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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힘 받는 재벌개혁론, 공정위 “맞춤형 규제”

힘 받는 재벌개혁론, 공정위 “맞춤형 규제”
‘문어발 확장’ 강력 대응 뜻… 출총제 부활 여론엔 반대
[경향신문] 오창민 기자 | 입력 : 2012-02-28 22:49:26 | 수정 : 2012-02-29 01:12:09


계열사 수가 늘거나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비난할 수는 없다. 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해 수익성 높은 분야에 투자하고,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자를 빙자해 총수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거나 중소기업 영역에 뛰어들어 막강한 금권력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많다는 것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 분석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실태 등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벌 개혁론도 한층 힘을 받게 됐다. 그동안의 논의가 다소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수준에서 진행됐다면, 현 시점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도 개별 기업에 맞는 ‘맞춤형’ 접근과 엄정한 법 집행, 사회적 감시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꺼낸 기업별 맞춤형 접근 방식은 정치권에서도 이미 제기됐다.

통합진보당은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에 대해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해 삼성금융그룹과 삼성전자그룹으로 나눠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씨의 영향력을 차단토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이뤄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기아차나 현대모비스를 계열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방안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나 골목상권을 침범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재벌 계열사는 ‘표적 조사’ 논란이 일더라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정위 발표를 계기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실효성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출총제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총제가 폐지된 2009년 이후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증가율이 폐지 전보다 낮거나 유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08년 12.1%인 계열사 증가율은 2009년 13.6%, 2010년 3.8%, 2011년 12.3%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은 출총제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부활을 추진 중이다. 출총제 적용 기업집단 40곳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출총제 폐지 전후의 연평균 실질 자산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출총제가 시행됐던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상위 20대 그룹의 연평균 실질 자산증가율은 5.46%였다. 반면 출총제가 완화되기 시작한 2007~2010년 증가율은 8.67%로 50% 이상 증가했다.

정치권의 재벌 개혁안이 얼마나 반영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지만 향후 공정위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공정위 강화 자체가 재벌 개혁의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총수 일가 사익추구 점검, 사회적 감시시스템 확충, 대기업 자율의 내부 견제장치 마련, 엄정한 법집행 등을 제시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정보 공개로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와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힘 받는 재벌개혁론, 공정위 “맞춤형 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