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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세월호 집회 참가자 구속 위해 증거 조작

경찰, 세월호 집회 참가자 구속 위해 증거 조작
집회 경비 책임자 진술서 대필
10년 전 종로서 경비과장 도장 사용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03 11:54:15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러 가던 중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현장 경비 책임자의 진술서를 조작해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명의로 작성된 진술서는 실제 해당 경비과장이 작성하지 않았고, 진술서에 찍힌 도장은 10년 전 종로서 경비과장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작·대필 진술서’ 증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
집회 참가자, 조작된 자료 바탕으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은 일용직 노동자 권 모 씨를 포함, 참가자 100여 명을 연행했다. 권 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당시 종로서 이규환 경비과장 명의의 진술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4월 21일 작성된 이 진술서에는 '오후 6시경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주변에 4천여 명이 모여 불법집회를 하고 (중략) 질서유지선을 파손했다.', '오후 7시경 광화문광장 북단에 인원이 증가해 방송차량으로 재차 자진해산요청을 했고 공개채증 하도록 지시했다'는 식으로 집회 현장 상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작성일 다음 날인 22일 권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었다. 집회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이 과장의 진술서는 권 씨 혐의 입증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이날 권 씨는 구속됐다.

경찰의 조작은 권 씨의 본 재판에서 드러났다. 이 과장은 지난달 25일 권 씨에 대한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재판장이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 본인 작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확인됐다.

이 과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며 “21일부터 서초경찰서로 출근해 직접 작성할 수 없었고, 진술서는 서울지방경찰청 서무과 직원이 메일로 보내왔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재판장이 진술서 내용은 확인했냐고 묻자 “꼼꼼히 읽지는 못했지만 (집회현장이 채증된) 동영상대로 적힌 것으로 믿고 진술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진술서 하단 이 과장 이름 옆에 찍힌 도장은 황 모 씨의 도장이었다. 황 씨는 2004년 종로서 경비과장이었고 현재는 경찰청에 소속돼 있지 않았다.

진술서는 자신이 말한 내용을 작성자가 직접 쓰고 자기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으면 위법한 증거가 된다. 이 과장은 자기 이름으로 제출될 진술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고,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이 과장 대신 작성한 자료에 임의로 도장을 찍어 증거로 제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권 씨는 구속됐다. 조작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본 재판에서도 법정 증거로 채택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권 씨의 변호를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이 과장이 진술서 작성경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심사하는 판사가 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진술서를 급히 만들어내 증거를 늘리는 건 증거조작이자 반인권적인 수사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재판에서 얘기한 대로다. 더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장애인의 날, 장애인단체 주관 집회에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생일 같은 날”이라고 말하거나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물대포를 발사하며 “경찰, 잘하고 있다” 등 시민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서초서 경비과장으로 전보됐다.


출처  [단독] 경찰, 세월호 집회 참가자 구속 위해 증거 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