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입력 : 2011.12.22 13:21:03
2011.12.22.목요일
편집부국장 필독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되었다.
판결문이랄 것은 따로 없었다. 대법관은 건조하고 단순하게 주문을 읽었을 뿐이었다.맨 마지막이 정봉주였다. 바로 앞에 배치된 두 사람도 우리가 잘 아는 이들이다.
진중권, 기각
강기갑, 기각
정봉주, 기각
이제 정봉주 전 의원은 구속수감된다.
동영상이 있다. 명함이 있다. 부사장 명함도 있다. 명함을 본 사람이 있다. 그 이름으로 보낸 화환이 있다. 거래내역이 있다. 증인이 있다. 물증이 있다. 정황이 있다. 기록이 있다. 계좌가 있다. 피해자가 있다. 자살한 사람이 있다.
모든 사실과 맥락이 이명박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적극적으로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다함께 똑똑히 보았다. 정봉주도, 이명박도, 그 모든 증인들도, 나와 독자들도, 검찰도, 대법관도. 기본적인 지능과 판단력을 가진 이라면 이명박의 금융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허위사실공표와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있을까?
후보자시절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명박의 불법행위 가능성을 성토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명박의 금융사기행각을 기정사실화했고, 그런 판단을 했다는 증거도 있다. 그런데 정봉주만, 아니 정봉주이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었다.
정봉주가 유죄라는 근거는 빈약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이명박이 부인한다. 검찰은 그 말을 믿는다. 사람이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왜 자꾸 증거를 들이대며 무고(하다고 스스로 주장)한 사람을 의심하는가? 따라서 정봉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고 이명박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나는 가카를 암살해도 된다. 내가 가카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연판장 있고, 총기를 구매한 영수증이 있고, 증인이 있고, 가카를 죽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있고, 그 영상을 전국민이 보고, 공범이 있고 증인이 있어도 상관없다.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만 주장하면 검찰은 내 말을 믿어줄 것이다. 대법원은 감히 나를 신고한 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려줄 것이다. 자 이제 나는 천하무적이다. 당신은 이 논리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이제 정봉주는 '법적으로' 유죄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일까. 가카의 말대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법은 사회구성원의 동의가 모여 구성된 약속의 체계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치 이전에 법의 가치를 먼저 지켜야 한다. 법이 사유화되면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든다.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 이 시점에서 정봉주라는 한 개인에 대한 각자의 평가와 취향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는 정봉주가 <나는 꼼수다>에서 한 어떤 발언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도 있고 <나꼼수>를 해로운 방송으로 결론지을 수도 있다. 정봉주가 가카를 의심하고 원하는 말을 할 자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봉주는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할 기본적 권리를 부정당했다. 모든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국민의 눈앞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정봉주의 대법원 상고 기각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벗어나 있다. '게으른 수다쟁이'님이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 지금의 정봉주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부정당한 국민이다. 국민을 부정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정봉주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봉주의 구속수감에 분노하는 것은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다. 우리는 다름아닌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알기에, 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법폭력에 반대해야 한다.
정봉주의 대법원 상고 기각이 상고 분노를 넘어 모욕감마저 느껴지는 이유는, 이 나라의 기득권세력이 법의 사유화를 공공연히 선포했기 때문이다.
가카와 검찰, 사법부는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이미 드러난 진실이 없다고 선언했다. 여기 정봉주가 무죄라는 증거가 있는데, 그와 같은 말을 하고도 무죄판결을 받거나 고발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이 버젓이 있는데, 그 앞에서 정봉주에게 유죄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진실을 숨기는 것과 진실을 숨기지 않는 것.
거짓을 들킨 것이 아니라 이미 들킨 거짓을 강요하는 것.
