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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관광·금품 살포’에도 영덕군민 10명 중 9명 ‘원전 건설 반대’

‘접대 관광·금품 살포’에도 영덕군민 10명 중 9명 ‘원전 건설 반대’
‘원전 안 된다’는 군민 vs ‘짓겠다’는 정부… 갈등 이어질 듯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13 22:20:16


▲ 경북 영덕 핵발전소 유치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개표를 앞둔 13일 새벽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농업협동조합 2층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영덕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주민투표가 끝났다. 투표인명부 기준 1만8581명 대비 60.3%의 투표율을 보였고, 91.7% 주민들이 ‘원전 유치 반대’에 표를 던졌다. 투표한 주민 10명 중 9명이 원전 유치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이번 투표를 통해 드러났다.

주민투표법(제24조)상 주민투표 결과가 효력을 가지려면 총 유권자의 3분의 1인 1만1478명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이번 영덕 주민투표에 중앙선관위 유권자 3만4432명 기준 32.53%인 1만1201명이 투표에 참여해 주민투표법상 유효기준에는 277명 미달했다.

하지만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측은 “투표인명부에 등재된 1만8581명으로 유권자를 산정할 경우 1만1201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60.3%이며, 부재자 7,000여 명을 고려하면 총 선관위 유권자 대비 투표율이 41%”라면서 주민투표 성사를 주장했다.


정부·한수원 주민투표 방해공작… 금품 살포, 관광 접대, 투표자 채증까지

일각에서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의 투표방해 행위에도 높은 투표율과 반대율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민투표 전부터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주민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면서 투표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13일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주민투표를 앞둔 지난 추석을 전후해 영덕주민을 상대로 쌀 6,000포대를 나눠줬다. 또 주민투표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일에는 주민들을 불러 온천관광을 시켜주고, 음식을 대접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덕 마을 중 한수원이 보내 준 관광을 안 간 마을이 없을 정도”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투표를 앞두고 영덕 군민들에게 쌀 6,000포대를 배포했다. ⓒ영덕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제공


주민투표법 제28조에 따르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투표인에게 금전·물품·향응 등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 주민투표소 인근에서 한수원 관계자가 차량용 블랙박스를 이용해 투표소에 들어가는 주민들을 촬영하다가 투표관리위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다른 투표소에서는 한수원 관계자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다가 항의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김자연 변호사(법률사무소 늘품)는 “블랙박스를 통한 채증뿐만 아니라 투표소 곳곳에서 한수원 관계자 차량이 돌아다녔다”면서 “이는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으로 투표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측도 투표 이전부터 “영덕 원전 주민투표가 법적 근거와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투표 직후 담화문 발표를 통해 “투표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표 방해에도 10명 중 9명 ‘원전 반대’, 군민 의견 수용해야”

영덕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방해공작에도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군민의 핵발전소 유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가 신규원전 건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정부가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영덕군민들의 민의를 확인한 성공적인 주민투표로 평가한다”면서 “투표를 통해 확인된 영덕 군민들의 원전 반대 의지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영덕 지도자들이 이러한 뜻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 영덕군민들이 핵반전소 건설 철회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구자환 기자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한수원이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도 30%가 넘는 영덕군민들이 궂은 날씨 속에서 투표장을 찾아 91.7%라는 핵발전소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주민투표를 준비했던 사람들도 높은 투표율과 반대율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이 주도하는 주민투표라서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비공식적인 투표율을 내세워 ‘효력을 잃었다’며 흠짓을 내는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정부는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군민들의 민주주의적인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반대 단체들은 개표 결과 영덕군민의 원전 반대 의지가 확인된 만큼, 원전건설 백지화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원전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견해를 밝혀 향후 영덕에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12년 9월 영덕지역을 신규 원전 2기 건설지역으로 지정·고시했으며 지난 7월 발표한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원전2기(신고리 7·8호기)를 영덕 천지 1·2호기로 건설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더해 향후 원전 2기를 신규로 건설하기로 하고 영덕(천지 3·4호기) 또는 삼척(1·2호기)에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방침도 정한 상태다.


출처  ‘접대 관광·금품 살포’에도 영덕군민 10명 중 9명 ‘원전 건설 반대’





영덕에서 재확인된 원전 반대의 민심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1-13 07:19:31


경북 영덕의 핵발전소 유치 찬반을 놓고 벌인 주민투표에서 투표자의 91.7%가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는 작년 10월 삼척에서 진행된 주민투표에 이어 다시 한 번 원전 반대가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위원장 노진철)는 지난 11~12일 양일간 진행된 투표에서 투표인명부에 등록된 18,581명 가운데 11,201명이 참여해 60.3%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알다시피 이번 주민투표는 정부와 영덕군, 한수원의 철저한 무시와 노골적 방해 가운데 이뤄졌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핵발전소를 들이는 일인데도 주민 의사를 모으지 않은 채 행정 절차의 적법성만 고집했다. 급기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영덕군의회까지 나서 공적인 주민투표로 찬반을 가려보자고 했으나 이마저도 일언지하 거부했다. 당연히 선관위의 협조도 없었다. 오히려 찬성 측의 관변단체들은 원전 반대가 곧 불순 좌파 세력이라는 색깔론으로 재를 뿌렸다. 더구나 투표소로 향하는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 소형 블랙박스까지 동원해 촬영한 사실이 들통 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주적 관리에 의한 주민투표를 순조롭게 진행한 영덕군민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생명의 가치를 오롯이 살려낸 주역이다. 반면, 정책 시행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고 민주주의적으로 관리할 직무를 비열한 수단으로 내팽개친 것은 정부와 영덕군이었다. 그런 그들이 주민투표법상 투표율 1/3 미달을 들먹이며 법적 효력 상실 운운하는 것이 말이나 될 일인가. 요즘 시쳇말로 '비정상의 혼'에서나 튀어나올 말이다.

영덕군민이 선택한 결론은 분명하다. 더는 원전을 짓지 말라는 것이다. 1년 전 주민투표에서 85.6%가 반대한 삼척시민의 의사도 마찬가지였다. 노후화된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을 반대해 온 민심도 다르지 않다.

'안전한 원전'은 핵 마피아와 결탁한 권력의 오래된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그 맹신이 거짓말처럼 불러온 것은 결국 생명의 파국이었다. 이것이야말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우리가 얻은 섬뜩한 교훈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동해안에만 30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겠다고 한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를 통해 효율과 이익으로 포장된 기술의 맹신이 결국 인간이 무릅쓸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밀양과 청도의 할매들을 땅 밖으로 밀어내면서까지 강행한 신고리 3호기는 불량 케이블 납품 비리와 부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다. 이 정도 핵 안전 관리 수준을 갖고도 반성하지 않을 때,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재앙이 끔찍하기만 하다.


출처  [사설] 영덕에서 재확인된 원전 반대의 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