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결석시위’ 참석했다 징계 압박 받은 고등학생
“현실적 기후위기 교육 원해”
[경향신문] 김한솔 기자 | 입력 : 2019.10.15 17:33 | 수정 : 2019.10.15 17:37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서경 양(18)은 지난달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그런 시위에 참여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압박을 받았다. 학생의 시위 참가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결국 3차 결석시위 당일인 9월 27일,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시위에 참석했다. 김양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며 처음 시작한 결석시위를 한국에서 이끄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9월 27일 결석시위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획한 1·2차 시위보다 많은 5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최근 결석시위 국제청소년연대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한국 지부로 등록됐다.
김양을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징계 압박을 받으면서까지 결석시위에 참석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떻게 기후위기 결석시위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끼리 모였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우리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해 행동할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강의나 캠프로는 부족할 것 같았어요. 그러다 3월15일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소년 10~15명이 처음 시위를 기획했습니다. 첫 시위 때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못 하고, 일단 눈에 띄는 시위를 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저는 시위를 기획해놓고도 3월 15일 당일에 학교에 발이 묶여 참석을 못 했어요.”
- 그 이후 시위는 조금 달라졌나요.
“5월 24일 결석시위 후에는 교육청에 저희 입장을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6월 초에 교육청 장학사님과 청소년기후행동이 만났고, 저희는 ‘교육과정에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넣어달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을 교육해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런데 장학사님 답변은 ‘기후 관련 교육은 충분히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저희가 생각한 기후 교육은 ‘기후위기’에 관련된 현 상황을 말한 것이었는데, 교육청에서 생각한 건 ‘생태교육’ 이었던 것 같아요. 또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는 걸 어른들이 시킨 게 아니냐며, ‘배후에 누가 있느냐’ 같은 말도 했어요.”
- 결석시위 뒤 학교의 반응은 어땠나요.
“5월 24일 결석시위에서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기후변화 교육을 받고 싶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었는데, 그게 기사화가 됐어요.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참석한 시위였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기사를 보고 ‘이런 식의 대외활동은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하셨어요.”
- 9월 27일 대규모 결석시위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9월23일에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서 ‘기후위기 대응 결석시위에 참여해, 청소년으로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한다’고 썼어요.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시위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명예 실추다, 불명예다’라고 하면서 ‘네가 그 자리에 나가는 순간 학교에서는 너를 징계위원회에 넘길 수밖에 없다, 징계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한 번도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는 거냐, 학교에 제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거리에 나가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고 화를 내셨어요. 저는 징계위에 넘어간다는 말에 너무 무섭고 놀라서 눈물이 나왔어요.”
- 9월 27일에는 어떻게 했나요.
“일단 학교에 가서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몰래 학교를 빠져나왔어요.”
- 징계가 걱정되진 않았나요.
“사실 징계를 받으면 대학 가는 게 많이 어려워져서, 최악의 경우 전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9월 27일 당일날 그렇게까지 해서 나갔던 이유는, 이런 이유로 한 번 빠지고, 계속 안 나가게 되면 우리는(청소년들은)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시로 대학 가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겠지만…제 나름대로 저울질을 했어요. 내가 대학 가는 게 더 중요할까, 아니면 여기 나가서 뭔가 얻는 게 더 중요할까. 사실 저 한 명 빠진다고 9월 27일 결석시위가 무너지진 않았겠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하자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당하기로 했어요. 어머니가 학교에 전화해 ‘자기가 직접 인솔해가겠다’고 까지 할 만큼 -학교에선 그래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지해준 것도 있었고요.”
- 학교에서 하는 환경 교육은 어떤가요.
“보통 사회지리나 지구과학 시간에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배워요. 1학년 때 배우는 통합과학, 통합사회에 관련 내용이 있어요. ‘인간이 화석 연료를 많이 써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면 온난화가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곰은 살 곳을 잃어버린다’, ‘(해결책은)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해요. 생물 시간에도 ‘화석연료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고, 생태계가 깨지는 걸 어떻게 막으면 좋을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었어요. 아무도 대답을 안 하니까 초등학교 수업처럼 ‘일회용품 줄이고, 전기를 아끼면 되겠죠?’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교육이 왜 문제인가요.
