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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엔 나혼자"... 테니스장 독차지한 MB

"토요일 오전엔 나혼자"... 테니스장 독차지한 MB
[단독-제보취재] 전화 한 통화로 매주 5시간 독점... 일반시민 이용 못해
[오마이뉴스] 이병한, 남소연, 강민수 | 13.04.18 11:29 | 최종 업데이트 13.04.18 12:03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편법적인 방식을 사용해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오전 매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 지난 6일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실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편법적인 방식을 통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황금시간대인 매주 토요일 오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집을 통한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는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은 일주일 전부터 예약만 하면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누리집 예약을 거치지 않은 채, 테니스장 측이 전산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황금 시간대에 실내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 수 없는 시민들은 토요일 오전 실내 테니스장을 이용하기 위해 일찍부터 누리집에 접속, 예약을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테니스장 예약은 이 전 대통령 비서진이 테니스장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KSPO&CO·대표 신중석)에 '이번 주 토요일에 간다'고 전화를 하면, 테니스장 관리 직원이 내부 예약 전산 프로그램에서 5번 코트를 다른 사람이 예약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5번 코트는 토요일 오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는 유일한 실내 코트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주(4월 셋째 주) 토요일인 20일 오전에도 이미 코트를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출자한 공기업이다.


"시민 사용시설 사유화, 타당치 않아... 똑같이 인터넷 예약해야"

▲ 이 전 대통령은 비서진의 전화 한통으로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 5번 코트를 미리 잡아놓는 방식으로 테니스를 쳐왔다. 5번 코트는 토요일 오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는 유일한 실내 코트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이 대통령의 뒤편으로 코트 번호를 가리키는 5번이 보인다. ⓒ 남소연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 국가대표 선수 3명과 함께 복식을 쳤다. 그중 한 명이 이 전 대통령에게 공을 공손히 전달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3월 24일 저녁, <오마이뉴스>에 다음과 같은 익명 제보가 접수됐다.

"테니스 동호인입니다. 주말마다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올림픽공원 누리집에 일주일 전에 들어가 선착순으로 예약을 합니다. 시설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시민의 시설이지요.

그런데 MB 퇴임 이후 2달 전부터인가 토요일 오전에는 이 시설을 MB가 독점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의 토요일 오전 시간은 예약 자체가 안되더군요. 할 수 없이 추운데 벌벌 떨면서 실외 코트를 예약해서 치다가 우연히 실내코트를 봤습니다. 실내에는 MB 경호원들이 쫙 깔려있고 그 안에서 MB가 선수 출신들과 테니스를 즐기고 있더군요.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시설이 맘에 들었는지 매주 토요일은 MB가 사유 재산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MB가 안 올 때도 토요일 오전 8시부터 1시까지는 예약 자체가 안된다는 겁니다. 시설 관련자에게 물어보니 MB가 토요일 오전마다 잡아놔서 일반 시민에게는 예약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전직 대통령이면 어디 재임 중에 만들어 놓은 시설도 많을 텐데, 이렇게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시설을 사유화해서 쓰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정 사용하고 싶다면 다른 시민과 똑같이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써야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즉각 확인 취재에 돌입했다. 3주일 넘게 확인한 결과 제보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토요일마다 어김없이 등장, 전 국가대표들과 테니스 치는 MB

▲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 홈페이지의 4월 20일(토)자 실내 테니스장 5번 코트 예약 화면. 해당일로부터 일주일 전인 14일(일) 0시 즈음에 들어갔음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이미 예약이 완료돼 선택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 이병한
제보 접수 직후 누리집을 통해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 예약 현황을 확인한 결과, 토요일인 3월 30일 오전은 이미 예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은 당일 예약은 받지 않고, 오직 누리집을 통해 일주일 전부터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토요일 예약은 그 전 주 일요일 새벽 0시부터 가능하다. 예약 가능한 시간대만 목록에 뜨고 예약이 완료된 시간대는 뜨지 않는 방식이다.

지난 3월 30일 <오마이뉴스> 기자는 오전 일찍 현장 확인을 위해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으로 갔다.

