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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용팔이, 극우단체 없이 하루도 지탱못할 정권

21세기판 용팔이, 극우단체 없이 하루도 지탱못할 정권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0-28 07:49:07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테러범 서정갑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밀어붙이는 일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가 있다. 바로 정권의 입맛대로 동원되는 극우단체다. 박근혜가 27일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야 말겠다는 결기를 보여줄 때 무려 56차례나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야당의 피켓시위와 퇴장시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없이 기립박수와 환호를 주도한 세력 역시 방청석에 줄지어 앉은 극우단체들이었다. 대통령 시정연설에 방청객 동원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대표기관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만, 대통령 안전상의 문제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청객으로 초대받은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대표는 폭력전과도 상당하다. 청와대 의전팀과 경호팀의 합작품이 아니라면 해석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출처 : 아이엠피터

하루 전날에는 또 다른 소동이 있었다.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팀(TFT)’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 앞에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몰려와 야당기자회견에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 70여 명은 교육기관인 현장에 찾아와 음주와 흡연은 물론, 세월호 리본을 단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혜화경찰서장을 포함하여 경찰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우익단체들의 폭력난동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를 가장하여 각종 촛불시위에는 맞불시위, 기자회견장에는 고출력 확성기를 동원한 소음훼방, 단식투쟁 앞에서는 폭식시위, 진보인사가 피고인석에 선 법정 안팎에서 소란, 심지어 민변 등 변호사들 개인사무실 앞에서의 업무 방해 등 건전한 시민사회의 균열을 꾀하는 일탈적 범죄들을 저질러왔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해산청원을 포함하여 야당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접수도 극우단체들의 단골메뉴다. 피해자 신분이 아님에도 신문기사 몇 개 오려오는 수준의 조악한 고발장 접수를 남발했다. 그때마다 경찰은 사력을 다해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자료가 미흡하다고 여기면 어김없이 별건 수사를 하여 애초에 제기되지도 않은 범죄혐의를 뒤집어씌워 기소했다.

2010년 06월 17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가 천안함관련 서한을 UN에 전달한 것에 대한 반발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집결하던중 차량에 싣고 온 가스통을 압수당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신고집회 등 수많은 불법과 탈법에도 이들이 공정한 수사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국가정보원의 자금지원 의혹과 배후설이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집회 시위에 동원된 사람들이 일당을 받고 술과 안주를 대접받았다는 보도와 제보도 잇따랐다. 이쯤 되면 유착관계를 넘어 권력집단에 의한 '청부(請負)업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청와대가 이런 행위를 일삼아온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대표와 회원들 80명을 박근혜의 국회 시정연설의 박수부대로 동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지금껏 자행되어온 극우집단의 청부고발, 청부폭력, 청부시위 뒤에는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이 있었음을 입증해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독재정권말기에는 어김없이 권력집단 사주를 받은 극우단체의 백색테러가 준동했다. 이승만정권 말기에는 조봉암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해당 판사를 처벌하라며 법정난동이 있었다. 그들 극우단체 뒤에 이승만경무대가 있었음은 알려진바 그대로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에는 청와대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주도로 김영삼, 김대중 당시 야당지도자들에 대해 살해위협과 백색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장준하는 실제 살해당했다. 전두환은 87년 6월 항쟁 직전 용팔이 등 정치깡패들을 동원해 김대중, 김영삼 등 양 김씨가 주도한 신민당 창당행사를 폭력으로 방해했다.

역사는 이런 불법 무도한 짓들이 강자의 포효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독재세력의 말기적 증상에 불과했음을 일깨워준다. 이런 저급한 수준의 폭력 없이 단 하루도 권력을 유지하기 힘든 자들의 비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거짓선동과 폭력으로 국민을 공포에 빠트리고 독선과 아집을 부리는 권력자들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언제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출처  [사설] 21세기판 용팔이, 극우단체 없이 하루도 지탱못할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