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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국정원, 수년 내사했다면서…범죄혐의 대부분 ‘하룻밤 모임’에 의존

국정원, 수년 내사했다면서…범죄혐의 대부분 ‘하룻밤 모임’에 의존
국정원 수사, 미진한 부분들
● 북-이석기 주장 같다면서 직접 연관성 못찾아
● ‘애국가 부정’ 공개발언까지 국헌문란 의도 해석
● ‘RO는 지하혁명조직’ 못 박고 보안법 적용안해
● 조직원 규모 애매모호한데다 혐의엔 추측 많아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3.09.02 20:21 | 수정 : 2013.09.02 23:39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가운데) 등 국회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22일 국회에 제출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면, 수년간 내사를 통해 내란음모의 증거를 탄탄하게 확보했다는 국가정보원의 ‘호언’과 달리 군데군데 허술하거나 미진한 대목들이 보인다.

특히 국정원은 주요 범죄사실의 ‘절대량’을 지난 5월12일 단 하룻밤치 ‘RO’(아르오) 모임 대화 녹취록에 의존하는가 하면, 북한과의 연계성이나 아르오 조직의 실체 등 핵심 쟁점들 역시 앞으로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겨놓았다. 압수물 분석 등 수사가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정원이 ‘덜 익은’ 사건을 섣불리 터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수사에서 이 의원과 북한의 연계성은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여느 공안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에 ‘북한이 반국가단체인 점’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북한공산집단은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조직된 반국가단체로서…”로 시작하는 첫 문장도 다른 공안사건들의 ‘판박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북한의 주장과 이 의원이 총책을 맡고 있다는 아르오의 주장이 같다고 나열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할 뿐,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제시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이 의원을 구속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은 이 의원의 공개 발언까지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는 정황근거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15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국정원은 “불문헌법이라 할 수 있는 애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정당성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피의자의 국헌문란 의도가 외부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적시했다.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국정원이 제시한 모든 범죄사실의 중심에는 아르오가 있지만, 정작 국정원조차 국내 무장폭동을 조직적으로 음모했다는 이 조직의 규모를 ‘이석기 5월 모임’에 참석한 숫자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아르오의 규모와 관련해 “5월12일 전체 조직원 회합에 130여명의 조직원이 집결한 것으로 보아 130여명을 상회하는 특정 다수인으로 구성된 결사체”라고 밝혔다. 수년간 내사를 벌이고 추적했다면서도 조직원의 정확한 규모를 적시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결성된 조직인지도 국정원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또 아르오를 “지하혁명조직”이라고 단정하고서도, 정작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정원은 “아르오의 범죄 실행이 착수될 경우 이에 호응해 북한이 전면 무력도발을 감행할 위험성도 예견된다”며, 실체도 모호한 극소수 인원의 폭동에 호응해 북한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5월12일 모임 이틀 전 곤지암 청소년 수련원에서 열린 아르오 모임에서 이 의원이 조직원들에게 했다는 “(다음 소집령 때는) 아이는 안고 오지 말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다”는 발언도 내란을 음모한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참석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모임에 참석한 것을 이 의원이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출처 : 국정원, 수년 내사했다면서…범죄혐의 대부분 ‘하룻밤 모임’에 의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