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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고 백남기 농민 향한 물대포 직사살수는 ‘위헌’”

헌재 “고 백남기 농민 향한 물대포 직사살수는 ‘위헌’”
위헌소원 심판 4년여만에 ‘위헌’ 결정..“수단의 적합성 인정할 수 없어”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20-04-23 17:35:33 | 수정 : 2020-04-23 17:35:33


▲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민중총궐기 참가자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경찰의 ‘물대포직사살수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백 씨 유족이 “직사살수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백 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숨졌다.

당시 경찰은 백 씨를 겨냥해 물대포를 직사살수했고 백 씨가 넘어진 뒤에도 구조하기위해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도 20초가량 계속 물대포를 쐈다.

백 씨의 가족들은 당시 경찰의 직사살수와 살수차 운용지침 등 근거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5년 12월 10일 헌법소원을 냈다.

유족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당시 직사살수 행위와 경찰관직무집행법·위해성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경찰장비관리규칙 등 규정이 백 씨와 가족의 생명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당시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가 백 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오히려 당시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경찰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직사살수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백 씨는 이로 인해 숨졌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직사살수 행위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反)해 백 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다만 백 씨 유족이 살수행위의 근거 규정이 된 ‘경찰관직무집행법 법률 제10조 4항’ 등에 대해 낸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기본권의 침해는 근거 조항들이 아니라 구체적 집행 행위인 직사살수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며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했다.

한편 이종석 재판관은 “심판 청구에 흠결이 있어 사건을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며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출처  헌재 “고 백남기 농민 향한 물대포 직사살수는 ‘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