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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노림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노림수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0-16 07:20:54


저명한 역사학자 카(E.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가 과거의 단순한 복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성의 문제라는 예리한 통찰이다. 작금의 ‘역사전쟁’ 역시 과거에 대한 단순한 해석 문제가 아니다. 당대의 누가, 어떤 목적으로 벌이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훨씬 더 ‘역사전쟁’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매개체일 뿐이며 그것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다고 봐야한다.

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이해갈등은 논쟁과 대립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몰이’에 가깝다. 토끼몰이 하듯 정부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전쟁’이란 세간의 평가는 타당하다.

도대체 정권이 대대적인 ‘국정화 몰이’를 하는 이유, 그 과녁은 무엇일까?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의 언행은 여과없이 그 의도를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90%가 좌파”라 며 몰아 부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숫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웁니다”라는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일제히 게시하였다.

현행 역사 교과서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고, 교과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명시된 것을 가지고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삿대질을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누가 봐도 뜬금없고 생뚱맞은 집권여당의 ‘주체사상’타령은 그냥 내뱉은 말이 아니라, ‘역사전쟁’을 종북몰이로 끌고가겠다는 노골적인 표출이다. 여권지지 수구보수단체들이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 추종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퍼나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최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 역시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 조우석 이사 역시 “그 친구(문재인)는 자기가 왜 공산주의자인지 모를 것”이라고도 말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종북몰이야말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심층에 숨겨놓은 악마의 발톱이란 점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정부여당 및 수구보수세력이 종북좌파 이념몰이에 매달리는 목적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청년실업 문제와 경기부진, 치솟는 가계부채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내팽개친 채,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팔을 걷어 부치며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이유는 뭘까? 다가올 총선을 ‘종북몰이’로 몰아가 집권연장을 하려는 게 직접적인 목적이다.

교과부는 지난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 예고하였다. 오는 2017년부터 중·고교에 국정화된 한국사 교과서가 채택된다. 집필진 구성부터 구체적 준비 과정이 수개월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시점에서 다시금 ‘이념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16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올해 12월 15일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겹쳐진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디에 경중(輕重)을 둘 것인가는 명분일 뿐, 다가올 총선을 ‘종북몰이’ 이념공세의 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노림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종북공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향해 묻고 있다. ‘종북이념공세’에 단호히 맞서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정권의 ‘종북주의 유령놀음’ 손바닥 위에 갇혀 있을 것인가를.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정권 집권기간 가장 큰 업적으로 서슴없이 ‘통합진보당’해산을 꼽았다. ‘종북몰이’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는 자화자찬이다. 종북공세를 꺾지 못하니 칼자루를 쥔 정부여당이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지사다. ‘종북주의’는 ‘(학생들에게)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만큼 허황된 유령일 뿐이다.

‘종북몰이’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시대착오, 정신착란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매를, 아니 몽둥이를 들어야할 차례다.


출처  [사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노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