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태풍'에 고흥 사람들이 뿔났다
[현장] 태풍보다 무서운 석탄화력발전소에 맞선 고흥군민들
[오마이뉴스] 송성영 | 12.09.23 13:06 | 최종 업데이트 12.09.23 13:06
최근 한 달 사이에 세 차례의 엄청난 태풍이 지나갔다. 하지만 전남 고흥에는 내내 또 다른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하루 이틀 농산물이나 어장을 휩쓸어가는 초대형 태풍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청정 고흥의 미래를 황폐화시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라는 인간이 만든 태풍이다.
고흥군민들이 그 석탄화력발전라는 태풍을 막아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섰다. 자연의 태풍은 막아낼 수 없지만 인간이 만들어나는 태풍은 인간만이 막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군민들은 생업을 접었다. 농어민을 비롯해 수많은 고흥 군민들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군민회관에 모였다.
한창 바쁜 시기에 고흥군민이 왜 나섰을까
얼마 전 포스코에서 추진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나로도 입구에 '7조8천억 원 규모 화력발전소 유치 고흥의 미래가 확 달라집니다'라는 유혹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고흥의 미래가 확 달라진다는데 고흥군민들은 농사일이며 어장 일에 한창 바쁜 이 시기에 왜 반대 머리띠까지 두르고 나섰을까?
7조 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으로 지어진다는 석탄화력발전소, 그 7조 원은 고흥군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흥군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그 7조 원만큼, 아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온갖 오염원으로 청정 고흥의 땅과 바다, 청정 고흥의 미래를 확 달라지게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1일. 고흥 군민회관에서 고흥군민총궐기대회가 있었다. 평소 느려터진 나는 행사장에 10분 늦게 도착했다. 고흥군민 회관 앞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비장하거나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붉은 머리띠나 깃발들에 적힌 다양한 구호만큼이나 비장하지는 않았다. 무슨 군민잔칫날 같은 분위기였다. 어장 일이며 농사일에 바쁜 사람들이 모처럼 만에 만나 잡은 손에서는 웃음마저 배어 나온다. 생존권 투쟁 집회에 나온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표정들이 희희낙락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들의 표정들 속에는 여유로움뿐만 아니라 이런 것쯤이야 하는 그 어떤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바다를 옆에 끼고 살아가면서 바다를 삼키고 집채를 삼킬 만한 온갖 태풍들을 온몸으로 겪어온 사람들이 아닌가?
오전 10시 20분. 행사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지났다. 여기저기서 행사를 시작한다며 행사장으로 들어가자는 호각을 불어대고 있지만 행사장 밖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고흥에 정착한 지 벌써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느려 터지기로는 충청도 출신의 나만큼이야 하겠냐 싶었는데 고흥 사람들은 나보다 더 느리다. 느린 내가 조급증이 날 정도로 느리다. 2년 전에도 그랬다.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전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큰 싸움 없이 핵발전소를 막아낸 이듬해 곧바로 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발표됐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은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전남 해남군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 해남군은 군민들의 극렬한 투쟁 끝에 이미 지난 5월 7일 군의회의 반대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고흥군민들은 해남군과는 달리 강 건너 불구경하듯 화력발전소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했다.
설마 지붕 없는 미술관, 청정 고흥군이라 내세우고 있는 고흥군에서 화력발전소를 유치하겠는가? 고흥군수를 굳게 믿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박병종 고흥군수는 그런 군민들의 순수한 열망을 무참히 깼다.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결정한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화력발전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화력발전소 관련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연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력발전소반대대책위'는 고흥군의 대책위 구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흥군이 찬반 측 개입을 차단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면서 군민대책위에 유치 찬성 쪽 추천 인사를 포함시켰다. 고흥군의 의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고흥군이 발전소 유치로 가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고흥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석탄 화력발전소 반대 고흥군민 총궐기대회 참가자 일동'으로 내놓은 발표문에 다음과 같이 고흥군수를 반박하고 있다.
"고흥군수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핑계를 대며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화력발전소를 추진하여 왔다. 화력 발전소 예정지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의 동의 서명을 봉래면 사무소를 통해 주도하였으며 중립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며 군 자체적으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로 발표하였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제기하며 은근슬쩍 포스코 건설에 넘겼고 환경영향평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를 한다며 졸속으로 군민참여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기관에 맡기는 등 음모적으로 발전소 건설을 위한 추진 절차를 밟는 등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반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민선 군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군민을 배반하는 행정을 펼쳐왔다."