“현재 상황이 어떤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에요. 일회용품 줄이고, 전기 아끼는 그런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인과관계가 명확한 문제로 설명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돼요. 익숙하게 듣는 이야기다 보니까,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학교에서 공장용 전기 비율, 가정용 전기 비율이라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깃불을 끈다’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체 소비를 줄인다’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규 교육과정 내에 못 들어간다면, 생태 시간만이라도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접하고 싶어요. 저는 작은 실천으로는 막을 수 없는 현실, 한국의 탄소배출 현황,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 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생각하나요.
“청소년들이 가장 힘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지금 정책 결정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잘살아온 삶(환경)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히 앞으로 잘 살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온전히 보존된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정말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 앞의 50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데…느끼는 절박함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청소년들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이 정도인 것 같아요.”
- 스스로 ‘멸종위기종’ 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 자체가 다 멸종된다 해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런데 약자들은 조금 더 빠르게 멸종될 수 있고, 그 약자에 청소년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쓰는 ‘멸종’이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멸종된다는 뜻도 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사라진다’라는 의미도 있거든요. 우리가 꿈꿔온 미래에는 미세먼지, 폭염 같은 기상이변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잖아요. 우리가 상상한 ‘평범한 삶’은 멸종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요. 기후는 계속 변할 거고,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저희가 어른이 됐을 땐 환경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멸종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하는 거예요.”
- 징계 압박도 받았는데, 앞으로 활동이 걱정되진 않나요.
“겁주려고 한 말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저는 이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데 연말에 다시 시위한다고 하면 ‘경고했는데 말을 안 들었다’며 얼마든지 징계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 말고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이 더는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활동을 안전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학생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요. 학생의 사회참여권이 보장되길 바랍니다. 학교가 학생의 자유로운 사회참여활동을 장려하진 않더라도, 너무 억압하지 않고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인터뷰]‘기후 결석시위’ 참석했다 징계 압박 받은 고등학생…“현실적 기후위기 교육 원해”
“현실적 기후위기 교육 원해”
[경향신문] 김한솔 기자 | 입력 : 2019.10.15 17:33 | 수정 : 2019.10.15 17:37
▲ ‘청소년기후행동’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기획한 고등학생 김서경양.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서경 양(18)은 지난달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그런 시위에 참여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압박을 받았다. 학생의 시위 참가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결국 3차 결석시위 당일인 9월 27일,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시위에 참석했다. 김양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며 처음 시작한 결석시위를 한국에서 이끄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9월 27일 결석시위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획한 1·2차 시위보다 많은 5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최근 결석시위 국제청소년연대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한국 지부로 등록됐다.
김양을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징계 압박을 받으면서까지 결석시위에 참석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떻게 기후위기 결석시위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끼리 모였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우리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해 행동할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강의나 캠프로는 부족할 것 같았어요. 그러다 3월15일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소년 10~15명이 처음 시위를 기획했습니다. 첫 시위 때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못 하고, 일단 눈에 띄는 시위를 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저는 시위를 기획해놓고도 3월 15일 당일에 학교에 발이 묶여 참석을 못 했어요.”
- 그 이후 시위는 조금 달라졌나요.
“5월 24일 결석시위 후에는 교육청에 저희 입장을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6월 초에 교육청 장학사님과 청소년기후행동이 만났고, 저희는 ‘교육과정에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넣어달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을 교육해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런데 장학사님 답변은 ‘기후 관련 교육은 충분히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저희가 생각한 기후 교육은 ‘기후위기’에 관련된 현 상황을 말한 것이었는데, 교육청에서 생각한 건 ‘생태교육’ 이었던 것 같아요. 또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는 걸 어른들이 시킨 게 아니냐며, ‘배후에 누가 있느냐’ 같은 말도 했어요.”
- 결석시위 뒤 학교의 반응은 어땠나요.
“5월 24일 결석시위에서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기후변화 교육을 받고 싶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었는데, 그게 기사화가 됐어요.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참석한 시위였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기사를 보고 ‘이런 식의 대외활동은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하셨어요.”
