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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KBS 보도국에 ‘일베’ 기자 있다

KBS 보도국에 ‘일베’ 기자 있다
기자들 익명게시판에 “생리휴가 가려면 생리 인증하라”
일베 헤비 유저로 밝혀져, 보도국 큰 충격

[미디어오늘] 정철운·김도연·강성원 기자 | 입력 : 2015-02-13 10:11:58 | 노출 : 2015.02.13 15:11:30


이 기사는 A씨라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된 일베 문화가 어디까지 확산돼 있는지에 주목하는 기사입니다. A씨가 인터넷 공간에 남긴 일련의 흔적은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A씨의 사생활은 당연히 보호돼야 하고 익명 게시판에서의 활동이나 일베에서의 이중생활도 그의 자유입니다. A씨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KBS 기자 가운데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유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KBS 기자들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최근 KBS기자들이 활동하는 ‘블라인드’라는 앱의 익명게시판에 “여직원들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를 인증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문 이후 KBS 기자들이 구글링을 통해 A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A씨가 일베 회원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은 KBS 기자들의 제보로 받은 A씨의 온라인 닉네임과 이메일, 인적사항 등을 근거로 그가 온라인에 올렸던 글을 찾아봤다. 그 결과 공영방송 기자로서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든 소수자에 대한 폭력적 입장과 극우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2014년 일베 게시판에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고 적었다. 익명게시판에 올렸던 내용과 유사하다. A씨는 “사내 게시판 달력에 (여자들은) 생리휴가 쓰는 날짜에 이름과 얼굴을 1년 내내 게시해야 한다”는 댓글에 “그거 좋네”라고 답글을 달았다.

KBS기자 A씨의 그릇된 인식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A씨가 2013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매매와 관련해 남긴 글이다. “성 팔면 피해자, 성 사면 가해자. 명백한 시장거래 행위를 가해자-피해자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도 참신하다. 막말로 ‘마약 팔러왔습니다. 사시면 님 처벌 받지만 난 안 받아욤. 왜냐면 저는 먹고살려고 파는 거니까요’….”

A씨는 일베 게시판을 통해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고 주장했다. A씨는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 XX 같은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그는 기사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여성에 대한 혐오적인 성적 묘사를 일베 게시판에 남겼다.

이 같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전형적인 여성혐오”라고 지적한 뒤 “사회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 기자가 이처럼 편향적이고 강경한 여성혐오 사고를 갖고 있다면 이 기자의 여성 관련 보도가 어떨지 우려된다.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KBS내부에서는 A씨가 2013년 초부터 2014년 여름까지 일베 등에 6,870여개의 글을 올렸고 대부분의 글이 음담패설과 여성비하,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과 댓글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KBS로고.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A씨가 올린 글에서는 왜곡된 역사인식도 확인됐다. 그는 일베 게시판에 <근데 광주시민이 분노할 건 뭐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광주시민들이 종합편성채널의 5‧18 왜곡보도를 두고 분노하고 있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캡처해 첨부했다. 그리곤 “좀 웃기지 않냐ㅋㅋㅋ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ㅋㅋ이권 짤릴까바?”라고 적었다.

A씨는 <일베에 5‧18 조롱글 일색…희생자 ‘홍어’로 비유>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일베 비판 댓글을 일베에 퍼나르기도 했다. A씨는 해당 댓글을 가리키며 “나라 망한다 걱정하는 좌음(포털사이트 다음을 가리키는 일베 용어) 댓글러들 꼬라지 봐라…이미 기사 내용은 관심 밖이고 파블로프의 개 마냥 짖고 있다”고 적었다. A씨는 “한국형 진보는 사회적 기생충들이 분명하다. 열심히 일한 자들로부터 빨아먹는 데만 관심 있으니 박멸 대상이다”라는 글을 캡처해 일베 게시판에 올리며 “패기 멋지노”라고 적기도 했다.

KBS내부에선 A씨를 둘러싸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의 한 기자는 “생리휴가 댓글만으로도 여성들은 큰 모욕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A기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도국은 큰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입사 전 일간베스트 회원으로 활동하며 극우적이고 여성 혐오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려왔다는 사실에, 더구나 이 사람이 KBS기자를 하겠다고 입사했다는 것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KBS의 또 다른 기자는 “A기자가 쓴 글은 사상의 자유라는 측면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봐야 한다. 이런 일종의 증오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기자가 되어선 안 된다. 공영방송 KBS 기자는 더욱 더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베는 한국사회의 ‘퇴행’을 상징한다. 지상파는 각종 일베 이미지가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마다 곤혹을 치렀고, 방송사 내부에 일베 회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은 기자들이 동료 기자 가운데 일베 ‘헤비 유저’를 직접 찾아낸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KBS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A씨가 사내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자신의 게시물을 LTE급으로 지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논란의 당사자인 A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서 이와 같은 사람이 도덕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공영방송 기자로 활동하는 것이 적합한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KBS 보도국 관계자는 "블라인드 앱은 이메일이 있는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A기자는 이메일을 발급 받은 적이 없어서 기술적으로 글을 올릴 수 없다"고 밝혔다.

(KBS 보도국이 알려온 해명을 추가했습니다. 편집자 주. 2015년 2월16일 오전 11시16분. )


출처  KBS 보도국에 ‘일베’ 기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