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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협력사 직원 신분증에 ‘삼성 기술자’

협력사 직원 신분증에 ‘삼성 기술자
삼성, 불법파견 의혹 증거인멸 나서
계약서 바꿔 쓰거나 업무서류 파기
“노동부는 조속히 근로감독 나서야”

[한겨레]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3.06.19 20:48 | 수정 : 2013.06.20 14:57


▲ 삼성전자서비스 이름과 로고가 또렷이 박힌 협력업체 직원용 신분증과 명함.

대규모 불법파견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소속 수리기사 장원진(가명·30대)씨의 명함은 2008년 11월 입사 뒤 세차례 바뀌었다. 하지만 명함 상단에 박힌 ‘삼성전자서비스’라는 글자만은 변한 적이 없다. 장씨의 ‘명함사’는 삼성의 위장도급 의혹뿐 아니라 갑을 관계의 노동착취 실태를 상징한다.(<한겨레> 18일치 1·6면, 19일치 9면)

첫번째 명함엔 ‘신포항협력사’가 적혀 있다. 난데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해 여섯달 삼성 교육을 받고 ‘포항서비스센터’로 왔다. 포항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 지사 격인 줄 알았지, 이런 도급업체일 줄은 몰랐다.” 장씨의 얘기다.

장씨가 외근 중 만나는 고객들도 때로 난데없어 한다. “(건넨 명함에 적힌) ‘협력사’가 뭐냐. 본사 직원으로 바꿔달라”고 콜센터에 항의하는 것이다. 장씨는 본사 정규직 기사보다 실력을 자신한다. 6개월짜리 삼성 교육 뒤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1·2등에게 직접 주는 표창장도 받았다. 그리고 ‘삼성에 등록된 기술자’라고 적힌 신분증을 받았다.

지난해 회사명은 ‘포항SVC(서비스의 줄임말)’로 바뀌었다. 협력사를 뗀 것이다. 때마침 주소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포항서비스센터(북구 우현동) 안에 함께 있던 본사의 지점 사무실이 커지면서 협력업체 외근 기사들만 내쫓기듯 다른 건물(북구 중앙로)로 입주했다.

포항SVC는 지난 4월 사라졌다. 사장이 돌연 교체되면서다. 지난해까지도 삼성 본사 지점장이던 차아무개씨가 협력업체 사장이 됐다. 장씨는 “퇴직금 적립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으며 노사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실적이 부진한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지금 명함 속 회사명은 ‘포항디지털서비스’다. 물론 삼성 로고는 그대로다.

이 업체도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삼성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협력업체에 비치된 삼성 제작의 외모·복장 규정, 실적 게시판 등을 최근 뗐다.

이날 부산 쪽 협력업체 한 직원은 사장이 직접 “노조 가입, 소송 참여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증거인멸과 회유는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급히 계약서를 바꿔 쓰거나 협력사에 하달한 각종 업무지시 등 기존 서류들을 파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증거인멸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고용노동부는 당장 증거보존 조치를 취하고 수사개시(근로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근로감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이 구체화되는 데까지 2~3일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협력사 직원 신분증에 ‘삼성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