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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하나고 비리 폭로 교사의 피눈물

하나고 비리 폭로 교사의 피눈물
기억해야할 공익제보자들의 운명
[민중의소리] 김행수(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9-25 19:59:26


9월 21일 수도권 3개 교육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인터넷으로 고스란히 생중계된 화면을 통하여 국민들은 신흥 명문이라는 서울 하나고를 둘러싼,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긴 코메디를 지켜봐야만 했다.


궤변과 변명... 개콘보다 웃기는 하나고의 국감 개그

하나고 측도 인정하는 것이 있다. 기숙사 수용 문제 때문에 남녀 성비를 맞출 필요성에 의해 합격자가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은데도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된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녀를 구분하여 전형 공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여학생 점수를 깎거나 남학생 점수를 올려주는 것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은 “성적 조작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그 유명한 “술을 먹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궤변과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단지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영문도 모르고 불합격하여 밤새 울었을 그 여학생은 뭐가 되는가? 딸의 합격을 위하여 기도했을 어머니들에게, 그리고 제자의 합격을 위하여 추천서를 쓰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했을 중학교 담임 교사에게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남학생을 많이 뽑으라는 방침이 이사장에게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 공고에도 없는 ‘성비 조정을 통한 남학생 우대’도 불법이지만, 입학 전형은 학사 행정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사장이 내린 지시가 맞다면 명백한 학사개입으로, 심각한 사립학교법 위반이다.

김승유 이사장의 학사 개입의 정황은 곳곳에서 불거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직후 하나고 교직원들이 실명으로 조선, 동아, 중앙, 경향, 한국일보 등에 큼지막한 광고가 실렸다. 광고 금액이 3,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나고 교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일간지에 입시 비리와 관련 해명하는 광고를 실었다. ⓒ출처 : 경향신문 광고

이 광고를 교사들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이사장이 부장회의에서 지시하였다는 것이 국정 감사에서 확인되었다. 광고비는 개인 돈으로라도 낼 테니 신문 광고 내라고 한 것이 학사 개입 아니냐는 추궁에 김 이사장은 “부장회의 참석해서 성명서 내라고 한 적 있다. 그러나 교직원 성명서 광고 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 무슨 궤변인가? 부장회의에 참석하여 신문 광고를 내라고 하고서는 학사 개입한 적도 없고, 광고 내라고 한 적 없다니? 앞뒤가 안 맞는 형용모순이다. 또, 교직원 개인 명의의 광고비를 학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은 횡령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황당한 장면이 이어졌다. 사립학교법은 신규 교사를 채용함에 있어서 반드시 인사위원회 심의와 공개 경쟁전형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유은혜, 박홍근 등 여러 의원들이 이런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법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했다. 조희연 교육감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사를 채용한 것은 불법임을 확인해 주었다.

김승유 이사장은 “학교장이 제청한 대로 승인해 주었을 뿐이다. (만약 이것이 불법이라면) 교사 채용 불법 책임은 나한테 있다. 그런데 내가 법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하나고 설립부터 최소 7년을 하나고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분이 교육법을 잘 모른다고 하니 정말 코미디다. 사립학교법이나 초중등교육법조차 읽어보지 않아 자기 행동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건 은행장이 은행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러고도 학교 이사장을 할 수가 있는가?

그나마, 이 해명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고 이사회회의록에 “2년간의 근무평가를 바탕으로 지난 10월말 이사장님과 함께 교사로서의 열정, 인성 등 직접 면담한 결과” 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정교사 전환을 위한 교사 면접을 이사장이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장은 학교장의 제청을 승인만 했다면서 잘 몰랐단다. 코미디다.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등 국정감사에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 정철화 하나고등학교 교감(왼쪽)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을 몰라? ‘거짓말 또는 자격 없음’ 사이에서...

