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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정권 위기 때마다 울리는 ‘개신교 카톡’

정권 위기 때마다 울리는 ‘개신교 카톡’
‘세월호’부터 ‘교과서 국정화’까지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16 11:52:54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대량으로 유포된 메시지. ⓒ기타


“할랄단지 반대서명 바랍니다. 다문화 빗장을 너무나 열어 놓았습니다. 인천공항 외국인 입국 시 지문 확인도 안 하고 장기 체류자 대책 없습니다. 5천5백억 원 들여서 익산시에 할랄 식품 공장을 짓고 50만 평을 5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 해 줍니다. 매월 1인 기준 정착금 전북도청 1백만 원, 익산시청 5십만 원 기타 주택 보조금까지 세금 1원도 안 내는 사람들에게 세금 퍼주기입니다.”

최근 개신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유포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다. 지난해부터 유포되던 이 메시지는 최근 들어 더욱 광범위하게 개신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할랄단지 반대 서명을 호소하고 있는 이 메시지는 IS 등 테러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 메시지에 등장하는 내용은 유언비어다. 일부의 사실에 왜곡된 정보를 더한 거짓 정보다. 익산에 할랄 식품 공장이 들어서는 건 사실이지만 할랄 식품 공장은 50만 평 규모의 익산 식품 클러스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외국인 입국 시 지문확인도 안 한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관련 뉴스 등을 잠시만 검색해 봐도 거짓임을 알 수 있는 정보지만 개신교 신자들이 중심이 된 커뮤니티 등에선 아무런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이런 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된다. “할랄단지 반대서명 바랍니다”라는 호소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행동에 나선다.


동성애 못 막으면 변종 메르스가 퍼진다고?
유언비어가 사역 요청에 삽시간에 확산

카톡 등 개신교 커뮤니티를 통해 이런 식의 유언비어가 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회가 논의하던 당시엔 동성애 관련 이야기들이 카톡으로 유포됐다.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성경은 불법한 책이 된다”며 “성경 말씀과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서 반대 의사를 온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라는 호소였다. 차별금지법에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포함되면 동성애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는 성경이 불법한 책이 된다는 주장이다.

역시 아무런 근거 없는 유언비어다. 하지만 이런 유언비어는 지난해 6월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 축제를 열면서 더욱 극대화됐다. 당시 개신교 보수단체들과 이런 카톡 메시지를 전달받은 일부 신도들은 서울시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다 축제가 열리자 당일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유언비어는 한술 더 떠 ‘퀴어축제’를 막지 못하면 변종 메르스가 전국을 휩쓸 것이란 주장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개신교 커뮤니티에선 메르스가 대한민국의 이슬람과의 할랄 사업권 체결, 동성애 축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식의 발언 유포됐다. 하지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은 “사역 부탁한다”는 요청과 함께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아울러 퀴어축제 맞불 집회 등 직접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해 6월 서울광장 주변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기독교단체들이 기도회형식의 반대집회를 열었다. 당시 개신교인들 사이에선 동성애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대량으로 유포되기도 했다. ⓒ정의철 기자



세월호 노란 리본은 사탄의 뜻? 교과서 국정화는 하나님의 뜻?
개신교 카톡이 정권 위기 탈출을 위한 도구?

개신교 카톡을 중심으로 번지는 유언비어들은 점점 그 양상이 정치화되고 있다. 동성애, 이슬람 등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반을 뒀던 혐오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잘 드러내 준 사례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5월 황교안 총리 인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이다.

“노란 리본의 착각을 알립니다. 세월호 사건 후에 실종자를 위한 의미로 이해하고 SNS에 노란 리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지요. 깜짝 놀랄 소식을 접하고 이용 중인 분이 계시면 참고하시고 즉시 바로잡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나비 리본은 주술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종교 혼합주의에 빠져 귀신을 부르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는 잘못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 더 이상 침울하고 우울한 상태에서 머뭇거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우울증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인 생각으로 눈물을 이제 거두시고 속히 평상으로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카스에도 사고 소식을 이제는 그만 올리시는 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이들은 노란리본을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프로필로 걸면서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아울러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렇게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던 당시 노란 리본 달기가 사탄적 주술이라는 식의 유언비어가 달린 메시지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대량으로 유포됐다. 이 글이 작성되고 유포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목적은 세월호 추모 열기의 차단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위기 탈출용 메시지였다.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개신교인 사이에서 유포된 메시지. 세월호 참사 당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단 노란리본을 사탄의 뜻인양 왜곡하고 있다. ⓒ기타

지난해 5월 황교안 총리 인준 과정에서도 개신교 커뮤니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황교안 총리 인준을 둘러싸고 당시 여러 논란이 일었다. 황교안 총리의 종교 편향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당시 개신교 카톡으로 유포된 메시지를 보면 황교안 총리 인준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 총리 후보 지명자, 그는 자랑스런 기독인입니다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때 정부대리인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석기의 국회의원 뺏지를 떼어냈고, 종북좌파의 온실 통진당을 해산한 일에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앞장섰습니다. … 황교안 후보는 현재 안티 기독교 분자들과 불교인, 종북좌파들의 극렬한 반대를 받고 있습니다. … 여러분이 지인들 20명에게 이글을 전달하여 우리가 함께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선 단순한 메시지 유포 차원을 넘어 첨병으로 해야 할 역할을 자처했다. 박근혜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선언하자 개신교 카톡에선 ‘빨갱이 종북 교과서를 왜? 우리의 자녀들이 봐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유포됐다. 마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하나님의 뜻 인양 여론몰이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를 결의하는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최대 지원군으로 나섰다.


반지성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개신교는 루머에 취약
종교적 근본주의의 정치화가 낳을 미래, 우려스러워

카톡 등 개신교 커뮤니티가 정권과 보수세력의 홍보도구로 활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교회와 목사의 가르침에 순종하도록 요구받아온 문화는 개신교가 루머와 유언비어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었다. 무조건 의심 없이 따르기만 하는 반지성주의는 유언비어가 확산하는 덴 최적의 조건이다.

아울러 그 유언비어가 ‘하나님의 뜻’이고, ‘목사의 뜻’이라는 딱지를 달고 유포되면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내용을 믿고, 그 내용을 주변에 전한다. 아울러 일부 목사들에 의해 이런 내용이 설교의 소재로까지 등장하면서 더욱 확대 재생산된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개신교만이 옳다는 근본주의적 사고와 결합하고, 정치적 보수와 결합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자신들과 맞지 않으면 ‘이단’, ‘적그리스도’로 내몰면서 오직 자신들만이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맹신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진다. 로도 정권의 위기 국면마다 개신교 커뮤니티는 정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매우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익히 IS 등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게서 보이듯 종교적 근본주의와 정치의 결합은 극단적 행동을 낳을 위험이 있다. 지금은 그저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수준이지만 그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일부 개신교인들 사이에 전파되는 유언비어라고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출처  ‘세월호’부터 ‘교과서 국정화’까지 정권 위기 때마다 울리는 ‘개신교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