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삼킬 것이다
[연재] 추석 연휴에 만나는 진보경제학자들의 꿈 ① 야니스 바루파키스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9-09-12 10:20:29 | 수정 : 2019-09-12 10:20:29
2015년 7월 6일,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그리스는 심각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트로이카로 불리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이라 쓰고 ‘구걸’이라 읽는다)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리스 내 진보파 중 일부는 “트로이카로부터 돈을 얻는 순간 그리스의 자주적 경제권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IMF는 위기에 처한 나라에 돈을 빌려준 뒤 그 나라의 공공영역을 박살내 빚을 받아내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로이카는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의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자주파는 “경제가 겨우 회복 조짐을 보이는 때에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면 그리스 경제는 다시 불황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는 구제금융을 얻는 것에 대한 찬성이었다. 그리스의 자주파는 패배했고 그리스 경제의 운명은 다시 트로이카의 손에 넘어갔다.
국민투표 직후 떡 벌어진 어깨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친 강렬한 눈빛의 남자가 그리스 재무부에 등장했다. 마치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이 사내는 쿨한 표정으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재무부 장관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로 재무부 장관 따위(!)를 그만 두는 일에 미련이 없어보였다. 그는 “나는 그들(신자유주의로 무장한 트로이카)이 만장일치로 나를 증오하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나는 그 증오를 환영한다”는 말로 장관직에 미련이 없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한 어조로 경고를 남겼다.
“트로이카는 우리의 굴욕을 원했다. 그들은 왜 우리의 은행을 강제로 문 닫도록 했을까? 그것은 바로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퍼뜨리는 것을 나는 ‘테러리즘’이라고 부른다.”
이 인물이 바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관계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스의 좌파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다. 그리스 경제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며 재무부 장관을 맡았지만 그를 극도로 혐오했던 트로이카의 공세 탓에 그의 재임기간은 반년(2015년 1월 27일~2015년 7월 6일)을 채우지 못했다.
바루파키스는 저서 『작은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의 폐해와 모순을 거침없이 파헤쳤다.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한 말투로 적었지만 그의 글에는 기만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에 대한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
그의 놀라운 통찰 중 하나를 살펴보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고 살아왔다.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못 살까? 반면에 왜 유럽 국가들은 잘 살까?
이에 대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기후가 인종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대부분은 열대지방에 분포돼있다. 반면 어깨 좀 피고 사는 나라들은 대부분 온대지방, 즉 4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퍼져 있다.
그래서 이른바 기후의 영향력을 믿는 학자들은 “먹을 것이 풍부한 열대지방의 인종들은 게을러지고 뇌가 퇴화한 반면 온대지방 백인들은 부지런해야 겨울을 날 수 있기에 노력을 기울였고 그 덕에 뇌가 발달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바루파키스는 이런 백인들의 위선을 통렬히 논박한다. 기후가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영향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바루파키스는 온대지방 국가들이 강성해진 것은 그들이 무기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그들이 무기를 만든 이유는 잉여 농산물의 필요 때문이었다고 설파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국인들은 왜 오스트레일리아에 쳐들어갔고, 애버리지니(20세기 초 영국인들에게 몰살을 당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는 왜 영국에 쳐들어가지 않았을까? 어떻게 흑인들이 사는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강대국이 하나도 생겨나지 못했을까? 유전자 문제일까? 당연히 아니다!
맨 처음에 잉여 생산물이 있었다. 잉여 농산물이 없었다면 군대, 전제국가, 글자, 기술, 화약, 대형선박 등이 발전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농경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지니와 같이 비농경 사회의 주민을 학살할 수 있는 생화학 무기까지 만들었다.
한편 먹을거리가 부족한 적이 없던 애버리지니에게는 3,4백 만 명의 사람들이 자연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살았고, 유럽 크기의 대륙에서 무제한으로 식물과 동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농경기술을 발명하고 잉여생산물을 만들어 낼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애버리지니가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시와 음악, 신화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민족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방어할 수단은 갖고 있지 않았다.
바루파키스의 이야기처럼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평화롭게 살던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원주민들은 남을 죽이면서까지 무언가를 빼앗을 이유가 없었다. 기후는 어떤 인종을 우월하게 만들고 어떤 인종을 열등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인종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어떤 인종을 평화롭게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가 근대국가의 발달이라고 믿는 수많은 기술들은 사실 탐욕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기술, 혹은 착취를 위한 기술이었다는 이야기다.
