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vs 경향신문, 누가 거짓말하고 있나
[민언련 신문 모니터] 청년 고용 통계 입맛대로 해석하는 신문
[오마이뉴스] 공시형 | 19.07.24 12:07 | 최종 업데이트 : 19.07.24 12:08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통계를 이용해 언제든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통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오명을 가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각종 통계와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는 하지만, 많은 시민은 언론 기사를 통해 통계를 접합니다. 기자가 한번 해석하고 가공한 통계를 보는 것이죠. 언론은 통계를 인용할 때 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지난 7월 16일 통계청은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 1순위였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통계입니다. 다음날인 17일 동아일보를 제외한 6개 신문사가 이 통계를 인용한 기사를 지면에 보도했습니다. 통계가 발표된 17일 보도된 관련 기사 9건을 살펴봤습니다.
같은 통계자료를 두고 쓴 기사지만, 각 신문사가 보도한 내용과 방점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2년 만에 최다”를 앞세웠습니다.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는 나란히 “취준생 역대 최다”를 제목에 내걸었습니다. 네 신문의 기사는 정부 정책으로 인하 청년 고용 동향이 악화됐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한겨레는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줄었다”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 신문은 정부 정책에 따른 청년 고용 개선 사항을 먼저 말했습니다.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공약 효용성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접하게 됩니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각 신문이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는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건지 잘못하고 있다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청년 취업자 ‘세번의 눈물’>(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 “그나마 취업한 10명 중 4명 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150만원을 받고”라며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사설/청년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나라>(7/17)에서도 “청년 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첫 직장 월급이 15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월 17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을 지탄했습니다. “이 정부 출범 후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정책 요인이 더 컸음이 명백하다”라며 “최저임금 과속 인상 같은 반기업·반시장 정책 실험”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그러나 저임금 일자리 비중과 최저임금에 대해 경향신문은 전혀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경향신문은 <‘첫 직장서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7/17, 박은하 기자)에서 “첫 직장에서 월 150만원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의 비중이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임금 수준 전반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최저임금 정책의 순효과를 언급했습니다. 같은 통계치를 보고도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상승을 손가락질하고,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정책을 두둔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먼저 조선일보가 간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두 기사에서 ‘174만원의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보고 청년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산하는 취업자에는 주 5일 40시간 일하지 않는 노동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통계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과 동일하게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주간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단시간 노동자, 부정기 노동자, 교대노동자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취업자’에 포함돼 있어 월급만 보고는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면 시간당 임금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노동시간을 함께 조사하지는 않아 시간당 임금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최저임금 실효성을 의심한 겁니다.
반면 경향신문이 말한 것처럼, 월 1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 비율은 2017년 5월 54.2%에서 2019년 5월 45.3%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3년 째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년 일자리 중 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이 높고, 전일제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 임금 관련 지표는 차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히 올해 수치만 가지고 말하기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하나의 수치만 가지고 최저임금을 탓하는 조선일보보다 새 정부 들어 동향을 비교해 “최저임금 등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며 청년들의 생애 첫 월급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경향신문의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한편, 중앙일보와 한국경제 기사만 봐서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규모가 엄청나게 많아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54만 12년 만에 최다 취업 포기자 58만, 구직 청년의 3배>(7/17, 허정원 기자)에서 “한편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총 71만4000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다 보니 취업시험 준비 분야 중 일반직 공무원(30.7%)이 가장 많았다.”라고 썼습니다.
‘취준생’ 규모를 설명하는 한국경제 <취준생 71만명 ‘역대 최다’ … 30%가 공시족>(7/17, 이태훈·서민준 기자)은 아예 기사 제목에 “30%가 공시족”을 언급했고, 소제목에서도 연거푸 “10명 중 3명이 ‘공시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릴 계획”인 것을 비판적인 뉘앙스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두 신문은 취업시험 준비자가 늘어난 것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일반직 공무원’ 비중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겨레는 좀 결이 달랐습니다.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9%p 줄어>(7/17, 이경미 기자)는 “청년 취업준비생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중이 3년간 꾸준히 줄어들었다”라며 공무원 시험 열풍이 다소 꺾였다고 해석했습니다.
취업시험 준비자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30.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기업체·언론사 및 공영기업체·교원임용·고시 및 전문직·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준비자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준비 시험자 규모에서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의 비중은 작년 동월보다 2.6%p 감소했습니다. 2016년 39.3%에서 2019년 30.7%까지 차근차근 줄어들었습니다. 취준생이 늘어난 원인을 ‘공시족’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취준생이 증가한 것을 해석하려면 비중이 줄어든 일반직공무원 보다 비중이 늘어난 언론사·공영기업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분야 응시자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마땅합니다. 특히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항목이 4.3%p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는데요, 그 원인을 서울경제 <취준생 71만명 역대 최다 졸업후 첫 취업 10.8개월>(7/17, 정순구 기자)가 인용한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정 과장은 “기업체나 언론사, 일반직 공무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스펙을 맞추거나 창업 과정에서 자격증을 따야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 어떤 언론도 이 항목 응시자가 왜 늘어났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특히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엉뚱하게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를 조명했습니다.
