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거대 여당의 ‘오만’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권은 예외?

거대 여당의 ‘오만’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권은 예외?
[신문읽기] 사면론에 힘 싣는 조선 … 만약 노동계나 진보진영 인사였다면?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25 15:16:50 | 수정 : 2020.05.25 15:32:21


“이런 불행한 역사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검찰 같은 권력기관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선행 조치로서 현직 대통령 누군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는 결단을 한 차례 내려야 한다.”

오늘(25일) 조선일보 사설 <두 전직의 사면, 대통령이 결단 내릴 때 됐다> 가운데 일부입니다. 미친통곡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1주기를 맞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에 대한 사면을 촉구한 것에 힘을 싣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미친통곡당의 사면 요구와 ‘언론’의 사면 촉구는 전혀 다른 문제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미친통곡당이 두 전직에 대한 사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의 영역’에 국한되는 얘기입니다. ‘언론의 시간과 영역’은 정치의 그것과 달라야 합니다.

물론 ‘정치의 영역’과 ‘언론의 영역’은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엔 ‘거리를 명확히 둬야 할’ 지점이 분명 있습니다. 최소한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25일) 조선일보 사설은 최소한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와 논리적 허점이 곳곳에 드러난 문제가 심각한 사설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일단 조선일보는 이명박·박근혜 사면 언급을 하면서 “현직 대통령 누군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는 결단을 한 차례 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가 정치보복을 당해서 지금 감옥에 수감돼 있나요?

언론이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런 주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이후에 언급된 내용은 더 가관입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오늘로 수감 기간이 1152일째에 이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768일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80과 70을 눈앞에 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 각각 선고받은 17년, 25년 형을 끝까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은 형기를 끝까지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지 않다? 근거가 무엇인가

‘정치 보복’과 관련한 부분이 사실관계 오류에 해당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대목은 ‘근거 없는 주장 남발’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대체 “80과 70을 눈앞에 둔 이명박과 박근혜가 2심에서 각각 선고받은 17년, 25년 형을 끝까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비롯된 건가요. 이런 주장을, 다른 곳도 아니고 사설에서 언급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나, 그것도 아니면 통계 자료라도 제시하면서 주장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닐까요?

그런데 조선일보는 다짜고짜 “형을 끝까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두 전직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근거도 없고, 논리적 완결성도 없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에 등장한 ‘국민’은 대체 어떤 국민을 말하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지적하고픈 부분은 ‘사면권 남용’에 관한 겁니다. 오늘(25일) 조선일보 사설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한번 보시죠.

“이제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후년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떠나는 국회의장 말처럼 집권 세력 입장에서 사면을 겁낼 이유는 하나도 없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고령의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사실 이 대목에서 ‘피식’ 웃었습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성 언론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 매뉴얼처럼 주문하고 있는 게 ‘거대 여당의 오만을 조심하라’는 것 아니었나요?

그런데 거대 여당의 ‘오만’과 관련해 전직 사면권은 예외로 해도 되나 봅니다. 만약 사면 대상이 이명박·박근혜가 아니라 노동계나 진보 진영 인사들이었다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요?

▲ 왼쪽부터 오사카산 쥐새끼 이명박과 유신폐계 박근혜. <사진제공=뉴시스>


거대 여당의 ‘오만’ … 전직 대통령 사면권은 예외?

가정이긴 합니다만 ‘사면권 남용 중지해야’, ‘거대 여당의 오만을 규탄한다’, ‘총선 압승 이후 오만한 모습 보인 정부여당 비난 고조’와 같은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동안 노동계를 비롯해 진보진영 인사 사면 얘기가 나왔을 때 조선일보 등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집권 세력 입장에서 사면을 겁낼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 사면해도 되지 않냐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실제 그런 쪽으로 고려를 해도 사면권 남용을 지적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나서서 ‘정부 여당’을 향해 오만해지라고 부추기는 셈입니다. 조선일보에게 ‘오만’과 ‘사면’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출처  거대 여당의 ‘오만’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권은 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