교사 채용을 둘러싸고 김 이사장의 거짓말 의혹은 또 있다. 이사회회의록에 의하면 “이태준 이사(현교장)가 교원의 공개전형에 의한 초빙은 사립학교법상 규정된 의무사항이라고 말하자...... 2007년 이후 사립학교법이 개정•시행되어 공개전형절차가 강화되었다.”고 설명하였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또한, 임창섭 이사가 “일부 사학법인이 공개전형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교육청에서 공개전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교원임면보고를 접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에 의하면, 김승유 이사장을 비롯한 학교장과 이사들은 ‘교원 공개 전형이 사립학교법 상 의무사항이며, 공개 전형을 하지 않을 시 임면 보고가 반려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이사장이 김승유이고, 이 이사회 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승유 이사장이 공개 채용 절차에 대한 법을 잘 몰랐다는 것이나 교장의 제청을 승인만 했다는 것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말 몰랐더라도, ‘교원임면권을 가진, 사학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어진다.

MB정부 고위 공직자 아들의 학교폭력 은폐 논란 역시 비슷해 보인다. 정철화 교감은 야당의원들의 학교폭력 은폐 추궁이 이어지는데도 “은폐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의도 열지 않았으며, 교육청에 신고도, 보고도 하지 않고, 담임 종결 처리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위증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폭력 사건 처리 결과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4대 비위인 성적 조작에 준해서 엄단하겠다는 교육부 지침을 근거로 “하나고의 성적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의무인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보고와 회의 개최, 교육청 신고와 사후 처리 결과 보고,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중 어느 것도 하지 않고 담임 종결 처리하였다고 하면서 학교폭력 사건 은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배신자로 낙인찍힌 내쳐진 공익제보자들의 고통

국정 감사장에서까지 하나고를 둘러싸고 코메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경원 교사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그는 하나고에 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며, 담임 직위도 강제로 박탈당한 상태이다.

서울교육청과 참여연대 등에서 전경원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여 그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중단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하나고는 수업까지 빼앗지 않은 것이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업에서도 배제될 수 있고, 나아가 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서는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이미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 교사를 학교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이 검은 옷을 입은 채 교무실에 들어와 사퇴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한 부장교사는 학생들을 통한 전 교사의 수업 사찰 논란까지 제기되었다.

“전경원 교사에 대해서 편드는 교사들이 한 명도 없냐? 학부모들이 저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하면서 전 교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원래 전경원 교사가 문제 많은 교사였다는 소문도 흘리고 있다. 악의적인 물타기다.

공익제보자에 대해서 언제나 되풀이되어 온 배제 전략이다. 전경원 교사가 훌륭하니까 상을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이러저러한 비리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전경원 교사의 사생활을 문제 삼고 나온다. 달을 보라고 하니까 손가락을 보면서 손가락에 떼가 묻었다고 하는 꼴이다.

▲ 하나고 학부모들이 공익제보자인 전경원 하나고 교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영상뉴스' 화면캡쳐

우리 사회 공익제보자들의 데자뷔. 어디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이지문 중위, 윤석양 이병, 한준수 연기군수, 이문옥 감사관에서부터, 김용철 변호사, 조연희와 김형태, 안종훈 선생님, 그리고 최근의 KT 이해관 씨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공익제보자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불리지만 그들의 당시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영웅은커녕 탄압 받고, 해고당하고, 심지어 구속되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이들의 공익 제보가 국민들에게는 박수 받았을지 모르지만 당시 그 누구도 그가 속한 조직 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 조직 내에서는 모두 왕따 당했으며, 이상한 인간 취급을 받았다. 도와주는 내부자는 거의 없었다. 철저히 배제당한 것이다. 지금의 하나고 전경원 교사가 당하는 내부 배제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대표적인 몇 사람을 기억해 보자.

삼성 등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 중 비업무용(투기용)이 40%가 넘는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를 벌이던 중 재벌의 로비를 받은 상부 지시로 감사원 감사가 갑자기 중단되었다고 폭로한 이문옥 감사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밀엄수의 의무와 복종의 의무 등을 어겼다며 파면, 그것도 모자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구속되어 감옥에 가야했다. 감사원 내부의 누구도 편들어 주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무죄와 파면 취소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하는데는 6년 6개월이 필요했다.

