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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인도를 왜 막아? 정몽구나 구속하세요!”

“인도를 왜 막아? 정몽구나 구속하세요!”
9.12 희망버스 한남동 정몽구 회장 자택 인근서 출발
정 회장 자택 접근 막는 경찰과 충돌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2 11:23:08


▲ 비정규직 및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2일 오전 출발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앞으로 올라가려다가 경찰에 막혀 있다. ⓒ정의철 기자

기아차동차, 거제 대우조선해양, 부산 생탁 등 고공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12일 오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이 있는 용산구 한남동에서 출발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서울에서 거제와 부산을 거치는 1박2일 일정을 출발하기에 앞서 정몽구 회장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정몽구 회장 자택 인근에서는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라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경찰간의 충돌이 한 시간여 계속됐다.


기아차 관계자들이 집회 장소 선점
경찰 정몽구 회장 자택 입구 들머리 방패들고 막아서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 자택 입구 들머리 인도를 이미 기아차 관계자들이 집회 신고를 내 선점하고 있었다.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을 한 사람 20여명이 ‘평온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 보장하라’, ‘시도때도 없는 집회, 주민건강 파괴한다’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1미터 간격으로 떨어져서 서 있었다. 어깨띠 내용만 보면 인근 주민들로 착각할 수 있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아차 협력사 대표와 직원들”이라고 귀뜸을 해줬다.

경찰 중재로 이들이 정몽구 회장 자택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기자회견 등 행사를 진행했다. 곧이어 경찰과 참가자들간 산발적 충돌이 한 시간여 계속됐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10년, 파견법 위반 현행범 정몽구 구속’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개별적으로 정몽구 회장 자택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방패를 든 경찰이 대열을 짜고 이들을 막아섰다. 막는 경찰을 뚫고 정몽구 회장 자택쪽으로 걸어가려는 참가자, 이를 막는 경찰간 산발적 충돌이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인도를 막는 이유가 뭐냐?”, “내가 혼자 조깅을 하겠다는 건데 왜 막냐?”, “누가 집회한다고 그랬냐? 길을 가겠다는 건데 왜 막냐?”, “자유로운 보행을 무슨 근거로 막는거냐?”라고 항의했다. 현장의 경찰 지휘관들은 “범죄채증합니다. 집회 장소로 가서 하세요”, “목적을 갖고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건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막았다.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는 “(경찰은 ) 가서 (불법 현행범) 정몽구나 구속해야지 왜 여기서 그러는거냐?”라고 항의했다. 한 희망버스 참가자는 “청와대 앞도 지나가는데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정몽구냐?”라고 항의했다.

▲ 경찰이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입구 들머리를 막고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방향으로 올라가려다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린채 끌려나오고 있다. ⓒ정의철 기자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방향으로 올라가려다 경찰에 제압당하는 희망버스 참가자. ⓒ정의철 기자


권영국 변호사와 경찰 지휘관 설전
권 변호사 “왜 인도 막냐? 인도 걷는 게 공공안녕 해치는 거냐?”
경찰 지휘관 “몰라요. 더 이상 대답 않겠어요”

“범죄자 정몽구 회장을 만나서 왜 불법을 계속하냐고 묻겠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경찰의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가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인도를 왜 막나? 인도를 열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는 현장 지휘관을 찾으면서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잠시 뒤 현장에 나타난 경찰 지휘관과 권 변호사 간 설전이 벌어졌다.

권영국 변호사(이하 권) : 평화적 집회는 해산 명령을 못하게 돼 있어요. 헌재 판결 아시죠?

경찰 지휘관(이하 경) : 공공의 안녕 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잖아요.

권 : 주민들이 막으라고 하던가요? 인도를 따라 걸어가는 게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건가요?

경 : 모르겠어요. 저는 카메라 싫어해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어요.

권 : 도대체 뭐가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는 거예요?

경 : 몰라요.


▲ 경찰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막아선 사이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정의철 기자

▲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2일 출발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인근에서 불법파견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의철 기자


10년 불법파견 하고도 처벌 안받는 정몽구 회장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
희망버스 참가자들 기자회견 마치고 거제-부산으로

한 시간 가량의 아수라장은 오전 9시20분경,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로 하면서 정리됐다. 양경수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한남동은 올때마다 이렇게 난리가 난다. 이곳은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해도 경찰이 막무가내로 막는다”라며 “불법을 바로 잡을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라”, “평생 비정규직, 평생 파견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불법파견을 10년 가까이 진행해왔다. 법원에서는 현대 기아차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현대차그룹 불법파견의 총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을 노동조합은 물론, 법학교수들까지 나서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만 신규채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어서 비정규직노조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45) 한규협(41) 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판에 올라 12일로 94일째 농성중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를 타고 희망버스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 거제로 출발했다.


출처  “인도를 왜 막아? 정몽구나 구속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