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유엔사 통한 자위대 한반도 개입 계획 이미 갖춰”
유엔사 관련 전문가 이장희 교수 인터뷰
“미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를 유엔사에서 즉각 대한민국으로 이양해야”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9-10-13 16:43:46 | 수정 : 2019-10-13 16:43:46
“미·일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를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를 개입하게 하려는 시스템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다”
지난 7일 기자가 주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문제와 관련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자리에서 국제법 전문가인 그가 목소리를 높여 강조한 말이다.
이 교수는 최근 유엔사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전시작전권(전작권)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일본 자위대를 활용하기 위해 유엔사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1952년에 당시 연합군사령부가 일본과 협정을 맺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우리 정부 의사 등 아무런 간섭 없이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미·일은 1978년 ‘미일 신가이드라인’을 체결한 뒤 매년 ‘방위협력지침’을 확대 개정했다. 법적으로도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완성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유엔사는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군사기구일 뿐이며 유엔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4년 유엔 사무총장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마치 유엔군인 것처럼 둔갑해 있는 미국의 군사기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작권 전환도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남북교류나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군사분계선(MDL)과 관계된다면서 유엔사 활성화는 MDL 관리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우리가 전작권을 이양받는다고 해도 유엔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언제든지 한반도 유사시에 16개국을 모을 수 있고 일본 자위대의 개입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그는 현재 유엔사로 돼 있는 정전협정 당사자를 대한민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정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면 정전협정 당사자를 유엔사에서 즉각 한국으로 이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것만 실행돼도 많은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유엔사를 해체하지 않고도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유엔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온전한 주권 행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엔사 문제를 그대로 두면 전작권을 가져와도 유사시를 핑계로 많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현 정부가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대북제재와는 상관이 없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으니 강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장희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 요지이다.
질문 현재 주한 유엔군사령부와 유엔이 관계가 있는가?
답변 전혀 관계가 없다. 현재 유엔군사령부(UNC)라고 불리는 조직은 굳이 말한다면 유엔군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등은 소련도 참여하지 않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미국 주도의 통합군사령부(unified forces)를 권고하고 16개 참전국의 지휘를 미군 사령관이 맡아 미국이 주관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일본 동경에서 창설될 때 미국은 이를 슬쩍 오늘날의 유엔군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로 둔갑시키고 1953년 정전협정 문서에도 그렇게 서명했다. 일종의 공문서위조이고 유엔을 사칭한 가짜다. 1994년 유엔 사무총장도 밝혔듯이, 지금 주한 유엔사는 현재 유엔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조직이다. 한국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유엔이 한 번 결의했는데이를 마치 유엔군인 것처럼 둔갑시킨 미국의 군사기구일 뿐이다.
질문 그런데도 우리는 대통령이라도 유엔사 허락 없이는 비무장지대도 출입하지 못한다. 어디서 나온 권한인가?
답변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 기능을 명분으로 그렇게 관할하고 있다. 그것을 핑계로 남북교류 등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심하게 말하자면 사실상 남한은 유엔사가 행정권만 준 지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쉽게 말해 한반도 전 관할권은 유엔사이고 유엔사가 북한지역은 물론 군사분계선(MDL) 이남 비무장지대(DMZ)도 관할권이 있다, 단지 남한 정부에 행정권을 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남쪽 DMZ도 유엔사가 관할하는 것이다. 유사시에 북한 점령권도 당연히 자기들한테 있다고 유엔사가 주장하는 이유다.
충격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한반도에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해 주기를 꺼렸다. 그래서 협정 3조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제195(Ⅲ)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유엔 제195호는 과거에 유엔이 ‘선거 가능한 남한’을 지칭한 것이다. 즉 일본은 대한민국은 사실 남쪽에서만 합법 정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유엔사 권한처럼 일본 자위대가 북한 쪽을 가더라도 남한(대한민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질문 미국이 전작권을 이양해 준다고 하면서 유엔사 조직은 오히려 확대해서 강화하고 있다. 그 의도는 무엇인가?
답변 쉽게 말해 미국은 모자를 3개 쓰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이다. 전부 미군이 뒤에 딱 숨어있다. 자국의 이익에 필요할 때마다 맞는 모자를 쓰고 책임 회피할 때는 그때에 맞는 모자를 쓴다. 원래 이승만이가 유엔사로 넘긴 작전권이 1978년에 연합사로 가 있고 이제 우리가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 기능밖에 없고 실제 전투 병력도 없는 존재였다. 이런 유엔사를 미국이 왜 이제 와서 활성화나 확대하겠는가?