이 둘은 차원이 다르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몰래 저지르다 들켜서 사임했다. 그랬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진실을 숨기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다. 이들에 의해 국가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허나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을 위임받은 사법기관이, 드러난 진실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오늘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는 비상사태다.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 이는 곧 대한민국을국민주권국가가 아니라 사적 폭력과 공권력이 구분되지 않는 원시국가로 전락시키겠다는 불법적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제 사적 폭력은 피정복민들의 적극적인 굴종을 요구한다. 정봉주의 유죄판결은 대법원이 하늘은 빨갛다고 선언하는 것과 진배없는 비상식이다. 그들은 우리가 멀쩡히 푸른 하늘을 보고 있는데도, 사법(私法)이 무서워 그러고보니 하늘은 빨갛다고 고개를 끄덕이길 강요한다. 이 사회의 누군가는 국민이 이런 처참한 수준의 굴욕에 길들여지길 원한다.
오늘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동물원이다. 12월 22일 오늘 정봉주를 후려친, 판결이라 부르는 대법원의 린치에 분노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집은 국가가 아니라 축사다.
대법관에게 욕설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가 대법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법적 판단에 반대해선 안 된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사람들의 격한 반응을 즐거이 속보로 타전했다. 그러나 내가 욕을 하려는 이유는 법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사법권력은 법을 어긴 정도가 아니라 법을 죽여 시궁창에 처박았고, 법에 대해 이보다 큰 죄는 없다. 나는 욕을 할 것이고 이 기사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대로변에서 흘레를 붙는 개들만치나 수치를 모르면서, 개새끼라는 말이 듣기 싫은가? 그렇지는 않으리라 본다. 수치를 모르는 것은 양심이나, 상식의 인과를 모르는 것은 지능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봉주의 무죄를 유죄로 환치기한 자들이 최소한의 지적 능력은 갖추었으리라 믿고 편하게 이야기하겠다. 당신들은 개새끼들이라고.
법은 죽었다. 개새끼들은 감히 법치를 입에 담는다. 죽은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그리고 법을 살해한 것은 바로 개새끼들이다. 나는 법의 영혼에 조의를 표하며, 동시에 법의 부활을 기원한다. 그 자리에 지금 세상의 꼭대기에서 설치는 개새끼들은 없길 바란다.
출처 : [정치]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입력 : 2011.12.22 13:21:03
2011.12.22.목요일
편집부국장 필독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되었다.
판결문이랄 것은 따로 없었다. 대법관은 건조하고 단순하게 주문을 읽었을 뿐이었다.맨 마지막이 정봉주였다. 바로 앞에 배치된 두 사람도 우리가 잘 아는 이들이다.
진중권, 기각
강기갑, 기각
정봉주, 기각
이제 정봉주 전 의원은 구속수감된다.
동영상이 있다. 명함이 있다. 부사장 명함도 있다. 명함을 본 사람이 있다. 그 이름으로 보낸 화환이 있다. 거래내역이 있다. 증인이 있다. 물증이 있다. 정황이 있다. 기록이 있다. 계좌가 있다. 피해자가 있다. 자살한 사람이 있다.
모든 사실과 맥락이 이명박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적극적으로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다함께 똑똑히 보았다. 정봉주도, 이명박도, 그 모든 증인들도, 나와 독자들도, 검찰도, 대법관도. 기본적인 지능과 판단력을 가진 이라면 이명박의 금융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허위사실공표와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있을까?
후보자시절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명박의 불법행위 가능성을 성토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명박의 금융사기행각을 기정사실화했고, 그런 판단을 했다는 증거도 있다. 그런데 정봉주만, 아니 정봉주이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었다.