대책위 말대로 "전문기관의 타당성 용역과 연구조사가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당성 용역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의 연구 조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서의 발전소 건설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거기다가 타당성 용역을 시행업체인 포스코에서 주관하고 있으니 그 결과는 빤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고흥군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다. 말로는 다들 화력발전소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전면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받고 있는 이런저런 지원금 때문에 고흥군수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했다. 천막농성, 선전활동 등을 통해 '대책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 보였다.
화력발전소 건설 논란 294일째... 이제 더이상 군수를 믿고 지켜볼 수 없다
고흥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논란이 시작된 지 9월 21일 현재 294일째. 그동안 대책위에서는 군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중간 중간에 집회를 가졌지만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사이 단 한 차례 거리행진이 있었다. 하지만 핵발전소 반대 집회 때처럼 3백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주야장천 화력발전소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고흥군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중립 위치를 고수한다는 식으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고흥군수는 그동안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전부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큰 착오였다.
이번에는 얼마나 모였을까? 여전히 행사장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느긋한 고흥 사람들을 보면서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나는 그동안 고흥군민들의 미지근한 반응만을 보아왔었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층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당에도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군민회관에 모인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천몇백 명(경찰 추산 1,100명. 대책위 추산 1,500명).
숫자가 뭘 그리 중요한가? 묻는다면 중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포스코 관계자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몇몇에 불과하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흥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1500명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말한다면 그것은 단세포 동물의 계산법이나 다름없다. 만약 서울광장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10만 명이 모였다 하자, 그 인원이 대한민국 전체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지인 나로도의 어민회, 고흥군연합자망협회, 한국 김산업 어민회 고흥군지회, 고흥군 농민회, 한국농업경영인고흥군연합회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군 단위에서 농어민들이, 그것도 한창 바쁜 시기에 천 명 이상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집회에는 고흥군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장을 비롯해 저 멀리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 주민까지 합세했다.
대책위는 "9월 21일 현재 어업, 농업, 환경 및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총 47개 단체가 고흥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보성, 순천, 여수 등 발전소 예정지 인근 시군의 어업, 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광주 전남 신규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녹색전남을 표방하는 전남의 전체적인 문제로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선전활동, 1인 시위, 천막농성, 집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주민들과 단체들을 만나 대부분의 군민들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행사장에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군수는 물론이고 단 한 명의 군의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 대신 농민회 회원 중의 한 사람인 고흥 토박이를 만났다.
"오늘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한 일은 거의 없었다. 고흥 사람들은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서 그동안 집회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제 더이상 군수를 믿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면 그동안 화력발전소 반대 운동에 방해 공작이 많았던 모양이다.
"농민회에서 각 면의 이장단들 모임에 참가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회를 가지려 했는데 한 개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허락을 하지 않아 그마저 못했다. 이번 집회에서도 한 마을의 이장이 집회 소식을 알리는 동네 방송을 했다가 면으로부터 제지당하기까지 했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를 하지 않더라도 화력발전소가 자신의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청할 수 있지 않은가? 고흥군은 그마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에 대해 군민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정보제공을 받을 권리조차 차단하고 있으면서 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건설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은밀히 밀실행정을 펼쳐 화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고흥군의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은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이명박 정부를 닮았다. 얼토당토않게 핵발전소를 녹색 에너지라 여기는 무지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똑 닮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청정 고흥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 수렴해 유치 여부 결정하겠다? 뻔한 꼼수지요"
행사를 마치고 군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 행진 중간에 대책위의 몇몇 집행부 사람들이 고흥군수와 면담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하더라구요. 환경이나 경제적인 파급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겨 자료가 나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유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전문가들이 누구입니까? 빤한 꼼수지요. 난감한 표정을 지어가며 군수 입장이 돼 봐라, 그러더군요."
대책위 사람들은 '군수 입장이 돼 봐라' 했던 얘기는 군수를 통제하는 윗선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그 윗선은 그동안 고흥군을 좌지우지해왔던 정치인들일 것이라 여기고 있다.
이날 반대 집회장에 나선 이종학 해남 군의원(그는 해남 군수가 적극 추진하고 있던 해남화력발전소 건설에 맞서 20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군민들과 더불어 군 의회 부결을 이끌어 냈다)은 "지역 정치인들이 그 지역을 지키지 않고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화력발전소의 좋은 점만 내세워 기업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 이윤 위해 지역민들을 짓밟고 있다."
또한 임낙평 전남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구상 가장 더럽고 거대한 물질"이라며 시대를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일침을 놓았다.
