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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신상털기’도 〈조선〉이 하면 로맨스, 누리꾼은 불륜?

‘신상털기’도 〈조선〉이 하면 로맨스, 누리꾼은 불륜?
SNS 정부비판글은 재판관 실명거론하며 ‘재판 못하게 해야 한다’ 사설
정봉주 의원 재판 대법관 실명 공개에 대해서는 ‘재판 압박’ 비판

[하니Only] 박종찬 기자 | 등록 : 20111223 14:10 | 수정 : 20111223 15:45


▲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사진 ‘가카새키 짬뽕’ 올렸다가 로부터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정렬 판사 페이스북 갈무리.

<조선일보>가 페이스북 등에 정부 비판적인 글을 쓴 법조계 인사들에게 연일 신상털기식 보도를 하면서 ‘나꼼수’와 누리꾼이 정봉주 전 의원을 재판한 이상훈 대법관 신상을 공개한 것을 놓고는 ‘재판 압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언론의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11월말부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정부 비판 글을 쓴 판사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11월25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아 1면과 사설로 “제대로 된 판사라면 그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법복을 벗으라”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나꼼수 방송을 활용해 역사 문제를 낸 역사교사의 트위터를 출처로 기사를 쓰면서 “황당한 국사시험, 선생님 맞습니까”라고 비난했다. 21일에는 ‘이번엔 가카새끼 짬뽕 사진 올린 그 판사’라는 단독 기사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 관련 패러디 사진을 올린 이정렬 부장판사를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했다고 비난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SNS에 낚싯대 던진 조선일보, 오늘도 월척”(블로거 ‘미디어후비기’) 등의 비판이 흘러나왔다.

<조선일보>의 ‘SNS 옥죄기’는 정봉주 전 의원이 ‘BBK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절정을 이뤘다. <조선일보>는 22일 ‘대법관 이름 들먹이며 무죄 판결 압박하는 나꼼수’라는 사설을 올렸다. 사설은 정 전 의원이 나꼼수 특별방송서 이상훈 대법관의 이름을 공개한 것을 놓고 “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주심 대법관을 ‘양심이 없고 외압에 흔들린 대법관’으로 몰고 가겠다는 노골적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나꼼수의 특별방송 이후 네티즌들은 트위터로 이 대법관의 출신지역·나이·가족관계·재산 같은 신상 정보를 퍼 나르고 있고 일부 야당 의원들도 나꼼수의 협박에 가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 판결을 전후로 트위터 등에 이상훈 대법관의 신상정보는 물론 부동산 투기, 탈세, 론스타 불구속 수사 등 여러 의혹이 퍼 날라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23일치 사설에서 ‘SNS 판사’들에 대한 옥죄기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날 사설 제목은 ‘대법원, 막말 판사들 재판 못 하게 할 방안 찾아야’다. 사설은 최은배 판사와 이정렬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법을 고쳐서라도 막말 판사들에 대해선 재판 당사자들이 ‘재판 기피’를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대법원에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누리꾼과 나꼼수의 판결 압박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SNS 판사’의 재판은 맹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8일 “민주노동당에 불법 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 7명에게 내려진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조선일보>는 9일 “FTA로 나라 팔아 먹었다 글 올린 최은배 판사… 민노당 불법당비 교사 징계취소 판결”이라는 제목으로 매우 부정적인 보도 태도를 취했다. ‘최은배 판사 이럴 줄 알았다’는 제목의 그날치 사설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민노당식의 왜곡된 정치 성향을 주입하면 학생들의 머릿속이 무엇으로 가득하겠는가”라고 꾸짖었다. 또 사설은 “최 판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대법원장이 몇 차례나 법관들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들은 체 만 체하며 방송에 나와 사견(私見)을 떠들어댔다”며 “그때 이미 최 판사의 판결 방향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 판사 같은 판사가 법원에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국민은 불안하다”며 최 판사의 판결 내용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일보>의 이런 태도는 누리꾼들 사이에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nati***’는 “조선일보의 신상공개 기사는 개인 일기장격인 페이스북을 검열하려는 의도니까 사상의 자유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만 정봉주 재판 판사의 이름 공개는 모든 판결이 앞으로의 재판에 선례가 되는 중대한 일이라는 점에서 대중이 알아야 할 정보”라고 지적했다.

유명 트위터 이용자인 백찬홍(@mindgood)씨도 “조선이 나꼼수가 정봉주의 재판관인 이상훈 대법관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해 사법권 침해라고 보도했군요. 그런데 자신들은 날마다 서기호, 이정렬, 최은배 판사의 SNS나 털고 다니는 삼류 파파라치라는 것을 모릅니다”라고 비난했다. ‘NextBl***’는 백씨의 트윗을 퍼 나르며(RT)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조선일보의 행태를 꼬집었다.

‘vinappa’도 22일과 23일치 조선일보 사설을 언급하면서 “전자는 판사의 실명 거론을 비난하고, 후자는 이런 판사 찍어내야 한다고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 기사에서 시정잡배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이정렬 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리꾼들에게 대법관 신상털기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판사는 “얼벗(페이스북 친구)님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만, 판결 결과나 시기, 경위가 전혀 승복할 수 없는 것이더라도 판사의 신상털기는 좀 과하다”며 많은 얼벗님들께서 이삿짐 포장용 종이 생산 회사 소속 직원들의 제 SNS에 대한 관음증 같은 행위에 관해 비판을 했는데, 주심 대법관님 신상털기도 결국 그 직원들의 성도착성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정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신 소중한 얼벗님들께서 다른 사람의 신상털기를 하신다면, 결국 얼벗님들께서도 수구 꼴통, 매국노, 찌라시, 개넘기자 등등으로 지칭하시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최재천 전 의원(@your_rights)은 <조선일보>의 잇따른 SNS 때리기와 관련해 “조중동 종이신문, 종편 등은 지금 SNS라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언론환경에 결코 적응하지 못하고, 권력 상실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신상털기’도 〈조선〉이 하면 로맨스, 누리꾼은 불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