오전 8시께부터 5번 코트에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 복식으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귀에 무전기를 꽂은 남성 5명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오늘 쌀쌀한 편이네" "실외는 영상 4도, 실내는 10도" 등의 대화를 나눴다. 기자가 이들 중 한 명에게 5번 코트 사람들이 테니스를 매우 잘 친다고 묻자 "검은색 유니폼 남자, 자주색 옷 여자는 전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전 9시 20분께 검은색 리무진이 실내 테니스장 앞에 멈췄다. 이 전 대통령이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왔고, 먼저 와 있던 사람들과 테니스를 쳤다.

그날 밤, 자정을 넘겨 3월 31일이 되자마자 누리집에 접속해 일주일 뒤인 4월 6일 토요일 오전 실내 테니스장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예약이 불가능했다.

일주일이 지난 4월 6일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려 야외 코트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실내 5번 코트는 이 전 대통령 차지였다. 역시 오전 8시께부터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 테니스를 쳤다. 오전 8시 30분께부터 코트가 청소됐고, 오전 9시 5분께 이 전 대통령이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뒤 9시 30분께부터 남자 세 명과 함께 복식으로 테니스를 쳤다. 이 전 대통령은 낮 12시 정도까지 운동을 한 후 테니스장을 떠났다.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경기장 입구. 6일 오전처럼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엔 야외 코트를 사용할 수 없어 실내 코트 예약자들만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 ⓒ 남소연

그날 밤 자정, 일주일 뒤인 4월 13일 치 예약 시스템이 열렸으나, 역시 오전 시간 실내 테니스장 5번 코트는 이미 누군가 예약한 상태로 나왔다.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의 거짓 해명

▲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코트별 예약자 현황 자료. 이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 후 첫 토요일인 3월 2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에는 예약 기록 자체가 없었다. 퇴임 이전 토요일 오전에는 항상 일반 시민들의 예약 기록이 있었다. ⓒ 이병한

2주 연속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를 친 사실과 토요일 오전 일반인 예약이 불가능한 상황을 확인하고, 지난 9일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에 찾아갔다. 테니스장 담당자는 "우리가 임의대로 조작하는 것은 아니고, 그쪽(이 전 대통령 측)에서 누리집에 들어가 예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쪽에 사람들이 매우 많지 않은가, 그래서 매번 (예약에) 성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코트별 예약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2월 25일 이후 첫 토요일인 3월 2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에는 예약 기록 자체가 없었다. 이 전 대통령 퇴임 이전 토요일 오전에는 항상 일반 시민들의 예약 기록이 있었다.

기록을 들이대자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은 사실을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비서진에게서 전화가 오면 우리가 미리 잡아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있거나 청소 등 특별한 사정을 위해 시스템상 예약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배재정 의원은 "이런 예민한 문제를 일개 담당자나 팀 차원에서 결정했을 리 없다"며 "회사 고위층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약 전산시스템 차단하는지 몰랐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치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매주 전화 한 통화만으로 예약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에서 예약 전산시스템을 조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관은 "전산 시스템을 블록(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몰랐다"며 "시민들이 예약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알고 나니 불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그런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앞으로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겠다"며 "올림픽공원 테니스장뿐 아니라 다른 곳도 가서 (테니스를) 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드러난 'MB, 올림픽공원 독점 테니스' 사례는 ▲ 비서진의 전화만으로 독점적으로 코트가 사용된 점 ▲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권리가 박탈된 점 ▲ 테니스 파트너로 국가대표 선수가 동원된 점 등 2006년 서울시장 시절 '황제 테니스 논란'의 완벽한 재현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용 요금에 대해 "그때그때 와서 카드로 결제했다, 영수증이 다 보관돼 있다"고 밝혔지만, 결제 여부와 금액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 또 황제 테니스... MB가 테니스를 사랑하는 법).

▲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새벽부터 비가 온 이 날은 실내 코트를 제외한 야외 코트에서는 예약을 해도 테니스를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남소연


출처 : "토요일 오전엔 나혼자"... 테니스장 독차지한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