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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회고록 집필 때 대통령기록물 수차례 열람”

[단독] “MB 회고록 집필 때 대통령기록물 수차례 열람”
김두우 전 홍보수석 밝혀…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가능성
남북관계 당사자 발언 직접 인용 등 ‘비밀 누설죄’ 될수도

[한겨레] 김규남 기자 | 등록 : 2015.02.02 00:46 | 수정 : 2015.02.04 17:24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열람·이용했다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 행위에 위법의 소지가 없다고 했지만,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명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대통령기록물을 수차례 열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참모들의 기억이 있고, 메모도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회고록에 나오는 수치가 상세하고, 외국 정상들과 북쪽 인사들 발언이 직접 인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참모들의 기억이나 그때 배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서 쓴 것이고, 정확한 내용은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조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주요 부분이 대통령기록물에 기반해 쓰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내용 공개의 부적절성과 함께 불법성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정확히 어떤 부분을 집필에 이용했는지, 인용한 부분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된 자료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 쪽이 비공개 대상인 대통령지정기록물에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끌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등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길게는 15~30년의 ‘보호기간’을 둬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 법은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대리인은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내용의 누설을 금지하는데, 그 내용이 비밀이 아닌 경우에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외교·남북관계 등 당사자 발언 직접 인용…비밀누설죄 될수도

이 전 대통령은 외교·남북관계 등 민감한 분야의 당사자 발언을 직접 인용해서 썼다. 이 책 제13장 ‘한·중관계의 질적 변화’에는 2012년 1월 중국 댜오위타이(조어대)에서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와의 회담 장면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원자바오에게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죽을 때까지 집권할 텐데 우리에게 참고 인내할 시간이 있겠느냐’고 하자, 원자바오가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썼다.

정상적이라면 30년 뒤 공개해야
대통령직 수행하며 취득한 비밀
책에 썼다면 형법도 위반 가능성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과 천안함·연평도 도발’이라는 제목의 15장에서는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왔다가 청와대를 방문한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 등이 남북관계·핵문제를 놓고 한 발언들을 직접 인용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요구한 북한이 그 전제로 요청했다는 쌀·비료·옥수수 물량 등 외교·남북관계 당사자 발언이 다수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을 이유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된 내용이 책에 그대로 실렸다면 정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위임을 받은 이를 보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했다는 것도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전직 대통령의 열람 규정 때문일 수 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열람한 사람이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이 정하는 비밀취급인가권자인지도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비밀기록물을 전부 지정기록물로 지정해서 대통령지정기록물에는 비밀기록물과 비밀이 아닌 기록물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지정기록물을 열람하는 사람도 비밀취급인가권자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퇴임한 지 2년밖에 안 된 전직 대통령이 곳곳에 비밀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 사안들을 직접 인용해서 쓴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한 정상 간의 비공개 대화 등은 합의하에 공개하거나, 비밀로 묶여 30년 뒤 공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그 당시에 공개적으로 확인되고 널리 알려진 내용이 아닌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발생했을 당시 의사록이나 담화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제외하고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당시에도, 퇴임한 지금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이를 회고록에 쓴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기록 관리를 담당했던 이영남 한신대 교수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취득한 비밀을 책에 썼으면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죄 외에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공기록물관리법의 비밀누설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안이 수사 대상이 될 경우, 회고록 내용에 대통령기록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런 내용이 별도의 비밀기록물로 지정됐거나 사실상 비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우 전 수석은 이 대목에 대해서는 “법 위반 사항이 없도록 집필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MB 회고록 집필 때 대통령기록물 수차례 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