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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종교와 개독교

친인척 배제, 순교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친인척 배제, 순교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교회개혁연대 방인성 목사 인터뷰
[한겨레] 최성진 기자 | 등록 : 2012.06.15 20:27 | 수정 : 2012.06.15 22:36


▲ 지난 13일 오후 교회개혁실천연대의 방인성 집행위원(가운데)과 신흥식 집행위원(왼쪽), 남오성 사무국장(오른쪽) 등이 서울 명동 청어람 빌딩에서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산 사유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2006년 비리의혹 고발 준비에 조 목사가 긴급히 만남 제의
본인 사퇴 등 약속받았지만 문제는 역시 친인척
그 약속 못 지킨 부작용 계속
조 목사의 어려움을 이해
교회 재산 사유화 중단은 부인·자녀 외면하란 얘기일 수도
그래도 그는 결단하리라 믿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꾸준히 쓴소리를 하는 몇 안 되는 단체 가운데 한 곳이다. 개혁연대는 지난 13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조용기 목사 일가의 순복음교회 재산 사유화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4월 조 목사의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1년여 만이었다.

방인성 개혁연대 집행위원(‘함께 여는 교회’ 담임목사)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한겨레>와 만나 “조 목사는 2008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조 목사의 가족은 지금도 <국민일보>와 ‘영산 조용기 자선재단’ 등 교회 관련기관 곳곳에 남아 성도의 헌금으로 이뤄진 교회 자산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기독교계의 원로인 조 목사는 순복음교회 안팎의 요구에 따라 이들 기관의 모든 자리에서 친인척을 배제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조용기 원로목사와 순복음교회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교회가 종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반성에서 비롯한다. 제대로 된 교회라면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 빛을 비춰 어렵고 고통받는 이웃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는 1958년 순복음교회 설립 이후 예수를 믿으면 영적으로 축복받고 부자가 될 수 있으며, 병까지 나을 수 있다는 이른바 ‘3박자 구원’을 이야기하며 교세를 확장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주님의 말씀대로 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인데, ‘교회 나오면 부자 됩니다, 건강한 육체를 얻습니다’ 식으로 성도를 유혹하는 것은 복음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결과였다.”

- 대중에게는 ‘예수 믿고 부자 되자’, 이런 믿음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조용기 목사의 3박자 구원론이 ‘빨리 부자가 돼야 한다’ 등의 대중적 정서에 잘 맞았던 것은 사실이다. 반면 이를 통해 기독교의 복음이 세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교회든 성도든, 기독교의 진리 안에서 바른 신앙생활을 해나가지 않고 종교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과 이기심을 채우려 들면 부패를 피할 수 없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인간성 상실 등 많은 부작용을 경험한 것처럼, 순복음교회에도 성도가 모이고 헌금이 쌓이면서 재정적 비리와 ‘조용기 우상화’, 미신적 신앙생활 등의 문제가 빚어졌다.”

- 순복음교회만 그런 문제를 겪는 건 아니지 않나?

“맞다. 순복음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한국 교회의 문제가 됐다. 순복음교회가 ‘성령론’을 내세워 방언과 치유의 은사를 강조하거나, 금요일 철야기도 등을 통해 크게 성장하자 장로교의 다른 교회도 ‘아, 저렇게 하니까 교회가 성장하고 성도도 많아지는구나’ 하며 순복음교회의 은사집회, 철야집회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대중 동원을 목적으로 한 교회의 물량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 순복음교회의 문제와 조용기 목사의 문제는 다를 텐데.

