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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일본과 한국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죽였다”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일본과 한국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죽였다”
1,211차 수요집회 참가자들, 한일 위안부 협상 백지화 촉구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30 16:09:48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피해자인 길원옥(왼쪽), 이용수 할머니가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지웅 기자

조선의 딸로 태어난 죄밖에 없다. 일본과 (한국)정부 모두 믿을 수 없다.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석해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참가자들의 위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할머니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한일 ‘위안부’ 협정 이후 첫 수요집회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1211차 수요집회에는 1천여명(경찰추산 700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한일 위안부 협상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가 함께 했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전병헌·유승희 최고위원, 장하나 의원 등도 참여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협상 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양지웅 기자


“한일 위안부 협정은 피해자 저버린 외교참사,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집회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법적 책임을 찾아볼 수 없고, 모호하고 진정성 없는 사과만이 담겨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시행한다는 전제하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다는 어의없는 약속까지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이라는 원칙은 간데 없이 오히려 피해자를 무시하고 국민의 염원에 등 돌린 졸속적 합의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천회를 넘어 이어져 온 수요시위의 평화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평화비 철거마저 운운한 정부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대승적 결단은 피해자들을 저버린 외교참사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양국 합의는 피해자도 시민사회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외교적 담합”이라고 평가하며 한일 양국에 “졸속 합의를 즉각 취소하고 피해자의 요구에 귀 기울여 올바르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이 2015년에 돌아가신 피해 할머니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잘못된 역사 바로잡을 때까지 함께 싸우자”

2015년 마지막 수요집회는 올해 돌아가신 9명의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추모발언과 노래공연, 꽃 헌화 등이 이어졌다.

이화여고 이정은, 신채은 학생은 “할머니들이야 말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라면서 “이제 우리가 할머니 뜻을 이어받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진실을 바로 잡기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고 학생들은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노래 등을 합창하며 세상을 떠난 피해 할머니들을 추모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죄를 짓고도 거짓말만 하고, 우리 정부는 졸속합의를 해놓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며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면서 “하늘에 있는 할머니들의 한을 풀고,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잘못된 역사를 손바닥으로 가려도,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해도, 우리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면서 “전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국제연대단체를 만들고 전국적인 수요집회를 조직해 국내외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1월 시작돼 매주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수요집회는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238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남은 생존자는 46명이다.



출처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일본과 한국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