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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인간에 대한 예의도 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

인간에 대한 예의도 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1-17 07:22:18


▲ 최민의 시사만평 - 파리목숨


14일의 민중총궐기에서 일어난 경찰의 살인적 진압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이 곧바로 ‘망언 릴레이’에 나섰다. 특히 이완영 의원은 “최근 미 경찰이 총을 쏴서 시민을 죽인 일 10건 중 8~9건은 정당한 것으로 나온다”며 “이런 것들이 선진국의 공권력”이라고 떠들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도 아니지만, 글자 그대로 국민에게 총을 쏘아도 좋다는 뜻으로 들린다.

같은 당의 이노근 의원은 집회를 주최한 단체를 “유사범죄단체”라고 규정했고, 박인숙 의원은 “아예 광장을 없애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태경 의원도 새정치연합까지 끌어들여 “폭력난동세력의 표를 구걸하기 위해서 폭력 숙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아무 관계도 없는 파리 테러를 들어 ‘테러방지법’을 빨리 처리하자고도 주장했다. 연이어 발언을 내놓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아 목숨을 위협받은 보성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같은 사람으로서, 또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찌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자체의 논리도 갖추지 못했다. 대신 넘쳐난 것은 청와대에 잘 보여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얻어내겠다는 욕망이었다.

과잉 진압의 당사자라고 할 경찰의 발뺌도 가관이다. 경찰은 이날 사용된 물대포가 자신들이 정한 내부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규정이란 것이 다만 ‘예시’일 뿐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도 둘러댔다. “시위대를 이격시키기 위해 살수했는데 불행히 거기 그분이 계셔서 변을 당한 것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사람의 머리를 조준해 쏘고, 이를 구조하는 시민은 물론 구급차에까지 물대포를 난사했던 경찰이 내놓은 말이다. 경찰에게는 국민의 목숨은 그저 ‘운’에 달린 것일 뿐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정치인이나 경찰 간부들의 인식은 이 정권이 이번 사태를 보는 인식을 알려준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왜’ 열렸는지, 자신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돌아보는 대신 반대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뿌리를 뽑겠다’는 광기만 가득하다.

이런 광기는 우리 현대사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유신 말기 차지철 경호실장은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을 죽이고도 까딱없었는데 우리도 데모대원 100만∼200만 명 정도 죽인다고 까딱 있겠냐”고 했다. 박정희에게 아부하기 위해 나온 말이었다. 박정희나 차지철의 말로가 어떠하였는지는 모두가 아는 것과 같다.


출처  [사설] 인간에 대한 예의도 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