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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안 다니는 30억원짜리 ‘자전거 육교’

자전거 안 다니는 30억원짜리 ‘자전거 육교’
고양시 호수로 도로와 연계 안돼
이용자 거의 없어 1년반째 방치
시민들 예산낭비·전시행정 지적

[한겨레] 고양 글·사진/박경만 기자 | 등록 : 2013.07.31 19:47 | 수정 : 2013.08.01 12:16


▲ ‘자전거 육교’

경기도 고양시가 인적이 거의 없는 일산동구 백석동 호수로에 30억원을 들여 초호화 ‘자전거 육교’(사진)를 지었으나, 실제 이용자가 없이 2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산동구 마두동 마두공원에는 ‘접경지역 지원사업용’ 국가예산으로 인공 실개천을 만들어 시민들로부터 예산 낭비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오후 백석동 우편집중국 인근 호수로에는 건너편 농로와 연결한 나선형 자전거 육교(길이 86m, 너비 5.5m)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고, 오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전거 육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 육교를 건넌 뒤 나선형 길을 따라 반대편 도로에 내리는 방식으로 설치돼 있다. 준공된 지 1년6개월이 된 육교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 곳곳에 물이 새고 시멘트 바닥과 난간 일부는 뜯겨 있었다. 1~2층 사이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매점과 사무실, 창고 자리는 유리창이나 출입문도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백석동이 지역구인 김필례 고양시의원은 “자전거도로도 없는 외진 곳에 쓸데없이 이런 걸 만들어 예산을 낭비했다. 밤이면 청소년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무섭다고 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육교는 2008년 6월 당시 지역 국회의원 ㅂ씨가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15억원을 받아와 건립이 추진됐다. 고양시는 시비 15억원을 더해 30억원을 들여 2010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월 준공했다. 당시 육교는 애초 호수로를 횡단하는 주민들의 보행 안전과, 실시설계중인 ‘그린웨이’(호수공원~한강난지생태공원 9.8㎞) 자전거도로와 연계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그린웨이가 완성되면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일산동구 마두공원에 상수도를 이용해 길이 50m, 너비 1m가량의 실개천과 바닥 분수를 조성하는 ‘녹색웰빙공원’을 만들어 최근 개장했다. 이 사업은 공사비 6억2500만원 가운데 ‘특수상황 지역개발사업’ 명목의 국비 5억원이 쓰였다. 특수상황 지역개발사업이란 접경지역의 소외된 주민의 복지 증진과 지역발전 등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다. 하지만 마두공원 주변은 평균 주거면적이 158.4㎡(48평)가량인 고양시의 대표적인 부자마을이다. 마두동 주민 최아무개(48)씨는 “주민복지 관련 시급한 민생사업들이 많을 텐데 이같이 불필요한 사업에 국비 수십억원을 쓰다니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출처 : 자전거 안 다니는 30억원짜리 ‘자전거 육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