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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속편 ‘옥중서신’을 기다리며

‘대통령의 시간’ 속편 ‘옥중서신’을 기다리며
[민중의소리]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 최종업데이트 2015-02-02 11:04:19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시기,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2월 2일 출간 예정이었던 MB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무슨 사정인지 28일부터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셀프 칭찬’으로 일관한 MB에게 “참회록을 써도 모자라다”고 일갈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사적 기록일 뿐’이라며 MB를 옹호하는 친이계와 달리 친박계는 ‘왜 하필 이 시기에’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청와대도 MB가 ‘세종시 수정안’과 ‘남북관계’에 대해 일방적으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마저도 “이 마당에 뿌리를 같이하는 전(前) 대통령 회고록 파문이 세상을 더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30일 강천석 칼럼)”고 꼬집고 있다.

MB 회고록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총 12장에 분량만 786쪽에 달할 정도인데, 자신의 어릴적부터 재임기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MB가 ‘유체이탈화법’의 대가인 만큼 각 분야에 대해 짚고 넘어갈 것이 수두룩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MB가 언급한 4대강 사업을 집중해서 살피고자 한다.

▲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3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자신이 했던 말도 기억 못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MB의 4대강 왜곡은 여전히 심각하다. ‘그래도 한 나라를 5년 동안 책임졌던 대통령인데,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주장을 할 수 있나’싶을 정도로 아전인수식 해석에, 억지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토건업자의 글을 보는 듯 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MB는 회고록의 서문에서부터 말 바꾸기를 시작한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 4대강이 되살아나 맑은 물이 가득 차 흐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 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환담자리에서 했던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MB가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린 걸까? 그의 발언을 되짚어 보자.

MB는 2008년 12월 22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명칭이 4대강 정비 사업이지만 나는 4대강 재탄생이라고 본다”며 “환경파괴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이 살아나는 사업”이라 말했다. 이후 ‘4대강 재탄생’이란 말은 MB를 비롯해 공직자, 전문가들이 4대강을 홍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 중 하나였다.

2011년 10월 22일 남한강 이포보에서 ‘4대강 새 물결 맞이 행사(일명 그랜드 오픈 행사)’가 열렸다. KBS에서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MB는 “4대강이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게 돼 기쁘다”라며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면서는 “4대강에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도 밝혔다.

MB 말이 사실이라면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 녹조라떼 현상 등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사고가 연속됐다. 성공했다고 강변해놓고, 아닌 증거가 쏟아지니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은 변명 치고는 너무나도 궁색하다. 또한 후안무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도적인 왜곡이 의심되는 주장도 눈에 많이 띈다. MB는 역대정부들이 수해가 있을 때마다 하천 정비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 순위에 밀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사례와 비교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기 한국 방재 방식은 후진적이라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MB의 표현을 직접 확인해 보자.

“일본의 경우 재난 방지 비용 중 88퍼센트가 재난에 대비해 미리 정비하는 예방비용에 쓰인다. 재난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쓰이는 복구비용은 12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35퍼센트가 예방비용이고 65퍼센트가 복구비용에 쓰였다. 한국의 방재 방식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라 하겠다”


도를 넘은 4대강 사업 왜곡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신사동 한 식당에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측근들과 송년만찬을 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MB가 언급 한 것은 2006년 7월 19일 자 <조선일보>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한국’이라는 보도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초점이 다르다. 당시 <조선일보>는 “수해 방지 예산도 인명피해가 빈발하는 소(小)하천보다 큰 하천을 중심으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소하천 피해액 비중이 전체의 43%에 이르는데도 방재 예산은 전체의 6.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인용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당시도 대하천, 즉 국가하천 중심으로 방재 예산이 투입돼 비판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MB는 국가하천이 취약하다는 논리로 또 다시 국가하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현재도 홍수 피해는 소하천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결국 소하천에 들어가야 할 예산을 엉뚱하게 썼다는 것이다.

홍수와 관련해 MB는 “산림이 황폐화되면서 비가 오면 토사가 강바닥을 메웠다. 강바닥이 높아지니 우기에는 수위가 높아져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대목을 보면 MB의 사고 체계는 1960년대에 고정된 것이 아닐까라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이전시기 전쟁 및 무분별한 벌목으로 우리나라 산림이 황폐화 됐다가 지속적인 조림 등으로 안정화 되어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100조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자료에 따르면 4대강 본류 바닥은 오히려 준설 등에 의해서 낮아졌다. 회고록을 내기 위해 측근들과 숱한 회의를 거쳤다더니 기본적인 것부터 오류가 드러난다.