‘백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한심하다’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백수는 사전적으로 “한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고려대한국어대사전)입니다. ‘백수’라는 말은 구직활동자, 구직단념자, 취업시험 준비자 등을 낮잡아 일러 부정적 의미를 구성합니다.
더욱이 고용 통계 관련 보도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내가 고용 지표를 부정적으로 해석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번 청년 고용 통계 관련 보도에서 ‘백수’ 표현을 사용한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2건에 걸쳐 7차례 연달아 ‘백수’ 단어를 썼습니다. 문제는 이 “백수” 혹은 “사실상 백수”라는 말이 지칭하는 대상이 모호해 한없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협회보 <왜곡·무지 뒤섞이자…통계가 거짓을 말했다>(2018/9/12, 강아영 기자)는 통계를 왜곡하는 방법 중 하나인 “통계적 유의미성이 불확실한 가공 통계 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실상 백수” 지표를 꼽았습니다.
실제 2017년 연합뉴스가 <‘사실상 백수’ 450만명…자력형 취준생 8년 만에 최대 증가>(2017/1/23)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보도는 ‘사실상 백수’를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18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학원·기관 통학자, 취업시험준비자, ‘쉬었음’ 인구를 모두 합해서 지칭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정밀성과 엄밀성이 떨어지는 자의적인 지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사용한 ‘백수’는 이보다 더 거친 개념입니다.
조선일보는 청년 중 취업자를 제외한 미취업자 전체를 ‘백수’로 칭해 154만명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에 따라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청년 취업자 ‘세번의 눈물’>(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는 “학교 졸업한 3명 중 1명이 ‘백수’”라는 부제를 사용했습니다.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청춘 154만명 오늘도 떠돈다>(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도 “학교 마친 청년 셋 중 한 명은 ‘백수’”라는 부제를 연거푸 썼습니다. “154만1000명은 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 준비 중인 사실상 ‘백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백수’는 비경제활동인구인 직업교육·취업시험 준비자, ‘그냥 시간보냄’ 응답자, 구직활동자와 육아·가사 종사자, ‘그 외’라고 응답한 이들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이 중에는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백수’처럼 의미가 불분명한 어휘 사용은 정부의 실책을 과장하고 오히려 실질적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자협회보 <왜곡·무지 뒤섞이자…통계가 거짓을 말했다>(2018/9/12, 강아영 기자)에서 빈현준 통계청 사회통계국 고용통계과장은 “사실상 백수라는 건 일을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노동시장 적 측면에서 노동을 더 공급하고 싶은데 수요 측의 원인에 의해 공급을 못하는 사람들이 해당된다”라며 “사실상의 백수는 일견 개연성 있어 보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 노동공급 의욕이 있을 거라고 단정해 적절치 않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백수’ 개념을 활용하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백수’는 작년동월대비 13만 명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정의가 유의미하다면 ‘백수’가 감소했으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과 청년 일자리 정책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지표인 겁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고용 동향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안 좋은 부분, 나빠진 부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5월,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0.7%p, 고용률은 0.9%p 상승했고 실업률은 0.6%p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첫 취업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0.1개월 늘었고, 첫 직장 근속기간도 0.3개월 줄었습니다. 전일제 근무는 2.8%p 감소했고, 시간제 근무는 2.4%p 증가했습니다.
한국 고용 지표는 오랫동안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010년 이후 7.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2014년부터는 8.7%를 넘어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정부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9~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단번에 개선해 ‘청년 고용 호조’ 평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올해 발표된 지표 자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변화를 짚어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노동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거꾸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재형 박사는 <가계소득통계, 한국 언론 보도는 낙제점>(2/28, 이재형 박사)에서 한국언론의 경제보도에 대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보수언론이 새겨듣고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출처 조선일보 vs 경향신문, 누가 거짓말하고 있나
[민언련 신문 모니터] 청년 고용 통계 입맛대로 해석하는 신문
[오마이뉴스] 공시형 | 19.07.24 12:07 | 최종 업데이트 : 19.07.24 12:08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통계를 이용해 언제든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통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오명을 가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각종 통계와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는 하지만, 많은 시민은 언론 기사를 통해 통계를 접합니다. 기자가 한번 해석하고 가공한 통계를 보는 것이죠. 언론은 통계를 인용할 때 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지난 7월 16일 통계청은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 1순위였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통계입니다. 다음날인 17일 동아일보를 제외한 6개 신문사가 이 통계를 인용한 기사를 지면에 보도했습니다. 통계가 발표된 17일 보도된 관련 기사 9건을 살펴봤습니다.
