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정부, 청년들에 ‘노동개혁 찬성’ 대본주며 “이렇게 인터뷰 해라”

정부, 청년들에 ‘노동개혁 찬성’ 대본주며 “이렇게 인터뷰 해라
전 고려대 총학생회장 등에
“고용부, 내부용이라며 인터뷰 요청
거절하자 문자메시지로 각본받아”

[한겨레] 전종휘 기자 | 등록 : 2016-01-06 22:05 | 수정 : 2016-01-07 14:06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입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된다”며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법안의 국회 처리를 주문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앞줄 왼쪽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고용노동부가 전직 대학 총학생회 회장 등에게 이른바 ‘노동개혁’에 찬성하는 인터뷰를 요구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용부는 “노동개혁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인터뷰 내용을 일부한테 문자메시지로 보내 논란을 키웠다.

서재우 고려대 전 총학생회장은 6일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지난 월요일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노동개혁과 관련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담당자가 ‘내부보고용 자료인데, 인터뷰 내용은 정해서 주겠다’는 뉘앙스로 얘기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고 밝혔다. 서 전 회장은 이어 “나는 현 노동개혁에 찬성하지 않을뿐더러 고용노동부로부터 정해진 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고용부는 이틀 뒤인 6일 서 전 회장한테 “노동개혁이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미리 짠 인터뷰 각본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친 서 전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인들이 정해진 틀대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인터뷰라고 보기 어렵지 않냐”며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천하겠다’는 정부 표어와 모순적일뿐더러 비논리적인 인터뷰 내용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더라”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서 전 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전직 총학생회장한테도 같은 요구를 했다. 심민우 홍익대 전 총학생회장도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어제 같은 전화를 받았는데 ‘노동개혁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노동개혁에 대해 시각이 다르고 찬성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심 전 회장은 “고용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보단 개혁이란 이름으로 마치 노동개혁이 되면 일자리가 엄청나게 창출될 것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포장된 목소리를 내부보고 한다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내부행사 때 관련 영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한 것으로,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진 않았다”며 “문자메시지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다른 총학생회 간부한테 ‘당신이 하려는 말을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느냐’고 확인하기 위해 보내려던 것을 담당자가 실수로 잘못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단독] 정부, 청년들에 ‘노동개혁 찬성’ 대본주며 “이렇게 인터뷰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