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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채동욱 뒷조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견제용”

법원 “채동욱 뒷조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견제용”
국정원 직원·청 행정관 등에 벌금형
1심보다 형량 낮춰…배후 존재 시사
“피고인들 맡은 역할은 극히 일부분”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6-01-07 19:35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끝낸 뒤 인사말을 하며 안경다리를 매만지고 있다. 신소영 기자


국가정보원이 채동욱(57)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에 대해 뒷조사를 벌인 것은 검찰의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댓글) 사건 수사를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채 전 총장 혼외자 정보유출 사건 항소심에서 국정원 직원 송아무개씨와 조오영(57)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 조이제(56) 전 서초구청 국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송 씨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조 전 행정관은 무죄, 조 전 국장은 징역 8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송씨가 정보 수집 당시 있었던 관계 기관 간 갈등에 비춰보면, 검찰이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이 아닌 국정원법 위반만으로 기소하도록 압박을 할 방편의 하나로 첩보를 검증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이것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와 관련할 때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씨는 재판에서 “2013년 6월 서울 양재동 또는 서초동의 음식점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다가 채 군의 이름과 학년, 학교 정보를 기억해놨다. 간첩이 고위 공직자 관련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첩보 수집에 나선 배경을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송 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 전 총장의 뒷조사가 2013년 6월 검찰이 원세훈(65)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 직전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채 전 총장 압박용 첩보 수집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 군의 개인정보가 청와대 쪽에 전달된 사실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은 청와대 감찰과 검찰에서는 (채 군 정보를 조 전 국장에게 요청했다고) 자백했다가 1심 재판에서 번복했다. (번복 전) 자백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조 전 행정관의 유죄를 인정했다. 조 전 행정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채 군의 정보 조회를 부탁한 인물을 여러 차례 번복하며 수사에 혼란을 주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조 전 국장에게 채 군의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피고인들의 형량을 벌금형으로 낮춘 것에 대해 “피고인들만 전체 그림에 관여되어 있고 (수사에서) 다른 사람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데, 전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맡은 역할은 지극히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 이 사건의 배후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검찰이 이 사건의 ‘전체 그림’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조 전 행정관은 당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하나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부하 직원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국장 등 3명만 재판에 넘겨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출처  법원 “채동욱 뒷조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 견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