제목부터 인용한 통계까지 신문 입장 다 달라
▲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활용 기사(7/17) ⓒ 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통계자료를 두고 쓴 기사지만, 각 신문사가 보도한 내용과 방점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2년 만에 최다”를 앞세웠습니다.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는 나란히 “취준생 역대 최다”를 제목에 내걸었습니다. 네 신문의 기사는 정부 정책으로 인하 청년 고용 동향이 악화됐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한겨레는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줄었다”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 신문은 정부 정책에 따른 청년 고용 개선 사항을 먼저 말했습니다.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공약 효용성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접하게 됩니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각 신문이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는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건지 잘못하고 있다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조선일보 vs 경향신문: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 사이
▲ 조선일보 7월 17일 자 기사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청년 취업자 ‘세번의 눈물’>(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 “그나마 취업한 10명 중 4명 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150만원을 받고”라며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사설/청년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나라>(7/17)에서도 “청년 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첫 직장 월급이 15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월 17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을 지탄했습니다. “이 정부 출범 후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정책 요인이 더 컸음이 명백하다”라며 “최저임금 과속 인상 같은 반기업·반시장 정책 실험”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그러나 저임금 일자리 비중과 최저임금에 대해 경향신문은 전혀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경향신문은 <‘첫 직장서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7/17, 박은하 기자)에서 “첫 직장에서 월 150만원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의 비중이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임금 수준 전반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최저임금 정책의 순효과를 언급했습니다. 같은 통계치를 보고도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상승을 손가락질하고,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정책을 두둔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 저임금 청년 노동자 관련 통계 다룬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 조선일보, 경향신문
먼저 조선일보가 간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두 기사에서 ‘174만원의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보고 청년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산하는 취업자에는 주 5일 40시간 일하지 않는 노동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통계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과 동일하게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주간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단시간 노동자, 부정기 노동자, 교대노동자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취업자’에 포함돼 있어 월급만 보고는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면 시간당 임금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노동시간을 함께 조사하지는 않아 시간당 임금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최저임금 실효성을 의심한 겁니다.
반면 경향신문이 말한 것처럼, 월 1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 비율은 2017년 5월 54.2%에서 2019년 5월 45.3%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3년 째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년 일자리 중 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이 높고, 전일제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 임금 관련 지표는 차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히 올해 수치만 가지고 말하기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하나의 수치만 가지고 최저임금을 탓하는 조선일보보다 새 정부 들어 동향을 비교해 “최저임금 등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며 청년들의 생애 첫 월급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경향신문의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중앙일보·한경 vs 한겨레: 취준생과 공시생 사이
한편, 중앙일보와 한국경제 기사만 봐서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규모가 엄청나게 많아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54만 12년 만에 최다 취업 포기자 58만, 구직 청년의 3배>(7/17, 허정원 기자)에서 “한편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총 71만4000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다 보니 취업시험 준비 분야 중 일반직 공무원(30.7%)이 가장 많았다.”라고 썼습니다.
‘취준생’ 규모를 설명하는 한국경제 <취준생 71만명 ‘역대 최다’ … 30%가 공시족>(7/17, 이태훈·서민준 기자)은 아예 기사 제목에 “30%가 공시족”을 언급했고, 소제목에서도 연거푸 “10명 중 3명이 ‘공시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릴 계획”인 것을 비판적인 뉘앙스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두 신문은 취업시험 준비자가 늘어난 것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일반직 공무원’ 비중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겨레는 좀 결이 달랐습니다.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9%p 줄어>(7/17, 이경미 기자)는 “청년 취업준비생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중이 3년간 꾸준히 줄어들었다”라며 공무원 시험 열풍이 다소 꺾였다고 해석했습니다.
▲ ‘공시생’ 관련 통계 다룬 한국경제와 한겨레 기사 제목 갈무리(7/17) ⓒ 한겨레, 한국경제
취업시험 준비자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30.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기업체·언론사 및 공영기업체·교원임용·고시 및 전문직·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준비자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준비 시험자 규모에서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의 비중은 작년 동월보다 2.6%p 감소했습니다. 2016년 39.3%에서 2019년 30.7%까지 차근차근 줄어들었습니다. 취준생이 늘어난 원인을 ‘공시족’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취준생이 증가한 것을 해석하려면 비중이 줄어든 일반직공무원 보다 비중이 늘어난 언론사·공영기업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분야 응시자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마땅합니다. 특히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항목이 4.3%p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는데요, 그 원인을 서울경제 <취준생 71만명 역대 최다 졸업후 첫 취업 10.8개월>(7/17, 정순구 기자)가 인용한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정 과장은 “기업체나 언론사, 일반직 공무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스펙을 맞추거나 창업 과정에서 자격증을 따야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 어떤 언론도 이 항목 응시자가 왜 늘어났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특히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엉뚱하게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를 조명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사실상 백수’라는 허수아비 때리기
‘백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한심하다’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백수는 사전적으로 “한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고려대한국어대사전)입니다. ‘백수’라는 말은 구직활동자, 구직단념자, 취업시험 준비자 등을 낮잡아 일러 부정적 의미를 구성합니다.
