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재판으로 재구성한 김성태 의원 딸 부정채용 의혹의 전말
김성태 측 “혐의 모두 부인...이력서 직접 건넨 적 없어”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19-08-28 21:45:15 | 수정 : 2019-08-28 21:47:52
“도대체 KT 내부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왜 그런 의사결정을 하게 됐는지는 저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제 딸아이와 관련해 KT 내부의 부정한 절차가 이뤄지고 그로 인하여 채용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저해되고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저 또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딸 KT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토착왜구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7월 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김 의원은 딸에 대한 채용이 불공정했다는 점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이는 전적으로 KT 자체적인 판단일 뿐 자신은 채용 청탁을 하지 않았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김 의원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한 재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그간 열렸던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KT 전무(인재경영실장), 김기택 전 KT 인사담당 상무보의 업무방해 혐의 공판에서 나온 법정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과 서유열 전 사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2011년 3월께 평소 알고 지내던 서유열 전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가 담긴 흰색 봉투를 건넸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딸이 스포츠학과를 나왔다. 갓 졸업했는데 KT스포츠단에서 경험 삼아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라며 취업을 청탁했다.
이에 서유열 전 사장은 KT스포츠단장에게 이력서를 전달했다.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이걸 받아와야 하나 고민했다”라며 “어쩔 수 없이 받아와서 계약직이라도 검토해서 맞으면 인턴, 계약직으로 써주라고 KT스포츠단에 전달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서 전 사장이 KT스포츠단 단장에게 준 김 의원의 딸 이력서는 KT스포츠단 부단장을 거쳐 당시 KT스포츠단 과장 A씨에게 전달됐다. 결국 KT는 인력 파견업체에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김 의원의 딸을 취업시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계약 당시 급여도 올렸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 의원 딸은 이런 식으로 2011년 4월부터 계약직으로 KT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가 2012년 하반기에 진행된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2013년 1월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김 의원의 딸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과정도 논란이다. 김 의원의 딸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입사 지원서조차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 당시 인사를 담당하던 김 전 상무보는 법정에 나와 ‘김 의원의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있느냐’는 KT스포츠단 부단장 질의에 “김 의원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라고 답했다가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전화로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전 상무보는 “다른 회사를 포함해 34년간 인사 업무에만 종사했지만, 지원서도 접수하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채용 중간에 부정 채용을 진행한 경우는 없었다”라며 황당해했다.
김 의원의 딸은 서류 접수가 모두 마무리된 지 약 한 달이 지나 지원서를 접수했다. 서류접수는 2012년 9월 1~17일 진행됐으나 김 의원 딸이 지원서를 낸 것은 같은 해 10월 19일이었다. 보통의 지원자였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김 의원 딸의 지원서에는 필수기재 항목들이 빈칸으로 돼 있었다. 채용 부문과 모집 부문, 외국어 점수와 자격증, 수상경력과 특이경험 등을 비워둔 채 제출한 것이다. 김 의원이 “딸이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밤잠도 자지 않고 공부해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KT 공채시험에 합격했다”라고 해명한 내용과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채용 당시 KT 인재경영실 직원이었던 B씨는 법정에서 “최초 이메일로 받은 지원서에는 필수 작성 항목도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등 지원할 생각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준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B씨는 “(나중에 면접관들이) 지원서를 공란으로 남겨둔 지원자가 어떻게 합격했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김 의원의 딸에게) 입사지원서를 보완해달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KT 공채 실무자가 김 의원의 딸이 합격할 수 있도록 사실상 도움을 제공한 셈이다.
B씨에게 이메일로 이 같은 요청을 받은 김 의원의 딸은 공란을 채운 입사지원서를 다음 날 다시 B씨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딸은 지원서를 내기에 앞서 10월 15일 인사 담당 직원을 직접 만나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는 이미 끝났는데 인성검사는 꼭 봐야 한다”라는 설명을 듣고 다음 날 인성검사를 온라인으로 뒤늦게 응시하는 특혜도 받았다.
B씨는 법정에서 “(김 의원의 딸을) 채용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받고 인·적성검사까지 실시된 이후인 2012년 10월 15일 인·적성검사를 담당하는 연구소에 김 의원의 딸 이름을 기재해 “아래 지원자 온라인 인사검사 대상자 추가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 딸이 뒤늦게 본 온라인 인성검사 결과가 불합격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KT가 이듬해(2013년) 1월 3일 김 의원 딸을 최종 합격시킨 것이다.
이처럼 중간에 불합격이 1차 실무면접과 2차 임원면접을 거치면서 합격으로 갑자기 바뀐 배경에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를 뒷받침할 정황은 다수다.
