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할 수 없어”
직업환경의사들의 호소··· 9일 국회에 입장 전달할 예정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 책임자 제대로 처벌 못 해”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 발행 : 2020-11-08 15:45:25 | 수정 : 2020-11-08 15:45:25
142명의 직업환경의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등에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만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이 같은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가 노동자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만일 기업 등이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형사 책임 등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 9월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도 10만명이 참여해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관련 논의에는 여전히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의 의지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업환경의사들은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의 경영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더 강한 처벌에만 두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벌 수위가 아니다. 기업의 최고책임자, 원청책임자, 그리고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처벌의 범위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효과적인 안전조치가 실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기업 최고경영진의 과실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중간에 있는 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법망에서 빠져나간다"며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업환경의사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는 기업의 탐욕과 잘못으로 벌어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함께 다루려 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기업 과실로 벌어진 사회적 참사를 목격해왔다"며 "이 참사들은 우리에게 노동자 건강과 시민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알려주었고,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국 사회의 이런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처벌 수위만 높여서는 실제 법 집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현장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현재도 안전조치나 보건 조치 위반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72%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법 조항의 처벌 수위는 점점 높아지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며 "안전에 대한 책임을 쉽게 방기하고, 이를 쉽게 용인해주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한국 사회에 그런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에서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려는 논의를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올해 내에 추진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업환경의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오는 9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출처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할 수 없어” 직업환경의사들의 호소
직업환경의사들의 호소··· 9일 국회에 입장 전달할 예정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 책임자 제대로 처벌 못 해”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 발행 : 2020-11-08 15:45:25 | 수정 : 2020-11-08 15:45:25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동의청원 10만의 요구,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촉구를 위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8 ⓒ김철수 기자
142명의 직업환경의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등에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만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이 같은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가 노동자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만일 기업 등이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형사 책임 등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 9월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도 10만명이 참여해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관련 논의에는 여전히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의 의지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업환경의사들은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의 경영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더 강한 처벌에만 두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벌 수위가 아니다. 기업의 최고책임자, 원청책임자, 그리고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처벌의 범위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효과적인 안전조치가 실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기업 최고경영진의 과실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중간에 있는 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법망에서 빠져나간다"며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업환경의사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는 기업의 탐욕과 잘못으로 벌어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함께 다루려 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기업 과실로 벌어진 사회적 참사를 목격해왔다"며 "이 참사들은 우리에게 노동자 건강과 시민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알려주었고,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국 사회의 이런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처벌 수위만 높여서는 실제 법 집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현장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현재도 안전조치나 보건 조치 위반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72%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법 조항의 처벌 수위는 점점 높아지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며 "안전에 대한 책임을 쉽게 방기하고, 이를 쉽게 용인해주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한국 사회에 그런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에서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려는 논의를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올해 내에 추진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업환경의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오는 9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출처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할 수 없어” 직업환경의사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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