜턴이나 손전등도 지급받지 못한 채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아들 동료들의 요구를, 회사는 “3억이 든다”는 이유로 묵살했다.
이제 김씨는 아들의 죽음을 방조한 회사를 처벌하는 법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산업재해 참사 유가족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다시는’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그 첫번째 과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선정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터에서의 죽음에도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20대 국회 들어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에 참석해 중대재난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촉구했다. 지난달 2월 인권위,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간담회에 이어 세번째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김씨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숨진 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토다이 분당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김동균씨 아버지 김용만씨,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반복되는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책임자 처벌’을 꼽았다. 현행 형법에는 기업이 안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도, 기업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양벌 규정이 없다. 기껏해야 기업의 말단 직원 몇명만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만 받는다. 그마저도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기 일쑤다.
황씨는 “사람이 죽어도 벌금 몇 백만원만 내면 끝인데, 삼성이 왜 돈과 노력을 들여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냐”며 권한이 있는 기업책임자를 처벌하는 법 제정을 촉구했다. 현장실습장에서 발생한 괴롭힘으로 아들을 잃은 김용만씨도 “(사고 이후) 교육부, 노동부, 시도교육감, 학교장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교육부 장관이 책임진다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호주, 영국 등 해외에서 ‘기업살인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6년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발의안을 포함해 총 4건이 국회 계류중이다. 김미숙씨는 “정부와 국회는 여론이 뜨거울 때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러다 말 문제’가 아니며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이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국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법안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은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기업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논의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20대 국회가 끝나면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 따르면 2001~2017년 매년 평균 2366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일본, 독일의 5배에 달한다.
출처 산재유가족들, “‘동물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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