정봉주가 유죄라는 근거는 빈약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이명박이 부인한다. 검찰은 그 말을 믿는다. 사람이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왜 자꾸 증거를 들이대며 무고(하다고 스스로 주장)한 사람을 의심하는가? 따라서 정봉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고 이명박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나는 가카를 암살해도 된다. 내가 가카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연판장 있고, 총기를 구매한 영수증이 있고, 증인이 있고, 가카를 죽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있고, 그 영상을 전국민이 보고, 공범이 있고 증인이 있어도 상관없다.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만 주장하면 검찰은 내 말을 믿어줄 것이다. 대법원은 감히 나를 신고한 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려줄 것이다. 자 이제 나는 천하무적이다. 당신은 이 논리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이제 정봉주는 '법적으로' 유죄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일까. 가카의 말대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법은 사회구성원의 동의가 모여 구성된 약속의 체계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치 이전에 법의 가치를 먼저 지켜야 한다. 법이 사유화되면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든다.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 이 시점에서 정봉주라는 한 개인에 대한 각자의 평가와 취향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는 정봉주가 <나는 꼼수다>에서 한 어떤 발언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도 있고 <나꼼수>를 해로운 방송으로 결론지을 수도 있다. 정봉주가 가카를 의심하고 원하는 말을 할 자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봉주는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할 기본적 권리를 부정당했다. 모든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국민의 눈앞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정봉주의 대법원 상고 기각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벗어나 있다. '게으른 수다쟁이'님이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 지금의 정봉주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부정당한 국민이다. 국민을 부정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정봉주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봉주의 구속수감에 분노하는 것은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다. 우리는 다름아닌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알기에, 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법폭력에 반대해야 한다.
정봉주의 대법원 상고 기각이 상고 분노를 넘어 모욕감마저 느껴지는 이유는, 이 나라의 기득권세력이 법의 사유화를 공공연히 선포했기 때문이다.
가카와 검찰, 사법부는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이미 드러난 진실이 없다고 선언했다. 여기 정봉주가 무죄라는 증거가 있는데, 그와 같은 말을 하고도 무죄판결을 받거나 고발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이 버젓이 있는데, 그 앞에서 정봉주에게 유죄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진실을 숨기는 것과 진실을 숨기지 않는 것.
거짓을 들킨 것이 아니라 이미 들킨 거짓을 강요하는 것.
이 둘은 차원이 다르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몰래 저지르다 들켜서 사임했다. 그랬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진실을 숨기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다. 이들에 의해 국가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허나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을 위임받은 사법기관이, 드러난 진실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오늘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는 비상사태다.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 이는 곧 대한민국을국민주권국가가 아니라 사적 폭력과 공권력이 구분되지 않는 원시국가로 전락시키겠다는 불법적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제 사적 폭력은 피정복민들의 적극적인 굴종을 요구한다. 정봉주의 유죄판결은 대법원이 하늘은 빨갛다고 선언하는 것과 진배없는 비상식이다. 그들은 우리가 멀쩡히 푸른 하늘을 보고 있는데도, 사법(私法)이 무서워 그러고보니 하늘은 빨갛다고 고개를 끄덕이길 강요한다. 이 사회의 누군가는 국민이 이런 처참한 수준의 굴욕에 길들여지길 원한다.
오늘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동물원이다. 12월 22일 오늘 정봉주를 후려친, 판결이라 부르는 대법원의 린치에 분노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집은 국가가 아니라 축사다.
대법관에게 욕설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가 대법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법적 판단에 반대해선 안 된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사람들의 격한 반응을 즐거이 속보로 타전했다. 그러나 내가 욕을 하려는 이유는 법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사법권력은 법을 어긴 정도가 아니라 법을 죽여 시궁창에 처박았고, 법에 대해 이보다 큰 죄는 없다. 나는 욕을 할 것이고 이 기사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대로변에서 흘레를 붙는 개들만치나 수치를 모르면서, 개새끼라는 말이 듣기 싫은가? 그렇지는 않으리라 본다. 수치를 모르는 것은 양심이나, 상식의 인과를 모르는 것은 지능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봉주의 무죄를 유죄로 환치기한 자들이 최소한의 지적 능력은 갖추었으리라 믿고 편하게 이야기하겠다. 당신들은 개새끼들이라고.
법은 죽었다. 개새끼들은 감히 법치를 입에 담는다. 죽은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그리고 법을 살해한 것은 바로 개새끼들이다. 나는 법의 영혼에 조의를 표하며, 동시에 법의 부활을 기원한다. 그 자리에 지금 세상의 꼭대기에서 설치는 개새끼들은 없길 바란다.
출처 : [정치]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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