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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언제까지 노예로 살겠습니까”

언제까지 노예로 살겠습니까
[11.14 민중총궐기] 거리·고공으로 내몰린 노동자들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10 21:24:47


최정명, 한규협, 연제복, 유인종, 황상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기업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거리로, 고공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한국 사회의 피해자’라고 말한다. 고도화 된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시하는 ‘자본가는 주인-노동자는 노예’라는 도식 아래 착취당하고, 탄압받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노동자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에 맞서 가장 힘든 방식의 싸움을 선택했다. 그리고 “재벌 등의 기득권 폭주를 막지 못하면 자신과 같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 황상기 씨 “재벌이 변해야 한국사회가 변한다”

삼성 반도체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 등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8년전 백혈병에 걸린 딸을 떠나보낸 황상기 씨는 지난달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거리농성을 시작했다. 삼성이 공익법인을 만들어 제대로 된 직업병 피해자 보상체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10월 삼성은 3년 만에 마련된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외면하고 독자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려 피해자 보상에 나서 황씨가 속해있는 반올림 등의 반발을 샀다.

황상기 씨는 10일 <민중의소리>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재벌이 변해야 한국사회가 변한다”고 말했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사회의 재벌들은 노동자를 쓰다가 버리면 되는 소모품처럼 생각했어요. 노동자를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명령하면 따라야 하는 노예로 생각했습니다. 반도체 피해자 문제도 그래요. 공장 안에서 내 딸 유미처럼 병에 걸려 죽은 노동자들이 많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병들고 죽은 노동자의 개인 탓이라며 외면해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재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재벌들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황씨는 “대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동자 연대와 싸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법과 질서를 안 지켜도 돼요. 철저하게 이윤만 추구하면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죽여도 되는 거에요. 이런 잘못된 기업문화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해요. 노동자들이 힘들더라도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손잡아야 합니다. 민중총궐기를 통해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풀무원 고공농성’ 화물노동자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풀무원 파업 50일 째인 10월 24일 오전 여의도 파천교 부근 광고탑에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풀무원분회 조합원 유인종, 연재복 조합원이 풀무원 합의서 이행 촉구 처우개선 요구하며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연맹 곽노충 국장 제공


풀무원 화물 노동자 연제복(48)씨와 유인종(43)씨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탑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9월 4일부터 사측에 ▲노사 합의서 이행 ▲노조 탄압 중단 ▲산재사고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18일째 고공농성을 하는 유인종씨는 이날 전화인터뷰를 통해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광고탑에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시작한지도 2달이 다 돼가는데도 회사측에서는 어떤 답변도 없고,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고공농성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올해로 21년째 풀무원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풀무원 소속 화물 노동자였지만, 2000년 중반 운송업무를 담당하는 ‘엑소후레쉬’가 생기면서 계열사 노동자가 됐다. 노동강도는 높아졌지만, 처우는 나빠졌다. 회사는 인력을 감축했고, 노동자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이 과정에서 작년 8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일한 만큼 보상해달라’는 겁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하루 13~15시간을 도로에서 보냅니다. 물량 변동이 심해 매일 심야대기를 해야 합니다. 부려먹었으면 그만큼 대우 해달라는 거에요. 그리고 기업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줘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부하면서 뒤에서는 노동자를 노예처럼 여기는 만행을 멈춰야 합니다. 풀무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땅의 모든 노동자가 겪고 있는 문제에요. 노동자는 기업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NS를 보면서 이 시대 노동자들이 정말 힘들게 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동자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싸우는 것보다 함께 싸워야 합니다. 함께 힘을 모아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민중총궐기를 통해 노동자·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기업 등에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아차 고공농성’ 비정규직 “민중총궐기로 정권·재벌을 바꾸자”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 씨가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광고탑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35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서울 중구 (전)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15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한규협(41) 씨는 이날 전화인터뷰를 통해 “민중총궐기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아내고, 노동자가 인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두려워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돈을 더 받고, 덜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수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우 받고 일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우리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승리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도 여기서부터 생겼습니다.”

지난 6월 11일 민주노총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대의원 최정명(45)씨와 한규협 정책부장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기아자동차 전 생산공정의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보고 “비정규직 노동자 460여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했지만,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다.

한씨는 “민중총궐기가 잘 성사돼야 우리 문제도 잘 풀릴 것 같다”며 민중총궐기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했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노동개악’도 우리와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서민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민중총궐기가 잘 성사돼야 우리 문제도 잘 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많은 사람이 모여 정권과 재벌기업 등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집회가 되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농성장 위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오는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노동자·농민·서민 10만명이 참여하는 민중총궐기가 개최된다. 총궐기 당일 노동자는 오후 2시 30분 시청광장에서, 농민들은 오후 2시 태평로에서, 빈민들은 오후 1시 서울역광장에서 각각 부문대회를 연다. 이외에 대학로에서 오후 1시 30분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민생수호 범시민대회’, 오후 2시 청년학생들의 ‘헬조선을 뒤집는 청년총궐기’가 열리고, 오후 2시 삼일교 북측에서는 성소수자대회가 진행된다.

시간 장소 행사

13:00

서울역광장 빈민 부문대회

13:30

대학로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민생수호 범시민대회

14:00

대학로 헬조선을 뒤집는 청년총궐기

14:00

삼일교 북측 성소수자대회

14:00

태평로 농민 부문대회

14:30

시청광장 노동자 부문대회


출처  [인터뷰] “언제까지 노예로 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