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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낙동강은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낙동강은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현장] 칠곡보에서부터 달성보까지... 4대강 재자연화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정수근 | 14.08.31 14:04 | 최종 업데이트 14.08.31 16:58


쓰레기 칠곡보

늦장마가 지나간 뒤 나가본 낙동강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북에는 경남과 달리 그리 큰 비가 오지 않아 설마했습니다. 하지만, 4대강 보로 인해 장마가 지난 뒤면 어김없이 보이던 부작용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번 비로 보의 수문까지 모두 열었으니 보 아래 강바닥은 또 얼마나 침식과 세굴을 반복할지 걱정입니다.

▲ 칠곡보 수문에 걸린 각종 쓰레기들. 이른바 생태공원인 둔치에 버려둔 쓰레기와 죽은 잡초 등이 떠내려와 보에 걸려 있다. ⓒ 정수근

▲ 칠곡보 수문에 걸린 각종 쓰레기들. 이른바 생태공원인 둔치에 버려둔 쓰레기와 죽은 잡초 등이 떠내려와 보에 걸려 있다. ⓒ 정수근

열흘 정도 계속된 늦장맛비가 갠 지난 27일 낙동강 칠곡보에서부터 달성보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봤습니다.

맨 먼저 들른 칠곡보에서부터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낙동강 둔치에 이른바 생태공원, 오토캠핑장을 만들어 두니 그곳에서 널려 있었던 쓰레기들과 잡초 등이 빗물에 쓸려와 칠곡보에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만들었습니다. '쓰레기 칠곡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칠곡보를 뒤로 하고 아래에 있는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변에 가니 거대한 나무 무덤을 만났습니다. 4대강사업 전 빽빽한 버드나무군락이 장관을 이뤘던 이곳이 지금은 거대한 나무 무덤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에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물에 잠긴 채 수장 당한 버느나무군락입니다. 무책임한 정부에 의해 수장 당한 세월호 아이들을 닮았습니다.

▲ 아름다웠던 왜관읍 금남리 버드나무군락이 강정고령보 담수 이후 오른 강수위로 수장 당한 채 고사해 버렸다. 거대한 나무무덤이다.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처이기도 한 숲이 사라진 것이다. ⓒ 정수근

▲ 거대한 나무무덤. 4대강 보는 낙동강 곳곳에 이렇게 거대한 나무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 정수근


거대한 나무무덤과 위험한 자전거도로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자전거길이 위험합니다. 오른쪽 사면이 심각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긴급히 방수포를 덮어 뒀지만, 너무나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4대강 자전거길 바람을 타고 많은 이들이 지나가는 길인데 자칫 무너져 내리면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곳은 자전거길이 들어서서는 안 됩니다. 여기는 강이 휘어지는 곳으로 비가 많이 와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면 거센 강물이 들이치는, 이른바 공격사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침식이 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이런 곳에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으니 무너져내릴 수밖에요.

▲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사면으로 위험해진 4대강 자전거길.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다. ⓒ 정수근

▲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사면으로 위험해진 4대강 자전거길.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다. ⓒ 정수근

환경단체의 거듭된 문제제기에 국토부는 긴급히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이른바 저수호안공사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공사를 어떻게 한 것인지 또 무너져 내렸습니다. 수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그나마 수장을 면해 살아남은 아름드리 버느나무까지 다 베어내고 공사를 했지만 다시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국민혈세와 수십 년은 살았을 버드나무들만 애꿎은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침식 작용이 일어나는 곳에 자전거길을 두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 자전거길은 폐쇄하는 것이 옳습니다. 아니면 강정고령보의 수문을 열어 강 수위를 낮추어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든가요.