그 의도는 한마디로 미국이 계속 한반도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전작권이 문제가 아니라 남북교류나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군사분계선(MDL)과 관계된다. 그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 모드가 정착할수록 유엔사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이는 곧 미국의 기득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 미국은 유엔사를 확대해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질문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답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다 완성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미일 신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은 기본이고 미일 소파(SOFA)도 있고 1978년에 체결된 것이 이러한 것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 규정인 미일 안보 관련 가이드라인이다. 핵심은 한반도 등에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돕는다는 것이다. 지원 한계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지 제공이나 병참을 넘어서도 할 수 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해당하는 이 가이드라인이 점점 더 개정돼 한반도를 넘어 주변 사태 즉 극동이나 태평양 유사 사태 발생 시라고 확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도 우려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통한 패권 유지 전략과 일본의 군사적 패권 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미일 간의 군사협력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협조 관계 수립를 끝냈다. 발목을 잡는 일본 평화 헌법 족쇄도 아베는 헌법 개정을 안 하더라도 헌법 해석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고 그만큼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질문 그러한 상황이 미국이 유엔사의 조직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인가?
답변 그렇다. 넓게 보면 미국의 기본적인 목표는 경제대국(G2)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견제다. 그런 의미에서도 사실 전작권 이양해도 유엔사가 존재하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유엔사가 언제든지 한반도 유사 사태 때 16개국을 모을 수 있고 일본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러한 중국의 패권을 봉쇄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체제를 중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정착 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면 유엔사 존재 명분 자체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은 적당하게 분단구조를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패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미국이 정말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원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문 그렇다면, 우리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답변 크게 보면, 한미동맹 일변도가 아니라 다자주의로 가야 한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비롯돼 지금 유엔사 문제를 낳고 있는 1953년 정전협정 문제나 1965년 한일협정 문제는 모두 냉전체제의 유물이다. 쉽게 말해 남북 대결 체제를 그대로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강화가 해답이 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우리는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 아주 구체적인 출발점은 정전협정 당사자를 우리가 되찾아와야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서명 당사자에 없다. 유엔사가 정전협정 당사자, 서명자인데 아예 우리에게 이양해야 한다. 정전협정문은 그대로 놔두고 당시 당사자들이 동의해서 유엔사 대신에 대한민국이 서명하는 형태로 하면 된다.
상대 쪽 당사자인 북한이나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간단히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이것을 받아내야 한다. 쉽게 말해 유엔사로 돼 있는 정전협정 당사자를 대한민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금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여러 말이 많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과거에 연구기관 등 미국 내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문제가 풀린다. 단지 유엔사를 대책 없이 해체하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되면 지금 남북교류에서도 문제가 되는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된다.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공동성명 등에도 남북한이 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평화협정 당사자 문제와도 관련이 되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를 즉각 바꿔야 한다.
질문 미국이 동의해 줄 것이라고 보는지?
답변 미국이 정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면, 가장 먼저 해줘야 할 일이다. 유엔사가 사실상 미국의 군사기구이기에 미국만 동의하면 정전협정 부칙에 추가해서 서명 당사자를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도 정전협정 서명 권한을 북한으로 이양한다면, 남북이 다시 기존 정전협정에 서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당장 유엔사 해체나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것도 아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놔두면 된다.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을 먼저 제거하자는 것이다.
질문 현재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이고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인데, 향후 전망은?
답변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목표다. 북한 문제는 자신의 표와 연결되니 어떤 형식이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트럼프는 계속 자기 임기 중에 핵실험 중지 등 북한 문제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를 인식해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서로 밀고 당기는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너무 북미관계와 동일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는 우리 정부가 과감하게 사고를 쳐야 한다. 사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대북제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5·24조치로 발목을 잡은 것이니 우리가 풀어야 한다.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에 화가 많이 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 보지 말고 강하게 해나갈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즉각 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풀리고 오히려 그것이 북미관계 해결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출처 [기획⑦] 이장희 교수 “미·일, 유엔사 통한 자위대 한반도 개입 계획 이미 갖춰”
유엔사 관련 전문가 이장희 교수 인터뷰
“미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를 유엔사에서 즉각 대한민국으로 이양해야”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9-10-13 16:43:46 | 수정 : 2019-10-13 16:43:46
▲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사무실에서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7 ⓒ김철수 기자
“미·일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를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를 개입하게 하려는 시스템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다”
지난 7일 기자가 주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문제와 관련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자리에서 국제법 전문가인 그가 목소리를 높여 강조한 말이다.
