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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진선미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진선미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우리가 무기력해지길 바라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28 03:13:29


▲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 가슴을 치고 있다. 이는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격노한 박근혜가 책상을 10여 차례 친 일을 패러디한 것이다. ⓒ뉴시스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의심은 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외된 사람을 향해서 하는 것입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18번째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7일 오후 4시 21분 시작한 연설을 28일 오전 1시 37분 마무리 지었다. 장장 9시간 16분의 연설이다.

진 의원은 ‘보도연맹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국가정보원 간첩조작 사건’ 등 사건을 설명한 뒤 “의심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이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다. 의심은 늘 정권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므로 의심은 늘 합리적이어야 하고 평등해야 한다. 정부를 관리하는 행정부는 국민에게 통제돼야 한다”며 “이것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무서운 상대는 힘이 센 상대가 아니라 끈질긴 상대”라며 “(새누리당은) 거듭된 횡포로 우리가 무기력해지길 바라고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끈질기게 매달려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며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우리들의 유일한 힘이자 희망”이라고 호소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진 의원에 이어 3선 중진인 최규성 의원이 19번째 주자로 나섰다.

다음은 진선미 의원의 마무리 발언 전문이다.

이제 맺음 마지막 말을 하겠습니다.

제가 19대 국회에서 가장 애쓴 것 중에 하나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입니다. 형제복지원 진상규명법을 발의한 때부터 그것을 고민하고 피해자들과 같이 만나서 고민한 건 4년이 다 돼가고 발의한 지도 2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제가 어떻게든 끝내 해결하고 싶은 문제입니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전두환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부랑인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해 가둔 사건입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강제노역, 폭력, 성폭력에 시달려야 했고 공식적인 피해자들만 513명에 이릅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왜 형제복지원에 끌려가게 되었을까요. 바로 ‘의심스러워서’ 입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부랑자로 의심돼서 만약에라도 사회질서를 해칠까 의심스러워서 형제복지원에 갇힌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집 앞에서 놀고 있던 아이였거나 도시에 왔다 길을 잃은 지방사람이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역전에서 맴돌던 실업자, 빈민이었고 하루의 피로를 술로 풀고 귀가하던 노동자였습니다.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의심은 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외된 사람을 향해서 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가난한 사람을 의심하고 약한 사람을 의심합니다.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권력있는 사람들은 의심받지 않았습니다.

해방 후에 극심한 가난과 혼란속에서 그저 쌀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북한군에 합류할 의심이 든다고 학살당했습니다. 국민보도연맹 이야기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편이 아니라 조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고 의심이 되어 사법살인을 당합니다. 인민혁명당 사건 이야기입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수탈로 농사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얻으러 온 사람들은 잠재적인 불안요소라며 아무런 잘못 없이 시설에 감금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입니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유우성 씨는 간첩으로 의심받아야만 했습니다. 최근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입니다.

의심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이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입니다. 의심은 늘 정권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은 늘 철저히 합리적이어야만 하고 정보 관리는 반드시 통제되어야만 합니다. 비합리적인 의심과 통제되지 않는 정부는 권력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칼이 됩니다. 의심은 합리적이고 평등해야 합니다. 정부를 관리하는 행정부는 국민에게 통제돼야 합니다. 이것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테러는 정보를 독점하는 비밀스러운 조직에 의해 예방되지 않습니다. 테러는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삶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국민들의 힘으로 예방됩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국민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움직일 때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동력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게 하고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테러 예방이라는 미명하게 국제관계에서 적을 늘리고 있고 국민들에게 더더욱 살기 싫은 사회, 떠나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면 국정방향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미 여러 번 학습한 새누리당의 횡포에 ‘이렇게 해봤자 통과될 텐데 뭐’라는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길 바랍니다. 가장 무서운 상대는 힘이 센 상대가 아니라 끈질긴 상대입니다. 거듭된 횡포로 우리가 무기력해지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끈질기게 매달려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강한 야당이 되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우리들의 유일한 힘이자 희망입니다. 국민이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진선미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