"독성 강한 수은을 비롯한 온갖 오염물질을 내 보내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조차 줄이자는 것이 전 세계 추세다. 미국 학자의 말대로 석탄화력발전소는 죽음의 공장이다. 인류와 뭍생명들을 파괴하는 죽음의 발전소다. 그럼에도 군수 완장 찬 한 사람이 이명박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따르고 있다. 고흥화력발전소는 포스코의 극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존재하는 연말까지 결정하려 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친다 하여도 눈물을 머금고 다음해 농사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태풍으로 한 해 어장을 망친다 해도 다음 해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몰고 올 파장은 평생 농사를, 평생 바다 일을 망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후손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게 어디 고흥군만의 문제이겠는가?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자리는 바로 해상국립공원, 대한민국의 환경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대책위에서는 나로호 발사(10월 26~31일 예정)에 맞춰 대대적인 시위를 통해 나로도 해상국립공원에 건설될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청정한 바다와 하늘 땅을, 청정 고흥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흥군수의 분명한 답변이 없으면 주민소환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다).
폭풍전야,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기 전날,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사방천지가 고요할 때가 있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사람들이 뿔나면 무섭다. 고흥군민들이 생업을 접고 생존권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온갖 오염물질을 배출해 내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자업자득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 건설하겠다는 것이 결국 자연환경을 망가뜨려 인간을 해치게 된다.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거리는 없을 것이다.
출처 : 인간이 만든 '태풍'에 고흥 사람들이 뿔났다
[현장] 태풍보다 무서운 석탄화력발전소에 맞선 고흥군민들
[오마이뉴스] 송성영 | 12.09.23 13:06 | 최종 업데이트 12.09.23 13:06
▲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수많은 고흥군민들 (대책위 집계 1,500명, 경찰 집계 1,100명)이 모여 행사를 마치고 군청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흥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회를 가졌던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 송성영 |
최근 한 달 사이에 세 차례의 엄청난 태풍이 지나갔다. 하지만 전남 고흥에는 내내 또 다른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하루 이틀 농산물이나 어장을 휩쓸어가는 초대형 태풍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청정 고흥의 미래를 황폐화시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라는 인간이 만든 태풍이다.
고흥군민들이 그 석탄화력발전라는 태풍을 막아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섰다. 자연의 태풍은 막아낼 수 없지만 인간이 만들어나는 태풍은 인간만이 막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군민들은 생업을 접었다. 농어민을 비롯해 수많은 고흥 군민들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군민회관에 모였다.
한창 바쁜 시기에 고흥군민이 왜 나섰을까
얼마 전 포스코에서 추진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나로도 입구에 '7조8천억 원 규모 화력발전소 유치 고흥의 미래가 확 달라집니다'라는 유혹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고흥의 미래가 확 달라진다는데 고흥군민들은 농사일이며 어장 일에 한창 바쁜 이 시기에 왜 반대 머리띠까지 두르고 나섰을까?
7조 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으로 지어진다는 석탄화력발전소, 그 7조 원은 고흥군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흥군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그 7조 원만큼, 아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온갖 오염원으로 청정 고흥의 땅과 바다, 청정 고흥의 미래를 확 달라지게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1일. 고흥 군민회관에서 고흥군민총궐기대회가 있었다. 평소 느려터진 나는 행사장에 10분 늦게 도착했다. 고흥군민 회관 앞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비장하거나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붉은 머리띠나 깃발들에 적힌 다양한 구호만큼이나 비장하지는 않았다. 무슨 군민잔칫날 같은 분위기였다. 어장 일이며 농사일에 바쁜 사람들이 모처럼 만에 만나 잡은 손에서는 웃음마저 배어 나온다. 생존권 투쟁 집회에 나온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표정들이 희희낙락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들의 표정들 속에는 여유로움뿐만 아니라 이런 것쯤이야 하는 그 어떤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바다를 옆에 끼고 살아가면서 바다를 삼키고 집채를 삼킬 만한 온갖 태풍들을 온몸으로 겪어온 사람들이 아닌가?
▲ 고흥군민회관 앞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비장하거나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붉은 머리띠나 깃발들에 적힌 다양한 구호만큼이나 비장하지는 않았다. 무슨 군민잔치 행사장 같은 분위기다. ⓒ 송성영 |
▲ 느려터지기로는 충청도 출신인 나 만큼이야 하겠냐 싶었는데 고흥 사람들은 나보다 더 느리고 여유가 있다. 예정된 행사 시간이 20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느긋하게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고흥군민들. ⓒ 송성영 |
오전 10시 20분. 행사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지났다. 여기저기서 행사를 시작한다며 행사장으로 들어가자는 호각을 불어대고 있지만 행사장 밖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고흥에 정착한 지 벌써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느려 터지기로는 충청도 출신의 나만큼이야 하겠냐 싶었는데 고흥 사람들은 나보다 더 느리다. 느린 내가 조급증이 날 정도로 느리다. 2년 전에도 그랬다.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전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큰 싸움 없이 핵발전소를 막아낸 이듬해 곧바로 화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발표됐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은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전남 해남군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 해남군은 군민들의 극렬한 투쟁 끝에 이미 지난 5월 7일 군의회의 반대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고흥군민들은 해남군과는 달리 강 건너 불구경하듯 화력발전소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했다.
