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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중앙, CJ-삼성 비자금 다른 보도태도

중앙, CJ-삼성 비자금 다른 보도태도
CJ 의혹엔 엿새 연속 1면 기사
삼성 사건땐 소극적 보도 일관

[한겨레] 최원형 기자 | 등록 : 2013.05.30 19:59 | 수정 : 2013.05.30 21:00


▲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중앙일보>의 23일치 사설(왼쪽)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했을 때 이를 비난한 같은 신문의 2008년 3월6일치 사설. (※. 그림을 누르면 큰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씨제이(CJ)그룹 비리 의혹을 다루는 <중앙일보>의 태도가 삼성그룹 사건과는 확연히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씨제이 사건은 20일 검찰의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요 뉴스거리로 떠올랐다.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수사 속보와 이재현 회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는데, 중앙일보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신문은 23~28일 연이어 1면에 씨제이 쪽 비자금 조성 의혹과 이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전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한 다음날인 23일, 1면 뉴스분석과 종합면 두 면을 할애해 국세청이 2008년 세무조사에서 씨제이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 씨제이가 고가 미술품 거래와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에 따라 세금을 탈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자세히 다뤘다. 24일치에는 이 회장이 국외 비자금으로 일본 도쿄에 234억원짜리 건물을 샀다는 소식을 1면에 단독 보도로 전한 뒤 3개 면에 관련 소식을 크게 펼쳤다. 특히 홍콩에 직접 기자를 보내 비자금 통로로 의심받는 국외 법인들이 서류에만 존재할 뿐 실체가 없다는 취재 내용을 전했다.

그 뒤로도 이 회장이 차명재산 운용 상황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 씨제이가 2010년 온미디어를 인수해 거대 방송사업자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전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 이 회장 쪽이 2005년부터 편법 상속 준비를 해왔다는 의혹 등을 잇따라 1면에 보도했다. 진행중인 수사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모습이었다.

중앙일보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이 터졌을 때는 지금과 상반되는 보도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씨제이 비자금 의혹은 국외 법인이 등장하는 게 달라 보이지만, 대기업 오너 일가의 차명 주식이나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관리 의혹, 편법 상속·증여 의혹은 삼성 사건과 구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이후 특별검사 수사에 이르기까지 중앙일보는 소극적 보도로 일관하거나 삼성 또는 이건희 회장 쪽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2007년 12월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해 차명계좌 100여개가 적힌 전자우편 등 비자금 조성 근거를 찾아냈을 때, 이 신문은 다음날 6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금융회사 생명은 고객 비밀”, “삼성 비자금 스캔들로 한국 주식회사 타격”과 같은 기사들을 함께 배치했다. 비리를 밝히는 것보다 검찰 수사로 기업이 입을 타격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후로도 다른 언론 다수가 다루는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거나,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특검 뒤로 보류하기로 했다”와 같이 삼성 쪽에 치우친 기사를 여러 번 내보냈다. 특히 칼럼을 통해서는 폭로자인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맹비난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창간한 중앙일보는 1999년 삼성에서 분리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가 상속 재산을 놓고 형이자 이재현 씨제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와 지난해부터 소송까지 벌이는 등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종합편성채널(<제이티비시>, jTBC) 사업에 뛰어든 중앙일보는 케이블방송 강자인 씨제이와 견제 관계에 있기도 하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중앙일보 보도는) 대기업 오너의 비리에 대한 보도를 넘어 언론 지형 속의 갈등 관계가 드러나는 보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 CJ-삼성 비자금 다른 보도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