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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일본(X) 쪽바리(O)

일본 전쟁법안 저지 위해 온 국민이 국회로 모여든다

일본 전쟁법안 저지 위해 온 국민이 국회로 모여든다
[민중의소리] 일본 신사회당 중앙본부 이시코 야스쿠니(石河康國) 부서기장/번역 : 박상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28 10:32:22


수백 명의 일본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법안을 포함한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는 "전쟁반대", "평화헌법 9조를 개정 반대"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2015.05.14. ⓒ뉴시스/AP


지난 9월 19일 일본에선 ‘안전보장관련법안’이 참의원에서 야당(민주·유신 공산·사회·생활)의 반대를 무시하고, 여당(자민·공명) 및 소수의 ‘우익’ 정당 찬성 속에 통과됐다. 법은 6개월 후인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평화 헌법을 지닌 일본은 이 법의 성립으로 전후(戦後) 최대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60년 안보 반대 투쟁’ 이후, 반대 운동 움직임은 ‘법 폐지’라는 국민적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명 ‘안보 법안’이라는 명칭은 언론에서 쓰이고 있지만, 반대 운동 진영에선 ‘전쟁 법안’으로 불린다. 호칭을 두고 국회에서 공방이 있었다. 아베 내각은 법안에 대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억지력을 배양하는 법안이며, ‘전쟁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7월 참의원 질의에서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의원이 “전쟁 법안”이라고 표현하자, 정부·여당은 이를 취소하라며 압박했다. 그러나 민중들의 반발과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취소 요구를 취소했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정부는 고압적이었다. 국회 질의 중 야당 의원의 발언에 아베 총리 스스로 욕을 보이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돼 있었다. 국회 심의가 이어질수록 ‘전쟁 법안’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범국민적 반대 운동은 한 여름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헌법의 모순, 법안 자체의 모순은 물론이고, ‘억제력은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 제9조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국권의 발동에 따른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어떠한 전력(戰力)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交戰權)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로, 교전권과 전력을 부정한 이 법은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헌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자민당 보수 세력은 “미국 등은 무력으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국제 공헌을 할 수 없다”, “일본도 보통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이라크 전쟁 이후 무력 개입으로는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고, 테러라는 악순환이 세계를 비참한 상태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배웠다. 적어도 일본만은 ‘보통이 아닌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9조’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헌법 9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보면, 9조를 반드시 관철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개헌 방향으로 진행됐다. 헌법 9조 하에서도 ‘오로지 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전수방위론’으로 자위대가 확대되어 갔다. 또 미·일 안보조약을 통해 ‘일본을 미국에서 지키는 대신 오키나와에 거대한 군사 기지를 제공’하게 됐다.

이번 ‘전쟁 법안’은 ‘개별적 자위권’도 ‘미·일 안보조약’도 넘어선 ‘집단 자위권 행사 허용론’에 입각한다. 역대 자민당 정부나 내각의 헌법 해석도 “개별적 자위권 행사가 있을 수 있으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있을 수 없다”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법안은 분명히 미국군과 함께 전투 행위에 세계 어디서나 자위대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위대를 용인하는 사람을 포함 헌법학자의 대다수가 법안을 ‘위헌’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도 모든 지부가 같은 성명을 냈다. 본래 위헌인 법안을 국회에서 다룰 수 있는지, 수정해서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은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정부의 답변도 아주 허술했다. 애초 아베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 군함이 공격당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괜찮은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국 군함이 다른 나라의 민간인을 대피시키는데 (자위대가) 이용될 수 없다”, “그러기 전에 일본 정부가 민간 선박으로 피난시키는 것이 상식 아닌가?”, “이웃 국가의 위기를 예상하고 법을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등의 의문이 제기됐고 다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 후 아베 총리는 “멀리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기뢰(機雷)공격 받으면 일본 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이란과 미국의 긴장관계가 느슨해지고, 주변 국가들도 ‘기뢰가 살포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면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대개 ‘집단 자위권 행사’는 자국의 안전 문제가 연루되지 않아도 동맹국의 전투 행위에 참여할 권리이거나,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행사’가 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부정합성이 있는 법률이다 보니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아베 총리는 마지막까지 “국민의 이해를 아직 받지 못했지만, 성사를 위해 정중하게 설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러한 위헌 법안으로 일본은 전쟁에 참여할 길이 확실히 열리게 됐다. 그 위험성은 중국이나 한반도가 아닌 중동과 북아프리카 쪽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종래 PKO(국제연합평화유지군)도 다국적군에게서도 자위대의 관여에 대해 어려운 교전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제한돼왔다. 무기 사용의 한계, 후방 지원 중에서도 수송 물자로 제한된 점 등이 그러하다.

2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188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의철 기자


안보법안으로 이 규제가 없어졌다. 향후 자위대원은 적대 세력에게 ‘전투부대’로 간주해 자위대가 응전하게 될 상황이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 일단 전투에 참가했다면 사태는 눈덩이처럼 굴러 일본은 본격적인 군비 경쟁과 자위대원의 전사, 다른 나라의 시민을 살해하는 방향으로 치달을 것이다.

결국, 헌법 9조를 없애지 않으면, 모든 군사 법제 정비는 불가능하므로 헌법 개악이 이루어진 군사 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단순한 ‘보통 국가’가 아니다. 아베 총리 등 개헌 세력은 전쟁 책임을 아직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과거 침략 사실조차 '역사 수정주의'로 없애려 하고 있다.

성적 군사 노예(위안부)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나라가 헌법 9조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등 젊은 층이나 지금까지 집회 등에 참석한 적 없는 엄마들(전국 각지에 ‘엄마 모임’이 생겼다)이 한곳에 모이면서 국회 앞에는 최대 12만 명 규모의 집회가 매주 진행되고 있다. 종교인, 연예인, 학자 등이 행동에 나선 것은 일본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후 70년 동안 쌓아온 평화와 민주주의를 부인하려는 사태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에선 ‘전쟁법안’을 폐기하기 위해 내년 7월 시행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작됐다. 헌법학자,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전쟁법안에 의견이 있다’라며 대규모 재판을 준비 중이다.


출처  [기고] 일본 전쟁법안 저지 위해 온 국민이 국회로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