설마 지붕 없는 미술관, 청정 고흥군이라 내세우고 있는 고흥군에서 화력발전소를 유치하겠는가? 고흥군수를 굳게 믿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박병종 고흥군수는 그런 군민들의 순수한 열망을 무참히 깼다.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결정한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화력발전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화력발전소 관련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연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력발전소반대대책위'는 고흥군의 대책위 구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흥군이 찬반 측 개입을 차단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면서 군민대책위에 유치 찬성 쪽 추천 인사를 포함시켰다. 고흥군의 의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고흥군이 발전소 유치로 가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고흥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석탄 화력발전소 반대 고흥군민 총궐기대회 참가자 일동'으로 내놓은 발표문에 다음과 같이 고흥군수를 반박하고 있다.
"고흥군수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핑계를 대며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화력발전소를 추진하여 왔다. 화력 발전소 예정지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의 동의 서명을 봉래면 사무소를 통해 주도하였으며 중립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며 군 자체적으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로 발표하였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제기하며 은근슬쩍 포스코 건설에 넘겼고 환경영향평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를 한다며 졸속으로 군민참여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기관에 맡기는 등 음모적으로 발전소 건설을 위한 추진 절차를 밟는 등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반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민선 군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군민을 배반하는 행정을 펼쳐왔다."
대책위 말대로 "전문기관의 타당성 용역과 연구조사가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당성 용역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의 연구 조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서의 발전소 건설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거기다가 타당성 용역을 시행업체인 포스코에서 주관하고 있으니 그 결과는 빤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고흥군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다. 말로는 다들 화력발전소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전면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받고 있는 이런저런 지원금 때문에 고흥군수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했다. 천막농성, 선전활동 등을 통해 '대책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 보였다.
화력발전소 건설 논란 294일째... 이제 더이상 군수를 믿고 지켜볼 수 없다
고흥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논란이 시작된 지 9월 21일 현재 294일째. 그동안 대책위에서는 군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중간 중간에 집회를 가졌지만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사이 단 한 차례 거리행진이 있었다. 하지만 핵발전소 반대 집회 때처럼 3백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주야장천 화력발전소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고흥군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중립 위치를 고수한다는 식으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고흥군수는 그동안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전부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큰 착오였다.
이번에는 얼마나 모였을까? 여전히 행사장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느긋한 고흥 사람들을 보면서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나는 그동안 고흥군민들의 미지근한 반응만을 보아왔었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층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당에도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군민회관에 모인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천 몇 백 명.(경찰 추산 1,100명. 대책위 추산 1,500명.) ⓒ 송성영 |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층 객석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강당에도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군민회관에 모인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천몇백 명(경찰 추산 1,100명. 대책위 추산 1,500명).
숫자가 뭘 그리 중요한가? 묻는다면 중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포스코 관계자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몇몇에 불과하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흥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1500명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말한다면 그것은 단세포 동물의 계산법이나 다름없다. 만약 서울광장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10만 명이 모였다 하자, 그 인원이 대한민국 전체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지인 나로도의 어민회, 고흥군연합자망협회, 한국 김산업 어민회 고흥군지회, 고흥군 농민회, 한국농업경영인고흥군연합회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군 단위에서 농어민들이, 그것도 한창 바쁜 시기에 천 명 이상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집회에는 고흥군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시민단체장을 비롯해 저 멀리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 주민까지 합세했다.
대책위는 "9월 21일 현재 어업, 농업, 환경 및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총 47개 단체가 고흥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보성, 순천, 여수 등 발전소 예정지 인근 시군의 어업, 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광주 전남 신규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녹색전남을 표방하는 전남의 전체적인 문제로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선전활동, 1인 시위, 천막농성, 집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주민들과 단체들을 만나 대부분의 군민들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행사장에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군수는 물론이고 단 한 명의 군의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 대신 농민회 회원 중의 한 사람인 고흥 토박이를 만났다.
"오늘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한 일은 거의 없었다. 고흥 사람들은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서 그동안 집회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제 더이상 군수를 믿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면 그동안 화력발전소 반대 운동에 방해 공작이 많았던 모양이다.
