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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법원,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위한 회계조작’ 인정

법원,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위한 회계조작’ 인정
노동자 153명 해고무효 판결
2008년 당기순손실 1861억인데
‘미래 손실’ 더해 7110억 ‘뻥튀기’
신차종 미래가치 누락
렉스턴 등 판매량도 줄여

[한겨레]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4.02.07 20:05 | 수정 : 2014.02.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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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2009년 대량해고가 부당하다는 7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회계조작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회계조작을 인정한 셈이다. 해고의 전제가 된 경영상 위기를 입증하겠다며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회계보고 등에 대해 법원이 ‘허위’라는 사실 판단을 한 것이다.

▲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원고들에게 한 해고는 모두 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와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165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근거는 안진회계법인과 회사가 작성한 감사보고서, 재무제표였다. 2008년 말 쌍용차의 당기순손실은 1861억원이었으나, 회계법인이 현재의 유형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실,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손상차손(유형자산 손상차손)을 더하면서 7110억원으로 증가했다.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전체 회사 인력 7135명 중 2646명(37%)을 감원하면 연간 23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이날 판결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부풀려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쌍용차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는 1심 판결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쌍용차의 회계조작 의혹은 생산직 정리해고자 153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 과정에서 회사가 2011년 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이듬해 이를 노조 쪽이 입수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노조와 심상정·은수미 의원 등은 추가자료 분석을 통해 ‘회계 조작’을 주장했다.(<한겨레> 2013년 6월3일치 2면, 6일치 8면)

법원은 노조 쪽 주장대로 회사가 회계에서 신차종의 미래가치를 전부 누락하고, 구차종의 판매량도 과소계상한 점 등을 인정했다. 체어맨을 제외한 액티언, 로디우스, 렉스턴 등 구차종의 사용가치를 마이너스 또는 매우 낮게 반영해 손상차손을 키웠고, 후속 차량들의 가치는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기업이 계속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유형자산의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기업이 6개 차종 중) 4개 종의 단종을 전제한 상태에서 2013년까지 일체의 신차를 개발·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회사가 가령 렉스턴의 예상 판매고를 2009년 6906대에서 2010년 2980대로 반토막 낸 계상방식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수요가 있는 차들의 단종 시점은 당기고, 판매가치는 줄이는 등 사용자 편의대로 회계원칙을 농락했다는 얘기다. 쌍용차가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축소시켜 ‘정리해고’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 등을 검찰이 즉각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해야 하고, (회계조작이 없다고 한) 금융감독원의 사과와 재감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처 : 법원,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위한 회계조작’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