▲ 9월 27일 열린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 9월 27일 대규모 결석시위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9월23일에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서 ‘기후위기 대응 결석시위에 참여해, 청소년으로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한다’고 썼어요.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시위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명예 실추다, 불명예다’라고 하면서 ‘네가 그 자리에 나가는 순간 학교에서는 너를 징계위원회에 넘길 수밖에 없다, 징계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한 번도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는 거냐, 학교에 제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거리에 나가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고 화를 내셨어요. 저는 징계위에 넘어간다는 말에 너무 무섭고 놀라서 눈물이 나왔어요.”
- 9월 27일에는 어떻게 했나요.
“일단 학교에 가서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몰래 학교를 빠져나왔어요.”
- 징계가 걱정되진 않았나요.
“사실 징계를 받으면 대학 가는 게 많이 어려워져서, 최악의 경우 전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9월 27일 당일날 그렇게까지 해서 나갔던 이유는, 이런 이유로 한 번 빠지고, 계속 안 나가게 되면 우리는(청소년들은)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시로 대학 가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겠지만…제 나름대로 저울질을 했어요. 내가 대학 가는 게 더 중요할까, 아니면 여기 나가서 뭔가 얻는 게 더 중요할까. 사실 저 한 명 빠진다고 9월 27일 결석시위가 무너지진 않았겠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하자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당하기로 했어요. 어머니가 학교에 전화해 ‘자기가 직접 인솔해가겠다’고 까지 할 만큼 -학교에선 그래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지해준 것도 있었고요.”
▲ 김서경양이 기후위기에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응답하라 대한민국’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학교에서 하는 환경 교육은 어떤가요.
“보통 사회지리나 지구과학 시간에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배워요. 1학년 때 배우는 통합과학, 통합사회에 관련 내용이 있어요. ‘인간이 화석 연료를 많이 써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면 온난화가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곰은 살 곳을 잃어버린다’, ‘(해결책은)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해요. 생물 시간에도 ‘화석연료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고, 생태계가 깨지는 걸 어떻게 막으면 좋을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었어요. 아무도 대답을 안 하니까 초등학교 수업처럼 ‘일회용품 줄이고, 전기를 아끼면 되겠죠?’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교육이 왜 문제인가요.
“현재 상황이 어떤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에요. 일회용품 줄이고, 전기 아끼는 그런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인과관계가 명확한 문제로 설명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돼요. 익숙하게 듣는 이야기다 보니까,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학교에서 공장용 전기 비율, 가정용 전기 비율이라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깃불을 끈다’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체 소비를 줄인다’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규 교육과정 내에 못 들어간다면, 생태 시간만이라도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접하고 싶어요. 저는 작은 실천으로는 막을 수 없는 현실, 한국의 탄소배출 현황,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 ‘청소년기후행동’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김서경 학생. 이상훈 선임기자
- 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생각하나요.
“청소년들이 가장 힘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지금 정책 결정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잘살아온 삶(환경)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히 앞으로 잘 살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온전히 보존된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정말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 앞의 50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데…느끼는 절박함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청소년들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이 정도인 것 같아요.”
- 스스로 ‘멸종위기종’ 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 자체가 다 멸종된다 해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런데 약자들은 조금 더 빠르게 멸종될 수 있고, 그 약자에 청소년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쓰는 ‘멸종’이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멸종된다는 뜻도 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사라진다’라는 의미도 있거든요. 우리가 꿈꿔온 미래에는 미세먼지, 폭염 같은 기상이변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잖아요. 우리가 상상한 ‘평범한 삶’은 멸종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요. 기후는 계속 변할 거고,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저희가 어른이 됐을 땐 환경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멸종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하는 거예요.”
▲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공동선언문. 5번 항목에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후위기 대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 마련과 학생들의 참여를 위한 시간을 적극 확보한다”고 되어있다.
- 징계 압박도 받았는데, 앞으로 활동이 걱정되진 않나요.
“겁주려고 한 말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저는 이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데 연말에 다시 시위한다고 하면 ‘경고했는데 말을 안 들었다’며 얼마든지 징계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 말고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이 더는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활동을 안전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학생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요. 학생의 사회참여권이 보장되길 바랍니다. 학교가 학생의 자유로운 사회참여활동을 장려하진 않더라도, 너무 억압하지 않고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인터뷰]‘기후 결석시위’ 참석했다 징계 압박 받은 고등학생…“현실적 기후위기 교육 원해”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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