또 MB는 “몇 년에 한 번씩 가뭄이 찾아오면 강바닥에 양수기가 잠기지 않아 농민들은 물을 끌어 올릴 수 없었다. 제한급수로 많은 국민들이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한 해 가뭄 피해액만 몇 천억 원에 달했다”며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을 해야 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심각한 왜곡이 있다.

4대강 본류는 빗물, 강물뿐만 아니라 지하수까지 모이는 곳으로, 가뭄이 들어도 마른 적이 거의 없다. 가뭄은 계절적 요인에 의해서 주로 지류, 지천에서 하천 바닥 또는 지하수가 줄어들어 피해가 생긴다. 또한 제한급수 지역은 2009년 태백의 경우처럼 본류의 물을 보낼 수 없는 고산지대 또는 도서지역이다.


금융위기 극복? 끼어 맞추려면 제대로나 하지

MB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재임기간 국제회의에서도 똑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4대강 본류 주변은 가뭄 피해가 본래 없었다. 정작 본류에서 먼 가뭄지역은 보에 물이 있어도 이를 공급할 시설이 없다. 또한 보에 가둔 물을 공급하려면 용수공급량 등이 산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오죽했으면 우리나라 치수분야 최고 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4대상 사업으로 만들어진 13억 톤의 물을 단지‘비상용’이라 규정했겠는가. 2011년에 작성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계획이었음에도 ‘비상용’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당장 쓸데가 없기 때문에 말이다. 결국 필요도 없는 사업을 벌인 것이다.

정작 필요한 곳은 또 댐을 짓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어처구니없게도 4대강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도 모자라 또다시 대형 토목건설에 돈을 쓰겠다고 한다. MB는 4대강 사업 계획 과정에 대해“세계 금융위기로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에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할 여력이 우리에겐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4대강 사업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정말일까? 억지도 앞뒤 상황을 잘 따져보면서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시작은 MB 스스로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대운하였다. MB는 ‘조령에 터널이 없기 때문에 대운하와 4대강을 다르다’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운하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4대강 사업”이라 지적한다. 이는 국토부 내부 문건에서 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 확인 된다.

MB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 되기 10년 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는 “대단한 경제학제 납시었다”며 “분견이 가가대소할 일”, 즉 ‘지나가던 똥개가 소리 내 웃어댈 일’이라 꼬집고 있다.

MB 회고록은 녹조문제, 큰빗이끼벌레 등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현상을 부정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다. 건설사 담합, 보 누수 및 세굴 현상 등의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자기 성찰적 반성은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고자 한다. MB는 4대강 사업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그러나 정부가 한강을 오염시키는 두물머리 제외지를 이전시키려 하자, 평소에 환경보호를 내세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던 NGO 및 종교단체들이 두물머리 일부 농가와 연대해 제외지 이전 반대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결국 환경을 내세우지만 이들의 목적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것이 드러난 예다”

▲ 최민의 시사만평 - 대통령의 사기 ⓒ최민 논설위원·시사만화가


MB의 ‘옥중서신’을 기대하며

MB 정부는 팔당 농민들을 연대하고 지원하는 환경단체, 종교계를 ‘불순한 외부세력’이라 칭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13년 공개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철 문건에 기록돼 있다. 이렇게 따지만 정작 MB 자신이 ‘불순세력’이다. 2007년 9월 22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MB는 팔당 유기농가를 방문해 유기농 지원을 약속했으니 말이다.

두물머리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발상지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유기농은 팔당 상수원의 수질을 보전하는 동시에 농민의 생존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MB 역시 유기농이 FTA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당선되고 나서 지역 주민의 동의도 없이 유기농가를 없애려 했다.

팔당 지역만이 아니라 4대강 전역에서도 비슷했다. 국민의 동의는 중요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4대강 사업이 앞선 이들이 피 흘려 이룩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다고 지적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가주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성찰하려 했지만, MB가 되면서 다시 극단적 국가주의가 발현된 것이다. MB는 자신의 재임기간 뿐만 아니라 회고록에서도 도산 안창호의 ‘강산개조론’을 강조하면서 4대강 사업이 이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산의 ‘강산개조론’의 핵심은 자연 보호적 개념에서의 치산치수, 산림녹화였기에 4대강 사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어쩌면 MB가 노리는 것은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논리를 실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MB를 비롯해 MB 아바타들, 즉 4대강 사업에 적극 복무했던 이들이 정계, 학계, 언론, 공직사회 등에 다수 포진돼 여전히 승승장구 하는 만큼, 뻔뻔한 거짓말을 계속하면 할수록 국민들에게 최면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래봤자 ‘손으로 하늘 가리기’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은 단군이래 최악의 사업이란 평가처럼, 이 사업을 강행하면서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를 파괴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MB가 다음에 책을 낼 때는 반드시 ‘옥중서신’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


출처  ‘대통령의 시간’ 속편 ‘옥중서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