▲ 측방침식으로 무너진 자전거도로를 응급복구한 모습. 그리고 그 오른쪽에 더이상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침식방지용 저수호안공사를 수억을 들여 공사를 해둔 모습. ⓒ 정수근

▲ 측방침식을 막기 위한 호안공사를 벌이기 위해 그나마 살아있던 아름드리 버드나무 군락마저 다 베어 버렸다. 국민혈세와 아름드리 버드나무만 다 죽인 셈이다. ⓒ 정수근


생태공원 아닌 잡초공원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만나게 되는 이른바 생태공원들은 이미 잡초들이 다 점령했습니다. 생태공원이 아니라 잡초공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자연 둔치를 인공의 공원으로 만들자 그 틈을 비집고 망초, 가시박 등의 외래종 식물들이 하천변을 가파르게 뒤덮고 있습니다. 물억새가 장관을 이루던 우리 하천의 아름다움이 하루 아침에 망가져 버렸습니다.

또 지자체에선 곳곳에 야구장과 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농사를 지으며 야생과 공존을 도모했던 이 하천부지가 도심에서 익숙하게 보는 인공공원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낙동강입니다. 매년 여름만 되면 큰물이 지는 낙동강에서 이런 시설물들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다른 무엇보다 국민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납니다.

▲ 이른바 생태공원이 거대한 잡초공원으로 방치돼 있다. ⓒ 정수근

▲ 생태공원에 조성된 야구장. 큰물이 지면 강물로 뒤덮히는 하천 둔치에 이런 시설물이 유지될 수 있을까? ⓒ 정수근

달성보도 수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2013년 여름 달성보가 수문을 완전히 열어젖히자 그후 하천 바닥에서 심각한 세굴현상이 일어나 많은 복구비가 들었습니다. 올해도 수문을 열었으니, 또 얼마나 심각한 세굴현상과 파이핑 현상이 일어날지 걱정입니다.

소수력발전소는 무슨 고장인지 정지해 있고, 힘차게 강물이 흘러나와야 할 곳에는 주검으로 떠오른 큰 잉어 한마리가 낙동강의 바뀐 환경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칠곡보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비단 칠곡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낙동강변을 거닐다 보면 수시로 만나게 되는 것이 물고기 사체입니다. 특히 붕어와 잉어들까지 죽어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비교적 더러운 4~5급수에서도 사는 잉어와 붕어마저 떠오른다는 것은 낙동강의 수질 상태가 심각함을 증명합니다.

▲ 4-5급수에서도 살아가는 잉어와 붕어들마저 죽어나고 있는 낙동강. 물고기들도 살 수 없는 낙동강에 인간들도 살 수 없다. ⓒ 정수근


4대강 재자연화,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달성보 직하류 1.5km 지점에서 낙동강에 합수되는 용호천은 이전에 역행침식이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4대강사업 전 폭이 20m 내외였던 이곳이 지금은 50m가 넘을 정도로 넓어져 버렸습니다. 역행침식에 따른 부작용 때문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부작용을 막고자 지금은 양쪽 제방의 측면을 돌망태로 완전히 도배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다고 안전해질까요? 이미 역행침식의 흔적은 5번 국도가 지나가는 교량(사촌교)에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사촌교를 받치고 있는 옹벽의 균열이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낙동강은 이번 비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안전한 낙동강이 위험하고 불안한 낙동강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였지만, 비만 오면 더 위험하고 불안한 낙동강이 돼 버린 것입니다. 하루빨리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보이시나요? 4대강이 하루하루 망가지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4대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약속은 왜 안 지키시나요? 4대강사업은 심각한 범죄행위임이 하루하루 밝혀지고 있습니다. 왜 이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단죄하지 않습니까?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그래서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 것처럼,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정의가 흐르는 대한민국을 희망합니다. 약속을 지켜주세요. 제발.

▲ 역행침식으로 용호천을 지나는 교량 사촌교를 받치고 있는 옹벽까지 균열이 간 채 벌어져 있다. ⓒ 정수근

▲ 강정고령보 상류의 지천을 연결하는 작은 교량도 역행침식으로 위태로운 모습을 한 채 방치돼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앞산꼭지 블로그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지역 인터넷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출처 : 낙동강은 '쓰레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