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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우체국 택배기사 노조결성 금지는 위법 소지”

“우체국 택배기사 노조결성 금지는 위법 소지”
우정사업본부가 근거로 삼은
표준계약서 법률자문 결과

[한겨레] 조혜정 기자 | 등록 : 2013.10.07 08:19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택배위탁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우체국 택배기사의 노동조합 결성을 금지해온 것은 헌법과 노동조합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이 6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우정사업본부는 한 법무법인에 표준계약서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의뢰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지난달 26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택배기사의 단체 결성 금지 행위(헌법 및 노조법상 노조 조직·가입 규정 위반, 공정거래법상 경영 간섭) △택배 차량의 도색과 도색 제거 비용을 택배기사나 위탁업체에 부담시키는 행위(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 △택배기사 채용 제한 행위(공정거래법상 경영 간섭)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정사업본부가 노조 결성 금지의 근거인 우체국 택배위탁 표준계약서를 10년 넘게 이용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공기업이 노동계약의 위법성을 알고서도 그동안 눈감아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단체 결성 불인정 등 기본권 침해 요소 조항을 폐지”하고 택배기사의 처우개선과 권익보호 내용이 담긴 쪽으로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법률자문과 개정 방침 결정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한번도 표준계약서의 위법성 문제를 따져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우체국 택배기사 협의회가 여러 차례 개정 요구를 했는데도 이를 묵살해오다 지난달 10일 최 의원이 국감 자료를 요청한 뒤에야 급히 관련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표준계약서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요소가 있는데, 앞으로 이를 ‘사업자’로 바꿔 택배기사에게 불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의원은 “정부기관이 위법성 높은 계약서를 근거로 10여년 동안이나 노동자들을 혹사시킨 것도 문제지만, 표준계약서가 개악될 가능성도 높다. 이번 국감에서 위탁택배 등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남용 실태 전반을 따져보고, 불합리한 문제는 바로잡고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우체국 택배기사 노조결성 금지는 위법 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