이 교수는 최근 유엔사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전시작전권(전작권)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일본 자위대를 활용하기 위해 유엔사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1952년에 당시 연합군사령부가 일본과 협정을 맺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우리 정부 의사 등 아무런 간섭 없이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미·일은 1978년 ‘미일 신가이드라인’을 체결한 뒤 매년 ‘방위협력지침’을 확대 개정했다. 법적으로도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완성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유엔사는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군사기구일 뿐이며 유엔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4년 유엔 사무총장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마치 유엔군인 것처럼 둔갑해 있는 미국의 군사기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작권 전환도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남북교류나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군사분계선(MDL)과 관계된다면서 유엔사 활성화는 MDL 관리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왜구 수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위대의 날을 맞아 도쿄 북쪽 아사카(朝霞)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관열식을 갖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훈시에서 “모든 자위대원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며 헌법 개정에서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에 대해 거듭 의욕을 나타냈다. 2018.10.14 ⓒ사진 = 뉴시스
전작권 이양돼도 유엔사 문제 해결되지 못하면 빈껍데기일 뿐
비록 우리가 전작권을 이양받는다고 해도 유엔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언제든지 한반도 유사시에 16개국을 모을 수 있고 일본 자위대의 개입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그는 현재 유엔사로 돼 있는 정전협정 당사자를 대한민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정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면 정전협정 당사자를 유엔사에서 즉각 한국으로 이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것만 실행돼도 많은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유엔사를 해체하지 않고도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유엔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온전한 주권 행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엔사 문제를 그대로 두면 전작권을 가져와도 유사시를 핑계로 많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현 정부가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대북제재와는 상관이 없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으니 강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장희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 요지이다.
질문 현재 주한 유엔군사령부와 유엔이 관계가 있는가?
답변 전혀 관계가 없다. 현재 유엔군사령부(UNC)라고 불리는 조직은 굳이 말한다면 유엔군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등은 소련도 참여하지 않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미국 주도의 통합군사령부(unified forces)를 권고하고 16개 참전국의 지휘를 미군 사령관이 맡아 미국이 주관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일본 동경에서 창설될 때 미국은 이를 슬쩍 오늘날의 유엔군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로 둔갑시키고 1953년 정전협정 문서에도 그렇게 서명했다. 일종의 공문서위조이고 유엔을 사칭한 가짜다. 1994년 유엔 사무총장도 밝혔듯이, 지금 주한 유엔사는 현재 유엔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조직이다. 한국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유엔이 한 번 결의했는데이를 마치 유엔군인 것처럼 둔갑시킨 미국의 군사기구일 뿐이다.
질문 그런데도 우리는 대통령이라도 유엔사 허락 없이는 비무장지대도 출입하지 못한다. 어디서 나온 권한인가?
답변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 기능을 명분으로 그렇게 관할하고 있다. 그것을 핑계로 남북교류 등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심하게 말하자면 사실상 남한은 유엔사가 행정권만 준 지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쉽게 말해 한반도 전 관할권은 유엔사이고 유엔사가 북한지역은 물론 군사분계선(MDL) 이남 비무장지대(DMZ)도 관할권이 있다, 단지 남한 정부에 행정권을 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남쪽 DMZ도 유엔사가 관할하는 것이다. 유사시에 북한 점령권도 당연히 자기들한테 있다고 유엔사가 주장하는 이유다.
충격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한반도에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해 주기를 꺼렸다. 그래서 협정 3조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제195(Ⅲ)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유엔 제195호는 과거에 유엔이 ‘선거 가능한 남한’을 지칭한 것이다. 즉 일본은 대한민국은 사실 남쪽에서만 합법 정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유엔사 권한처럼 일본 자위대가 북한 쪽을 가더라도 남한(대한민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질문 미국이 전작권을 이양해 준다고 하면서 유엔사 조직은 오히려 확대해서 강화하고 있다. 그 의도는 무엇인가?
