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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삼성이 어린애들을 데려가 혹사를 시켰더라”

“삼성이 어린애들을 데려가 혹사를 시켰더라”
고3 때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입사
3년여 만에 혈액암 걸려 사망한 조은주 씨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3-06 02:10:44


지난 2월 10일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조은주 씨가 만 22세 나이로 사망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다니다 백혈병을 얻어 23세 나이로 사망한 황유미 씨의 8주기(3월 6일)를 앞두고 또 다시 젊은 여성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것이다.


고3 여름방학 때 삼성 천안사업장 입사
LCD 불량 검사 업무 담당
화학약품으로 불량품 닦아

▲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0년 7월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에 입사해서 일 하다가 3년여 만에 골수이형성증후군(혈액암)이라는 병에 걸려 지난 2월 10일 사망한 조은주 씨. ⓒ故 조은주 어머니 제공
조은주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인 2010년 7월 삼성전자 탕정사업장(현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에 입사했다. 유미 씨가 그랬듯 은주 씨도 대기업 삼성에 입사한 것을 기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삼성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은주 씨 어머니 김경희 씨의 설명이다.

"삼성에서 학교에 찾아와 취업설명회를 한 모양예요. 고1 짜리가 뭘 안다고. 우리 삼성에 들어오면 연봉이 3천만원이라고 돈을 앞세워서 설명을 하고, 삼성에 다니고 있는 학교 선배가 나와서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하고. (그 말 들은) 우리 애가 집에 오더니 엄마 나 취업 결정했다고 그래요."

그렇게 고1때부터 삼성에 입사하기로 마음 먹은 은주 씨는 성적관리에 신경을 썼다. 고등학교 3학년 내내 10등 안쪽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결석도 한 번 안 했다고 했다. 은주 씨 어머니는 딸이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하는 게 탐탁치 않아 말렸다고 한다.

"애들 아버지 회사에서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이 됐어요. 그래서 대학을 다니지 뭐 하러 객지에 가서 일을 하려고 하냐고 가지 말라고 했죠."

은주 씨는 본인 뜻대로 삼성에 취업했고, 은주 씨가 다니던 학교에서 약 40여명 가량이 고향인 울산을 떠나 삼성전자에 함께 취업했다. 은주 씨는 LCD-TV 불량 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불량이 확인된 제품을 화학약품으로 닦는 게 고인의 일이었다.

은주 씨와 LCD 모듈 공정에서 함께 일했던 A씨는 "은주는 판넬 만드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잘못하면 불량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불량품은 화학약품으로 닦고 그랬어요.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했어요. 장갑도 꼈는데 천 장갑을 끼고 그 위에 라텍스 재질의 장갑을 또 꼈어요"라고 말했다.


입사하고 2년 넘자 몸에 이상 생겨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 받고 항암치료
갑자기 병세 악화, 2월 10일 만22세 나이로 숨져

화학약품 등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입사하고 2년이 조금 넘은 2013년 봄부터 은주 씨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힘이 빠지고 고열이 났다. 입술이 파래지고 피부발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온 은주 씨는 어머니와 함께 개인병원을 다니다 대학병원을 찾아가 골수검사를 받았다.

2013년 9월 은주 씨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벤젠 등 독성물질 또는 방사선 노출 등으로 인해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발생해 혈액세포의 수가 줄고 그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전백혈병으로 불렸고, 환자에 따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은주 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골수이식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결국 지난 2월 10일 채 꽃 피우지도 못한 만2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에서도 좋아지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렇게 된 거예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 증언대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산재는 안 된다면서 회사는 책임 없고
우리 애 책임이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억울
삼성에 간다고 했을 때 못 말린 게 가장 후회 돼"

은주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회사 관계자들이 병원을 찾아왔다.

"은주가 병가를 내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에 회사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왔어요. 병가 1년을 다 썼다고 원칙대로 하면 퇴직을 해야 한다고요. 애가 아파서 이렇게 있는데 그럼 어떡하라는 거냐고 하니까, 특별히 더 해주는 것처럼 병가를 6개월 연장해준다고 하더군요. 산재신청은 안 되냐고 물으니, 회사에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이게 산재라면 회사에 사원이 몇 천명이 있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다 걸려야지 어떻게 은주씨만 걸리냐'면서 회사는 책임이 없고 우리 애한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은주 씨 어머니 김경희 씨는 "멀쩡하던 아이가 일하다 병에 걸렸는데 회사는 책임이 없고 다 아이 책임인 듯 말해서 억울하고 답답했다"고 했다. 김경희 씨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연락했고, 황유미 씨 8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반올림이 4일 개최한 '반도체·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씨는 마이크를 잡고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시울도 붉거졌다. 어렵게 말문을 연 김 씨는 "냄새나는 화학약품을 쓴다고 해서 그거 나쁜 거 아니냐고 했더니 딸 애가 다른 애들도 다 하는데 괜찮겠지라고 했어요. 애가 자꾸 어지럽다고 했는데, 무심히 들었는데...삼성에 간다고 했을 때 못 말린 게 가장 후회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안에서 다들 무전기를 차고 일하는데 라인이 조금만 서도 조장이 무전기에다 대고 '야 너는 왜 그러냐, 빨리 해라'라고 다그친다고 하더라. 우리 애가 일 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삼성이 어린 애들을 데려다가 돈 좀 준다는 이유로 혹사를 시켰더라"라고 말했다.

김 씨는 "회사에서는 직업병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직업병으로 확신한다. 우리 집에는 암에 걸린 사람도 없고, 건강하던 애가 회사 가서 3년 만에 그리 됐다"라며 "다시는 우리 애와 같은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삼성디스플레이 ⓒ뉴시스


반올림과 함께 산재신청 준비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현황 보면
삼성 LCD 공정에서도 12명 사망

김경희 씨는 아직 은주 씨 사망신고도 하지 못했다. 사망신고를 하고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기준 반올림에 제보된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현황은 모두 327건이나 된다. 이중 124명은 사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에서 57명이 사망했고, LCD에서는 12명이 사망했다.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산업 유해요인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데, LCD 제조공정 유해요인에 대해서는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LCD 제조 공정에 대해서도 집단발병을 의심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 노동부에 요청했었는데 대답을 회피했었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경우 2014년 연구 과제로 LCD 제조공정 유해요인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알아보니 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가 더뎌지는 동안 피해자는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은주 씨 경우를 보면) 삼성이 (사과와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은주 씨 사망과 관련한 유가족 측 주장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듣고자 삼성디스플레이 본사에 전화를 했으나 담당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출처  “삼성이 어린애들을 데려가 혹사를 시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