인재경영실장을 지낸 김 전 전무는 법정에서 “비서실에서 내려보낸 ‘관심지원자’의 1·2차 면접 결과는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라며 “특히 성적이 불합격권인 관심 지원자는 ‘합격·불합격’ 칸을 비워서 회장에게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김 전 전무는 “이 전 회장은 불합격권 지원자들에 대한 인사 담당자들의 평가를 확인한 이후 합격·불합격을 결정해줬다”며 “이 회장이 체크하면 체크한 대로 집행했다”라고 밝혔다.
서 전 사장도 김 의원 딸의 공채 부정 합격이 이 전 회장의 지시였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2011년 김 의원은 서 전 사장을 통해 이 전 회장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KT농구단 이야기가 나오자, 이 전 회장에게 “딸이 KT스포츠단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서유열 사장이 잘 챙겨봐달라’고 말했다.
이후 서 전 사장은 2012년 10월 이 전 회장으로부터 “김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열심히 돕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당시 경영지원실장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전무는 “서 전 사장이 김 의원의 딸을 공채에 태우라고 하기에 ‘곤란하다’고 했더니, ‘회장님의 주요 관심사항’이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전 전무는 당시 서 사장이 "김 의원이 우리 회사를 위해 여러 가지 포지티브(긍정적인)한 일을 하지 않았느냐"며 "(이석채) 회장님도 관심 갖는 사안이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 전 사장이 혼자 결정하고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나는 부정채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서 전 사장이 KT 노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를 접촉해야 했는데, 김 의원밖에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무리하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이)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스마트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김 의원 딸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나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제가 회사 일을 하는데 회장 모르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사장은 “인재경영실에 (김 의원 딸 부정채용을) 전달할 때도 분명히 ‘회장님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며 “나한테는 굳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할 동기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지시인 줄 알면서도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따른 이유에 대해서는 “회장님이 지시하는 것은 회장님 개인이라기보다는 회사 전체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신 것으로 봤다”라고 진술했다.
김 전 전무도 “관심지원자는 회장이 지시한 명단이다. 그것을 단독 집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KT가 계약직 신분이던 김 의원 딸을 ‘VVIP’로 관리했으며, 이 명단이 이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2년 당시 인사운영팀장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VVIP 명단’ 엑셀파일에는 스포츠단 사무국의 파견계약직이던 김○○씨를 김성태 의원의 딸로 명시했다. 이 파일에는 김 의원의 딸 외에도 허범도 전 국회의원의 딸 등도 VVIP로 적혀 있었다.
이 회장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이석채 회장 지인 데이터베이스(DB)’ 엑셀 파일 일부도 공개됐다. 파일에는 김 의원에 대해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KT가 이처럼 부정채용을 저지르게 된 것은 대가성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김 의원이 이석채 전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에 반대해 준 대가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배경이 된다.
특히 검찰은 김 의원이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본 위원의 딸도 지금 1년 6개월째 사실상 파견직 노동자로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딸의 구체적인 근무 기간과 근무형태를 언급한 이 발언을 통해 당시 증인 채택 압박을 받던 이 전 회장에게 부담을 줬다고 판단했다.
실제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방어’했다고 평가한 KT의 내부 보고서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국감 종료 후 이 회장에게 전달된 이메일을 보면, KT 대외협력실 박모 상무는 “국회 환노위에서 우려됐던 KT의 노동 관련 이슈는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설명과 김성태 의원님 등의 도움으로 원만히 방어됐다”라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정에서 김 전 전무는 이 내부 보고서를 보고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서 전 사장이 무리하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하라고 부탁했구나 하고 배경을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서 전 사장도 이 전 회장의 ‘김 의원 딸 정규직 근무’ 지시가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대가로 이해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또 서 전 사장은 “김 의원 딸의 최종 합격 결과를 이 전 회장에게 보고하자 ‘수고했다’는 취지로 답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딸의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재산상 이득’으로 규정하고 김성태 의원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기소된 김 의원은 곧 법정에 서게 된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와 이 전 KT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의원의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특히 “김 의원으로부터 딸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받았다”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대부분 거짓 진술이고, 김성태 피고인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별개로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서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서유열 증인에 대한 반대 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며 “이 사건이 가능하면 11월 이전에 선고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재판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라며 “하지만 검찰 또한 그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출처 KT 재판으로 재구성한 김성태 의원 딸 부정채용 의혹의 전말
김성태 측 “혐의 모두 부인...이력서 직접 건넨 적 없어”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19-08-28 21:45:15 | 수정 : 2019-08-28 21:47:52
▲ 딸의 KT 부정채용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정의철 기자
“도대체 KT 내부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왜 그런 의사결정을 하게 됐는지는 저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제 딸아이와 관련해 KT 내부의 부정한 절차가 이뤄지고 그로 인하여 채용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저해되고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저 또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딸 KT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토착왜구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7월 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김 의원은 딸에 대한 채용이 불공정했다는 점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이는 전적으로 KT 자체적인 판단일 뿐 자신은 채용 청탁을 하지 않았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김 의원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한 재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그간 열렸던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KT 전무(인재경영실장), 김기택 전 KT 인사담당 상무보의 업무방해 혐의 공판에서 나온 법정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김성태 의원, 서유열 사장에게 이력서 직접 건넸나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과 서유열 전 사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2011년 3월께 평소 알고 지내던 서유열 전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가 담긴 흰색 봉투를 건넸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딸이 스포츠학과를 나왔다. 갓 졸업했는데 KT스포츠단에서 경험 삼아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라며 취업을 청탁했다.