"농민회에서 각 면의 이장단들 모임에 참가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회를 가지려 했는데 한 개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허락을 하지 않아 그마저 못했다. 이번 집회에서도 한 마을의 이장이 집회 소식을 알리는 동네 방송을 했다가 면으로부터 제지당하기까지 했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를 하지 않더라도 화력발전소가 자신의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청할 수 있지 않은가? 고흥군은 그마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에 대해 군민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정보제공을 받을 권리조차 차단하고 있으면서 군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건설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은밀히 밀실행정을 펼쳐 화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고흥군의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은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이명박 정부를 닮았다. 얼토당토않게 핵발전소를 녹색 에너지라 여기는 무지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똑 닮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청정 고흥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 수렴해 유치 여부 결정하겠다? 뻔한 꼼수지요"
▲ 행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온 고흥군민들 ⓒ 송성영 |
행사를 마치고 군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 행진 중간에 대책위의 몇몇 집행부 사람들이 고흥군수와 면담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하더라구요. 환경이나 경제적인 파급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겨 자료가 나오면 군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유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전문가들이 누구입니까? 빤한 꼼수지요. 난감한 표정을 지어가며 군수 입장이 돼 봐라, 그러더군요."
대책위 사람들은 '군수 입장이 돼 봐라' 했던 얘기는 군수를 통제하는 윗선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그 윗선은 그동안 고흥군을 좌지우지해왔던 정치인들일 것이라 여기고 있다.
이날 반대 집회장에 나선 이종학 해남 군의원(그는 해남 군수가 적극 추진하고 있던 해남화력발전소 건설에 맞서 20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군민들과 더불어 군 의회 부결을 이끌어 냈다)은 "지역 정치인들이 그 지역을 지키지 않고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화력발전소의 좋은 점만 내세워 기업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 이윤 위해 지역민들을 짓밟고 있다."
또한 임낙평 전남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구상 가장 더럽고 거대한 물질"이라며 시대를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일침을 놓았다.
"독성 강한 수은을 비롯한 온갖 오염물질을 내 보내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조차 줄이자는 것이 전 세계 추세다. 미국 학자의 말대로 석탄화력발전소는 죽음의 공장이다. 인류와 뭍생명들을 파괴하는 죽음의 발전소다. 그럼에도 군수 완장 찬 한 사람이 이명박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따르고 있다. 고흥화력발전소는 포스코의 극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존재하는 연말까지 결정하려 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친다 하여도 눈물을 머금고 다음해 농사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태풍으로 한 해 어장을 망친다 해도 다음 해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몰고 올 파장은 평생 농사를, 평생 바다 일을 망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후손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게 어디 고흥군만의 문제이겠는가?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자리는 바로 해상국립공원, 대한민국의 환경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대책위에서는 나로호 발사(10월 26~31일 예정)에 맞춰 대대적인 시위를 통해 나로도 해상국립공원에 건설될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청정한 바다와 하늘 땅을, 청정 고흥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흥군수의 분명한 답변이 없으면 주민소환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다).
폭풍전야,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기 전날,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사방천지가 고요할 때가 있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사람들이 뿔나면 무섭다. 고흥군민들이 생업을 접고 생존권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석탄화력발전소반대 고흥군민총궐기대회 결의문 |
우리는 여러 차례의 현장 견학을 통해 온배수 배출에 따른 바다의 황폐화와 중금속을 포함하는 각종 대기 오염물질과 송전선로와 송전탑에 의한 전자파로 주민들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 피해 보상을 둘러싼 민원 발생으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공동체의 분열과 반목의 심화 등 석탄 화력발전소가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우리는 오늘 화력 발전소 추진을 포기하라는 대다수 군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바쁜 생업을 미루고 이 자리에 모였다. 현재 농업과 어업은 고흥을 떠받치는 근간이며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문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후기 산업사회의 위기 등을 고려 해 볼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청정고흥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6차산업의 새로운 전망을 세워 나가는 것이 고흥을 살리는 길이라 확신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고흥의 근간 산업인 농업과 어업이 무너지고 농업과 어업이 무너지면 서비스업도 같이 무너져 고흥의 전체적인 경제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지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후진적인 사양사업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절대로 고흥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아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대다수 반대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석탄화력 발전소 저지를 결의한다." -결의문 일부 발췌- |
덧붙이는 글 | 온갖 오염물질을 배출해 내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자업자득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 건설하겠다는 것이 결국 자연환경을 망가뜨려 인간을 해치게 된다.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거리는 없을 것이다.
출처 : 인간이 만든 '태풍'에 고흥 사람들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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