5공화국 당시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은 특수군무이탈죄로 수배 후 체포되어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그의 폭로로 보안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현재의 기무사로 축소되었지만 2년의 수배와 2년의 옥살이는 그에게 너무도 가혹한 대가였다.

당시 보안사 내에서 윤이병을 편드는 병사나 장교가 단 1명만 있었어도 그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고,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었지만 보안사 내의 어느 누구도 그를 편들지 않았다.

가장 잘 알려진 이가 군대의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다. 그는 제14대 총선 때 군대 내 부재자 투표에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를 찍으라고 상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투표가 이루어졌음을 폭로하였다.

결국 사실로 드러나 군내 부재자투표가 영외 투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지문 중위는 구속되었고, 파면 처분을 받아 이등병으로 강제 전역하는 비운을 맞았다. 4년 간의 법정 싸움을 거쳐 승소하여 명예를 회복했지만 너무도 긴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야 했다.

충남 연기군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관권선거를 폭로한 한준수 전 연기군수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는 청와대 출신의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하여 장관과 도지사의 명령에 따라 지역민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공무원을 동원해 관권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직을 걸고 여당을 당선시켜라”는 장관의 전화 통화와 불법 선거운동 자금으로 사용된 자기앞수표 수십장, 당시 선거지침서 등 증거로 명백한 관권선거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징역 8월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비밀 누설과 근무지이탈로 파면 당했다. 이 가혹한 대가에도 직장 내 누구도 그를 편들어 주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교육계의 공익제보자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다. 동일학원의 수십억 비리를 고발한 조연희 교사는 학교에서 쫓겨나 7년을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 했고, 상록학원의 비리를 고발한 김형태 교사는 지금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동구학원의 비리를 고발한 안종훈 교사 역시 파면과 복직을 반복하며 지금은 수업권을 박탈당한 상태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이 폭로한 사학비리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이사장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임원 승인 취소를 당했지만 이 교사들은 학교에서, 아이들 곁에서 쫓겨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이것이 한국 현대사에 줄기차게 이어진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들이 숙명처럼 걸어온 형극의 길이다.

그들의 주장은 옳았고, 그 결과가 한국사회 민주화에 크게 공헌했지만 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감옥에 보내졌다. 직장 동료 대부분은 등을 돌리고, 돌을 던지기까지 한다.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왕따 투명인간 취급 받았다. 온갖 유언비어, 인신공격과 협박은 덤이다.

▲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호루라기 부는 사람들. 누가 그들을 지켜줄까?

하나고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전경원 교사의 현실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 대표적 공익제보자들이 조직 생활을 잘 했고, 인간성이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흠이 있고, 허물이 있을 것이다.

메신저를 공격함으로써 그가 던진 메시지까지 훼손하려는 시도,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한)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가장 저열한 선동이자 마타도어이다. 어느 조직의 비리 문제가 그것을 폭로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다. 혹시 제보자가 조직 생활을 제대로 못했더라고 비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익제보자를 영어로 Whistle-blower(호루라기 부는 사람)라고 한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경종을 울리는 사람 정도의 의미이다. 공익제보자들은 조직 내부의 비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의 몫이 남아 있다.

호루라기를 불었다고 “왜 시끄럽게 하냐, 왜 조직 망신 시키냐?”고 돌팔매를 맞도록 둘 것인지, 아니면 호루라기 소리를 경고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칠 지는 그 호루라기 소리를 들은 사람들, 우리 사회의 몫이다. 또한 조직 내의 또다른 내부자들의 몫이다.

비 내리는 거리에 혼자 서서 발가벗겨진 채 호루라기를 불며 돌팔매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 공익제보자들, 특히 하나고의 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것부터이다. 그리고 그 돌팔매를 멈추게 하는 일, 다시는 혼자 호루라기를 불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에게 우리 사회 공익제보자들이 걸었던 숙명과도 같은 형극의 길을 혼자 걸으라고 내버려 둔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지난 30년 공익제보자들의 형극의 고통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전혀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 서 있을까?


출처  [김행수 칼럼] 하나고 비리 폭로 교사의 피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