“1차적으로는 조용기 원로목사가 순복음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안팎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조 목사는 이미 4년 전 교회 담임목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공식적으로야 은퇴했지만 조 목사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순복음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인부터 막후에서 측근 목사 및 장로를 통해 교회 행정에 개입하고 있고, 그의 부인이나 자녀도 곳곳에서 교회 재산을 마음대로 쓰는 등 문제를 빚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주인이냐, 인간이 주인이냐’ 하는 문제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조 목사 일가는 예수가 아니라 마치 자신들이 교회의 주인인 것처럼 행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독교의 교회론을 파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 방 목사는 2006년과 2007년 교회 재산 사유화와 관련해 조 목사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혁연대가 순복음교회의 각종 비리와 조 목사의 은퇴 문제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알린 것이 2004년 12월이었다. 순복음교회와 조 목사가 자정 능력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란 것이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이에 개혁연대는 2006년 1월10일 조 목사의 아들 및 친인척이 개입한 교회 재정 비리의혹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새벽 조 목사로부터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기자회견까지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순복음교회 당회장실로 찾아갔다. 당시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 목사의 우유부단한,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나?

“두 가지 이야기를 기억한다. 먼저 조 목사는 자신이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사람인 만큼 곧 순복음교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그의 가족이었다. 순복음교회는 몸집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조 목사가 자신은 교회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아들과 친인척이 교회의 각종 이권을 노리는 것까지 통제하지는 못한 것이다. 조 목사 스스로도 우리에게 자신은 ‘부인과 자녀에게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제 역할을 못한 죄인’이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개척교회를 이끌어가는 목사가 아버지이자 가장이라면 가정을 돌보기란 쉽지 않다.”

- 가족 문제에 대해 눈감아달라는 뜻이었나?

“당시 개혁연대가 준비하던 고발건을 미뤄달라는 부탁이었다. 개혁연대도 조 목사로부터 친인척 문제 해결 및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직 은퇴 약속을 받아내고 고발을 연기했다.”

­ 1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 조 목사와 다시 면담을 한 이유는?

“2006년 만남에서 조 목사는 은퇴 등과 관련한 약속을 문서가 아닌 구두로 했다. 이를 좀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이에 2007년 5월4일 다시 면담을 가져 순복음교회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여개 지성전(순복음교회의 지점 개념)의 재정적·행정적 독립과 교회 정관 마련, 교회 관련 사업으로부터 친인척 배제, 1년 이내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및 당회장직 사퇴, 그로부터 3년 이내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퇴를 공문 형태로 약속받았다.”

- 당시 약속은 지켜졌나?

“개혁연대가 약속 공문을 받은 날짜가 같은 해 5월15일이었는데, 조 목사는 정확히 1년 뒤인 이듬해 5월14일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지금의 이영훈 목사에게 물려줬다. 지성전 독립도 형식적으로는 이행했다. 또 그는 지난해 5월 선교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며 본인과 관련한 약속은 모두 지켰는데, 문제는 역시 친인척이었다. 친인척 배제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 대표적 사례는 어떤 것인가?

▲ 방인성 개혁연대 집행위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교회 재산 사유화 중단을 촉구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조 목사의 아내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맏아들 조희준씨는 각각 영산 조용기 자선재단 이사장과 대표사무국장 직을 맡고 있다. 물러나야 한다. 언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둘째 아들 조민제씨는 중앙 일간지인 <국민일보>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일보 노동조합 소속 기자들이 조용기-조민제 부자의 국민일보 사유화 반대와 신문 편집권 독립, 조민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지난 12일 결국 얻은 것 없이 파업을 풀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일보 사쪽은 항상 약자와 어려운 사람 편에 서라는 하나님의 정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각종 징계와 고소·고발로 노조원을 탄압했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민일보 노조가 더이상 순복음교회를 대변하는 기관지이기를 거부하며 언론의 공정보도 기능을 되찾겠다고 했을 때, 대단히 많은 기대를 했는데 이렇게 끝나 안타깝다. 파업은 끝났지만, 국민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에 가서도 날카로운 지성과 담대한 믿음으로 조용기-조민제 부자의 독단적 경영과 편집권 침해에 맞서 싸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 국민일보 파업 사태만 보더라도 조 목사가 스스로 친인척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조 목사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교회 재산 사유화를 중단하라는 건 어쩌면 그에게 부인의 현실적 바람을 외면하고 자녀들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순교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그는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조 목사의 영문 이름이 ‘조다윗’이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은 회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출처 : 조용기 목사의 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