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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라두식 지회장 ‘정보경찰 접촉 의혹’ 사퇴

삼성전자서비스 라두식 지회장 ‘정보경찰 접촉 의혹’ 사퇴
‘삼성이 사주한 정보경찰과 핫라인’ 의혹에
삼성재판서 정보경찰과 비밀접촉 문건 제시
라두식 “접촉 인정…삼성 사주 몰랐다” 해명
통합지회 수석부위원장·사무장도 동반 사의
금속노조 “조직에 사전보고 없이 개별 접촉”

[한겨레]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9-06-24 15:50 | 수정 : 2019-06-24 20:41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

삼성이 정보경찰을 이용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핫라인’을 구축해 임금협상에서 회사 쪽이 원하는 결과를 유도하는 등 노조와해 공작을 편 물증이 나오면서,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통합지회장이 전격적으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2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금속노조 쪽을 종합하면, 라두식 지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통합지회 운영위원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통합지회의 곽형수 수석부위원장과 조병훈 사무장도 23일 동반사의를 밝혔다. 통합지회는 노조 산하 9개 지역지회의 통합조직으로, 라 지회장은 인천지역 지회장 겸 통합지회장을 겸하고 있다.

라 지회장의 사퇴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공작 사건’ 재판에서 삼성이 2015년 4월 1일 작성한 ‘핫라인 운영결과’ 문건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 공개한 이 문건을 보면,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경찰청 정보국의 김아무개 노동정보 팀장을 이용해 라 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임금협상에서 노조와의 협의대상 5개항 중 4개항을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2015년 8월 18일치 ‘전자서비스 협력사 임금체계 개선위원회 대응방안’에는 “사쪽의 성과급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한 뒤 외부관계자(정보경찰)를 통해 라두식과 물밑협상을 진행해 노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달”이라고 적혀있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와의 공식교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보경찰을 동원해 비밀교섭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정보경찰을 핫라인으로 활용하도록 지시한 문건도 공개됐다. 2016년 2월 12일치 이메일에는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님 보고 후 강경훈 (미래전략실) 부사장님께서 피드백하신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적혀 있다. 또 강 부사장이 “핫라인을 적극 가동시켜…노조가 요구안을 제시하기 전에 회사쪽안을 완성시키고 노조안에 반영되도록 하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라 지회장은 삼성의 노조 탄압에 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소속 노동자 8천여명의 직고용 전환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라 지회장은 통합지회 운영위에서 “정보경찰과 만난 것은 맞지만 삼성이 직접교섭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했다”며 “정보경찰을 대삼성 메신저로 활용하려던 것이다. 정보경찰이 삼성 사주를 받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라 지회장은 이런 혐의들에 대해 지난해 6월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7월 3일 운영4위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기형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집행부 공백사태를 막기 위해 비대위 구성이나 직무대행 임명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최윤정 여성국장은 “금속노조는 나 지회장이 정보경찰과 접촉하도록 승인한 적이 없다. 사전보고가 없었다”며 “공식입장과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삼성전자서비스 라두식 지회장 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