답변 쉽게 말해 미국은 모자를 3개 쓰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이다. 전부 미군이 뒤에 딱 숨어있다. 자국의 이익에 필요할 때마다 맞는 모자를 쓰고 책임 회피할 때는 그때에 맞는 모자를 쓴다. 원래 이승만이가 유엔사로 넘긴 작전권이 1978년에 연합사로 가 있고 이제 우리가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 기능밖에 없고 실제 전투 병력도 없는 존재였다. 이런 유엔사를 미국이 왜 이제 와서 활성화나 확대하겠는가?
그 의도는 한마디로 미국이 계속 한반도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전작권이 문제가 아니라 남북교류나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군사분계선(MDL)과 관계된다. 그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 모드가 정착할수록 유엔사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이는 곧 미국의 기득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 미국은 유엔사를 확대해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질문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답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다 완성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미일 신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은 기본이고 미일 소파(SOFA)도 있고 1978년에 체결된 것이 이러한 것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 규정인 미일 안보 관련 가이드라인이다. 핵심은 한반도 등에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돕는다는 것이다. 지원 한계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지 제공이나 병참을 넘어서도 할 수 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해당하는 이 가이드라인이 점점 더 개정돼 한반도를 넘어 주변 사태 즉 극동이나 태평양 유사 사태 발생 시라고 확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도 우려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통한 패권 유지 전략과 일본의 군사적 패권 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미일 간의 군사협력은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협조 관계 수립를 끝냈다. 발목을 잡는 일본 평화 헌법 족쇄도 아베는 헌법 개정을 안 하더라도 헌법 해석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고 그만큼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질문 그러한 상황이 미국이 유엔사의 조직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인가?
답변 그렇다. 넓게 보면 미국의 기본적인 목표는 경제대국(G2)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견제다. 그런 의미에서도 사실 전작권 이양해도 유엔사가 존재하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유엔사가 언제든지 한반도 유사 사태 때 16개국을 모을 수 있고 일본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러한 중국의 패권을 봉쇄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체제를 중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정착 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면 유엔사 존재 명분 자체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은 적당하게 분단구조를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패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미국이 정말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원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사무실에서 이장희 국제법학자 교수가 민주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7 ⓒ김철수 기자
질문 그렇다면, 우리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답변 크게 보면, 한미동맹 일변도가 아니라 다자주의로 가야 한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비롯돼 지금 유엔사 문제를 낳고 있는 1953년 정전협정 문제나 1965년 한일협정 문제는 모두 냉전체제의 유물이다. 쉽게 말해 남북 대결 체제를 그대로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강화가 해답이 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우리는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 아주 구체적인 출발점은 정전협정 당사자를 우리가 되찾아와야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서명 당사자에 없다. 유엔사가 정전협정 당사자, 서명자인데 아예 우리에게 이양해야 한다. 정전협정문은 그대로 놔두고 당시 당사자들이 동의해서 유엔사 대신에 대한민국이 서명하는 형태로 하면 된다.
상대 쪽 당사자인 북한이나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간단히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이것을 받아내야 한다. 쉽게 말해 유엔사로 돼 있는 정전협정 당사자를 대한민국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금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여러 말이 많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과거에 연구기관 등 미국 내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문제가 풀린다. 단지 유엔사를 대책 없이 해체하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되면 지금 남북교류에서도 문제가 되는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된다.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공동성명 등에도 남북한이 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평화협정 당사자 문제와도 관련이 되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사자를 즉각 바꿔야 한다.
질문 미국이 동의해 줄 것이라고 보는지?
답변 미국이 정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면, 가장 먼저 해줘야 할 일이다. 유엔사가 사실상 미국의 군사기구이기에 미국만 동의하면 정전협정 부칙에 추가해서 서명 당사자를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도 정전협정 서명 권한을 북한으로 이양한다면, 남북이 다시 기존 정전협정에 서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당장 유엔사 해체나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것도 아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놔두면 된다.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을 먼저 제거하자는 것이다.
질문 현재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이고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인데, 향후 전망은?
답변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목표다. 북한 문제는 자신의 표와 연결되니 어떤 형식이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트럼프는 계속 자기 임기 중에 핵실험 중지 등 북한 문제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를 인식해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서로 밀고 당기는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너무 북미관계와 동일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는 우리 정부가 과감하게 사고를 쳐야 한다. 사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대북제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5·24조치로 발목을 잡은 것이니 우리가 풀어야 한다.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에 화가 많이 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 보지 말고 강하게 해나갈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즉각 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풀리고 오히려 그것이 북미관계 해결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출처 [기획⑦] 이장희 교수 “미·일, 유엔사 통한 자위대 한반도 개입 계획 이미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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