이에 서유열 전 사장은 KT스포츠단장에게 이력서를 전달했다.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이걸 받아와야 하나 고민했다”라며 “어쩔 수 없이 받아와서 계약직이라도 검토해서 맞으면 인턴, 계약직으로 써주라고 KT스포츠단에 전달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서 전 사장이 KT스포츠단 단장에게 준 김 의원의 딸 이력서는 KT스포츠단 부단장을 거쳐 당시 KT스포츠단 과장 A씨에게 전달됐다. 결국 KT는 인력 파견업체에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김 의원의 딸을 취업시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계약 당시 급여도 올렸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 의원 딸은 이런 식으로 2011년 4월부터 계약직으로 KT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가 2012년 하반기에 진행된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2013년 1월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 KT 인사 채용비리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입사 지원서 늑장 제출, 그마저도 필수기재 항목 빈칸
인성검사 불합격인데도 공채 최종 합격
인성검사 불합격인데도 공채 최종 합격
김 의원의 딸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과정도 논란이다. 김 의원의 딸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입사 지원서조차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 당시 인사를 담당하던 김 전 상무보는 법정에 나와 ‘김 의원의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있느냐’는 KT스포츠단 부단장 질의에 “김 의원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라고 답했다가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전화로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전 상무보는 “다른 회사를 포함해 34년간 인사 업무에만 종사했지만, 지원서도 접수하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채용 중간에 부정 채용을 진행한 경우는 없었다”라며 황당해했다.
김 의원의 딸은 서류 접수가 모두 마무리된 지 약 한 달이 지나 지원서를 접수했다. 서류접수는 2012년 9월 1~17일 진행됐으나 김 의원 딸이 지원서를 낸 것은 같은 해 10월 19일이었다. 보통의 지원자였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김 의원 딸의 지원서에는 필수기재 항목들이 빈칸으로 돼 있었다. 채용 부문과 모집 부문, 외국어 점수와 자격증, 수상경력과 특이경험 등을 비워둔 채 제출한 것이다. 김 의원이 “딸이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밤잠도 자지 않고 공부해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KT 공채시험에 합격했다”라고 해명한 내용과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채용 당시 KT 인재경영실 직원이었던 B씨는 법정에서 “최초 이메일로 받은 지원서에는 필수 작성 항목도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등 지원할 생각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준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B씨는 “(나중에 면접관들이) 지원서를 공란으로 남겨둔 지원자가 어떻게 합격했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김 의원의 딸에게) 입사지원서를 보완해달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KT 공채 실무자가 김 의원의 딸이 합격할 수 있도록 사실상 도움을 제공한 셈이다.
B씨에게 이메일로 이 같은 요청을 받은 김 의원의 딸은 공란을 채운 입사지원서를 다음 날 다시 B씨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딸은 지원서를 내기에 앞서 10월 15일 인사 담당 직원을 직접 만나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는 이미 끝났는데 인성검사는 꼭 봐야 한다”라는 설명을 듣고 다음 날 인성검사를 온라인으로 뒤늦게 응시하는 특혜도 받았다.
B씨는 법정에서 “(김 의원의 딸을) 채용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받고 인·적성검사까지 실시된 이후인 2012년 10월 15일 인·적성검사를 담당하는 연구소에 김 의원의 딸 이름을 기재해 “아래 지원자 온라인 인사검사 대상자 추가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 딸이 뒤늦게 본 온라인 인성검사 결과가 불합격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KT가 이듬해(2013년) 1월 3일 김 의원 딸을 최종 합격시킨 것이다.
이처럼 중간에 불합격이 1차 실무면접과 2차 임원면접을 거치면서 합격으로 갑자기 바뀐 배경에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KT 채용 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슬찬 기자
이석태 회장이 직접 지시했나
김성태-서유열-이석태 3자 대면 증언도
김성태-서유열-이석태 3자 대면 증언도
이를 뒷받침할 정황은 다수다.