바루파키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그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이 상극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예를 들어보자. 민주주의는 천부인권 사상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한 표의 권리를 부여하는 보통선거 제도가 확립돼 있다. 민주주의의 이 원칙을 ‘1인1표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그런가? 주주총회장에서 투표권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한 장의 주식에 한 표의 권리가 주어진다. 9조 원의 재산이 있는 이재용에게는 9조 원 어치의 투표권이, 땡전 한 푼 없는 민중들에게는 0표의 투표권이 부여된다. 1인1표제와 대립되는 이런 제도를 ‘1원1표제’라고 부른다.
당연히 1인1표제와 1원1표제는 어울릴 수 없다. 그래서 1원1표제를 믿는 자들은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부자들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이처럼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은 철학부터 다르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을 그냥 놔둔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가능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1원1표제를 지지하는 자본가들은 정치에서도 자신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서 일반화된 자본의 로비, 한국 사회에서 압도적 힘을 가진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그들은 이미 돈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오래 전에 무너뜨렸다.
그래서 바루파키스는 “자본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1원1표제에 의해 모든 권력은 자본가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들은 1원1표제가 판치는 경제 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바루파키스는 경제적 영역에도 민주주의를 과감히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1원1표제가 아닌 1인1표제가 경제 시스템에도 적용이 돼야 자본가들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가 삼키고 있는 민주주의를 구해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나서서 투쟁하는 것이다”라는 바루파기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삼킬 것이다 _ 야니스 바루파키스
[연재] 추석 연휴에 만나는 진보경제학자들의 꿈 ① 야니스 바루파키스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9-09-12 10:20:29 | 수정 : 2019-09-12 10:20:29
2015년 7월 6일,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그리스는 심각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트로이카로 불리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이라 쓰고 ‘구걸’이라 읽는다)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리스 내 진보파 중 일부는 “트로이카로부터 돈을 얻는 순간 그리스의 자주적 경제권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IMF는 위기에 처한 나라에 돈을 빌려준 뒤 그 나라의 공공영역을 박살내 빚을 받아내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로이카는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의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자주파는 “경제가 겨우 회복 조짐을 보이는 때에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면 그리스 경제는 다시 불황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는 구제금융을 얻는 것에 대한 찬성이었다. 그리스의 자주파는 패배했고 그리스 경제의 운명은 다시 트로이카의 손에 넘어갔다.
국민투표 직후 떡 벌어진 어깨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친 강렬한 눈빛의 남자가 그리스 재무부에 등장했다. 마치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이 사내는 쿨한 표정으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재무부 장관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 국민투표 결과 발표 직후 공식 성명을 하기 위해 재무부에 도착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뉴시스/AP
그는 정말로 재무부 장관 따위(!)를 그만 두는 일에 미련이 없어보였다. 그는 “나는 그들(신자유주의로 무장한 트로이카)이 만장일치로 나를 증오하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나는 그 증오를 환영한다”는 말로 장관직에 미련이 없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한 어조로 경고를 남겼다.
“트로이카는 우리의 굴욕을 원했다. 그들은 왜 우리의 은행을 강제로 문 닫도록 했을까? 그것은 바로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퍼뜨리는 것을 나는 ‘테러리즘’이라고 부른다.”
이 인물이 바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관계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스의 좌파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다. 그리스 경제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며 재무부 장관을 맡았지만 그를 극도로 혐오했던 트로이카의 공세 탓에 그의 재임기간은 반년(2015년 1월 27일~2015년 7월 6일)을 채우지 못했다.
자본주의 위선을 파헤치다
바루파키스는 저서 『작은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의 폐해와 모순을 거침없이 파헤쳤다.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한 말투로 적었지만 그의 글에는 기만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에 대한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
그의 놀라운 통찰 중 하나를 살펴보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고 살아왔다.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못 살까? 반면에 왜 유럽 국가들은 잘 살까?
이에 대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기후가 인종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대부분은 열대지방에 분포돼있다. 반면 어깨 좀 피고 사는 나라들은 대부분 온대지방, 즉 4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퍼져 있다.