더욱이 고용 통계 관련 보도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내가 고용 지표를 부정적으로 해석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번 청년 고용 통계 관련 보도에서 ‘백수’ 표현을 사용한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2건에 걸쳐 7차례 연달아 ‘백수’ 단어를 썼습니다. 문제는 이 “백수” 혹은 “사실상 백수”라는 말이 지칭하는 대상이 모호해 한없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협회보 <왜곡·무지 뒤섞이자…통계가 거짓을 말했다>(2018/9/12, 강아영 기자)는 통계를 왜곡하는 방법 중 하나인 “통계적 유의미성이 불확실한 가공 통계 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실상 백수” 지표를 꼽았습니다.
▲ 조선일보의 ‘백수’ 단어 사용한 기사 목록(7/17) ⓒ 민주언론시민연합
실제 2017년 연합뉴스가 <‘사실상 백수’ 450만명…자력형 취준생 8년 만에 최대 증가>(2017/1/23)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보도는 ‘사실상 백수’를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18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학원·기관 통학자, 취업시험준비자, ‘쉬었음’ 인구를 모두 합해서 지칭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정밀성과 엄밀성이 떨어지는 자의적인 지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사용한 ‘백수’는 이보다 더 거친 개념입니다.
조선일보는 청년 중 취업자를 제외한 미취업자 전체를 ‘백수’로 칭해 154만명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에 따라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청년 취업자 ‘세번의 눈물’>(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는 “학교 졸업한 3명 중 1명이 ‘백수’”라는 부제를 사용했습니다.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청춘 154만명 오늘도 떠돈다>(7/17,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도 “학교 마친 청년 셋 중 한 명은 ‘백수’”라는 부제를 연거푸 썼습니다. “154만1000명은 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 준비 중인 사실상 ‘백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백수’ 표현 사용한 조선일보 기사(7/17) ⓒ 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의 ‘백수’는 비경제활동인구인 직업교육·취업시험 준비자, ‘그냥 시간보냄’ 응답자, 구직활동자와 육아·가사 종사자, ‘그 외’라고 응답한 이들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이 중에는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백수’처럼 의미가 불분명한 어휘 사용은 정부의 실책을 과장하고 오히려 실질적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자협회보 <왜곡·무지 뒤섞이자…통계가 거짓을 말했다>(2018/9/12, 강아영 기자)에서 빈현준 통계청 사회통계국 고용통계과장은 “사실상 백수라는 건 일을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노동시장 적 측면에서 노동을 더 공급하고 싶은데 수요 측의 원인에 의해 공급을 못하는 사람들이 해당된다”라며 “사실상의 백수는 일견 개연성 있어 보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 노동공급 의욕이 있을 거라고 단정해 적절치 않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통계표준용어 및 지표 ‘경제활동인구’ ⓒ 통계청
사실 조선일보의 ‘백수’ 개념을 활용하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백수’는 작년동월대비 13만 명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정의가 유의미하다면 ‘백수’가 감소했으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과 청년 일자리 정책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지표인 겁니다.
통계 보도 더 엄밀하고 정확해야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고용 동향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안 좋은 부분, 나빠진 부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5월,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0.7%p, 고용률은 0.9%p 상승했고 실업률은 0.6%p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첫 취업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0.1개월 늘었고, 첫 직장 근속기간도 0.3개월 줄었습니다. 전일제 근무는 2.8%p 감소했고, 시간제 근무는 2.4%p 증가했습니다.
한국 고용 지표는 오랫동안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010년 이후 7.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2014년부터는 8.7%를 넘어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정부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9~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단번에 개선해 ‘청년 고용 호조’ 평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올해 발표된 지표 자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변화를 짚어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노동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거꾸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재형 박사는 <가계소득통계, 한국 언론 보도는 낙제점>(2/28, 이재형 박사)에서 한국언론의 경제보도에 대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소득불평등이 악화하자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는데도 소득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치자. 이를 두고 소득불평등 개선 정책이 도리어 소득불평등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감기에 걸려 감기약을 먹었는데, 감기약을 먹어서 감기가 심해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보수언론이 새겨듣고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출처 조선일보 vs 경향신문, 누가 거짓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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