인재경영실장을 지낸 김 전 전무는 법정에서 “비서실에서 내려보낸 ‘관심지원자’의 1·2차 면접 결과는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라며 “특히 성적이 불합격권인 관심 지원자는 ‘합격·불합격’ 칸을 비워서 회장에게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김 전 전무는 “이 전 회장은 불합격권 지원자들에 대한 인사 담당자들의 평가를 확인한 이후 합격·불합격을 결정해줬다”며 “이 회장이 체크하면 체크한 대로 집행했다”라고 밝혔다.
서 전 사장도 김 의원 딸의 공채 부정 합격이 이 전 회장의 지시였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2011년 김 의원은 서 전 사장을 통해 이 전 회장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KT농구단 이야기가 나오자, 이 전 회장에게 “딸이 KT스포츠단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서유열 사장이 잘 챙겨봐달라’고 말했다.
이후 서 전 사장은 2012년 10월 이 전 회장으로부터 “김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열심히 돕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당시 경영지원실장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전무는 “서 전 사장이 김 의원의 딸을 공채에 태우라고 하기에 ‘곤란하다’고 했더니, ‘회장님의 주요 관심사항’이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전 전무는 당시 서 사장이 "김 의원이 우리 회사를 위해 여러 가지 포지티브(긍정적인)한 일을 하지 않았느냐"며 "(이석채) 회장님도 관심 갖는 사안이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 전 사장이 혼자 결정하고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나는 부정채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서 전 사장이 KT 노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를 접촉해야 했는데, 김 의원밖에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무리하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이)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스마트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김 의원 딸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나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제가 회사 일을 하는데 회장 모르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사장은 “인재경영실에 (김 의원 딸 부정채용을) 전달할 때도 분명히 ‘회장님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며 “나한테는 굳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할 동기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지시인 줄 알면서도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따른 이유에 대해서는 “회장님이 지시하는 것은 회장님 개인이라기보다는 회사 전체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신 것으로 봤다”라고 진술했다.
김 전 전무도 “관심지원자는 회장이 지시한 명단이다. 그것을 단독 집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KT가 계약직 신분이던 김 의원 딸을 ‘VVIP’로 관리했으며, 이 명단이 이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2년 당시 인사운영팀장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VVIP 명단’ 엑셀파일에는 스포츠단 사무국의 파견계약직이던 김○○씨를 김성태 의원의 딸로 명시했다. 이 파일에는 김 의원의 딸 외에도 허범도 전 국회의원의 딸 등도 VVIP로 적혀 있었다.
이 회장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이석채 회장 지인 데이터베이스(DB)’ 엑셀 파일 일부도 공개됐다. 파일에는 김 의원에 대해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KT 자의적 판단? 대가성?
KT가 이처럼 부정채용을 저지르게 된 것은 대가성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김 의원이 이석채 전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에 반대해 준 대가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배경이 된다.
특히 검찰은 김 의원이 2012년 10월 8일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본 위원의 딸도 지금 1년 6개월째 사실상 파견직 노동자로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딸의 구체적인 근무 기간과 근무형태를 언급한 이 발언을 통해 당시 증인 채택 압박을 받던 이 전 회장에게 부담을 줬다고 판단했다.
실제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방어’했다고 평가한 KT의 내부 보고서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국감 종료 후 이 회장에게 전달된 이메일을 보면, KT 대외협력실 박모 상무는 “국회 환노위에서 우려됐던 KT의 노동 관련 이슈는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설명과 김성태 의원님 등의 도움으로 원만히 방어됐다”라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정에서 김 전 전무는 이 내부 보고서를 보고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서 전 사장이 무리하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하라고 부탁했구나 하고 배경을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서 전 사장도 이 전 회장의 ‘김 의원 딸 정규직 근무’ 지시가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대가로 이해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또 서 전 사장은 “김 의원 딸의 최종 합격 결과를 이 전 회장에게 보고하자 ‘수고했다’는 취지로 답했다”라고 덧붙였다.
▲ '딸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1인 시위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혐의 모두 부인하는 김성태
검찰은 이런 식으로 딸의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재산상 이득’으로 규정하고 김성태 의원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기소된 김 의원은 곧 법정에 서게 된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와 이 전 KT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의원의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특히 “김 의원으로부터 딸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받았다”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대부분 거짓 진술이고, 김성태 피고인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별개로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서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서유열 증인에 대한 반대 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며 “이 사건이 가능하면 11월 이전에 선고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재판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라며 “하지만 검찰 또한 그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출처 KT 재판으로 재구성한 김성태 의원 딸 부정채용 의혹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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