그래서 이른바 기후의 영향력을 믿는 학자들은 “먹을 것이 풍부한 열대지방의 인종들은 게을러지고 뇌가 퇴화한 반면 온대지방 백인들은 부지런해야 겨울을 날 수 있기에 노력을 기울였고 그 덕에 뇌가 발달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바루파키스는 이런 백인들의 위선을 통렬히 논박한다. 기후가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영향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바루파키스는 온대지방 국가들이 강성해진 것은 그들이 무기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그들이 무기를 만든 이유는 잉여 농산물의 필요 때문이었다고 설파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국인들은 왜 오스트레일리아에 쳐들어갔고, 애버리지니(20세기 초 영국인들에게 몰살을 당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는 왜 영국에 쳐들어가지 않았을까? 어떻게 흑인들이 사는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강대국이 하나도 생겨나지 못했을까? 유전자 문제일까? 당연히 아니다!
맨 처음에 잉여 생산물이 있었다. 잉여 농산물이 없었다면 군대, 전제국가, 글자, 기술, 화약, 대형선박 등이 발전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농경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지니와 같이 비농경 사회의 주민을 학살할 수 있는 생화학 무기까지 만들었다.
한편 먹을거리가 부족한 적이 없던 애버리지니에게는 3,4백 만 명의 사람들이 자연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살았고, 유럽 크기의 대륙에서 무제한으로 식물과 동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농경기술을 발명하고 잉여생산물을 만들어 낼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애버리지니가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시와 음악, 신화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민족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방어할 수단은 갖고 있지 않았다.
바루파키스의 이야기처럼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평화롭게 살던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원주민들은 남을 죽이면서까지 무언가를 빼앗을 이유가 없었다. 기후는 어떤 인종을 우월하게 만들고 어떤 인종을 열등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인종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어떤 인종을 평화롭게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가 근대국가의 발달이라고 믿는 수많은 기술들은 사실 탐욕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기술, 혹은 착취를 위한 기술이었다는 이야기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바루파키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그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이 상극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예를 들어보자. 민주주의는 천부인권 사상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한 표의 권리를 부여하는 보통선거 제도가 확립돼 있다. 민주주의의 이 원칙을 ‘1인1표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그런가? 주주총회장에서 투표권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한 장의 주식에 한 표의 권리가 주어진다. 9조 원의 재산이 있는 이재용에게는 9조 원 어치의 투표권이, 땡전 한 푼 없는 민중들에게는 0표의 투표권이 부여된다. 1인1표제와 대립되는 이런 제도를 ‘1원1표제’라고 부른다.
당연히 1인1표제와 1원1표제는 어울릴 수 없다. 그래서 1원1표제를 믿는 자들은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부자들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이처럼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은 철학부터 다르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을 그냥 놔둔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가능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1원1표제를 지지하는 자본가들은 정치에서도 자신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서 일반화된 자본의 로비, 한국 사회에서 압도적 힘을 가진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그들은 이미 돈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오래 전에 무너뜨렸다.
그래서 바루파키스는 “자본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1원1표제에 의해 모든 권력은 자본가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들은 1원1표제가 판치는 경제 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바루파키스는 경제적 영역에도 민주주의를 과감히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1원1표제가 아닌 1인1표제가 경제 시스템에도 적용이 돼야 자본가들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가 삼키고 있는 민주주의를 구해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나서서 투쟁하는 것이다”라는 바루파기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 1961~) =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며 마르크스주의자가 된 그는 자유분방한 복장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바루파키스는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트로이카에 극도의 반감을 보인 인물이었다. 트로이카의 긴축재정 요구에 대해 “돈으로 행사하는 물고문”이라거나, “그리스는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한 뒤 독일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이제 이 문제는 너희가 해결해라’라고 말해야 한다”는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일원으로 재무부 장관이 됐지만 긴축재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국민투표 결과에 미련 없이 사임했다. 이후 바루파키스는 긴축 반대와 경제정의를 기치로 내건 정당 ‘MeRA25’를 창당했고 이 당은 2019년 7월 그리스 총선에서 9석을 얻어 원내에 진입했다.
출처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삼킬 것이다 _ 야니스 바루파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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