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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홍위병’ 노릇 자처한 어버이연합의 지난 4년

정권 ‘홍위병’ 노릇 자처한 어버이연합의 지난 4년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23 13:43:27


정권 위기 때마다 ‘홍위병’ 자처한 어버이연합

▲ 어버이연합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북한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은 지난 2006년 노인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극우 시민단체다. 회원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반북·반공산주의 성향이 뚜렷한 대표적인 보수단체들 중 하나다. 이들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은 ‘북한’과 ‘시민사회 진영’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격한 방식의 기자회견, 집회로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종북 세력’으로 낙인찍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세월호 참사 등 정부의 책임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어버이연합은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사회를 ‘종북’으로만 몰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폭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어버이연합이 각종 막말과 폭력으로 한국사회를 병들게 했던 이들의 활동을 정리해보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진실 요구하는 시민들에 '종북세력'

▲ 맞불 집회 나선 어버이연합 ⓒ이승빈 기자


“촛불 선동 세력들은 지금 당장 물러가라!”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출범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밝혀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에 시민들은 정부에 ‘진실’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5월 2일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이날은 5년 전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거리에 나왔던 촛불 시민들이 다시 한 번 모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편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에 모인 100여 명의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거짓선동 편파왜곡 일삼는 종북세력 척결하자’라는 현수막을 걸고 ‘촛불 물러가라’를 외쳤다. 이들은 이날 ‘촛불을 끄겠다’며 한 손에 물총을 들고 촛불 집회 현장으로 난입했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도심 한복판서 여성 국회의원 폭행

▲ 전순옥 의원 ⓒ뉴시스


2013년 8월에는 현직 여성 국회의원이 어버이연합 회원 3명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에서는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은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국정원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던 도중 술 취한 어버이연합 회원들로부터 유인물을 빼앗기고 폭행당했다.

전 의원을 폭행한 어버이연합 회원 3명은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전 의원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 의원은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한달도 안돼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 어버이연합 ⓒ양지웅 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자 어버이연합은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거짓 선동 세력’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8일째를 맞았던 지난 2014년 5월 3일 어버이연합은 집회를 열고 “유가족 마음 유린하는 거짓선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비난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던 7월에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기습적으로 침입을 시도, “세월호 참사는 거짓폭력”이라며 난동을 부렸다.

▲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난입하려는 어버이연합 ⓒ출처 : 하유진씨 페이스북



진상규명이 혈세낭비? 도 넘은 특조위 해체 요구

▲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앞에서 고함지르는 어버이연합 ⓒ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해체되어야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특조위의 1차 청문회와 지난 3월 2차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이들은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벌였다.

어버이연합은 “특조위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략적,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탈행동과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매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에 “종북X들” 막말

▲ 세월호 유가족 붙잡는 어버이연합 ⓒ양지웅 기자


어버이연합은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민주노총, 416가족협의회,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쉬운 해고 반대 등의 서명운동을 진행하던 서울역에 나타나 행패를 부렸다.

회원 3,40명이 갑자기 나타나 피켓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관계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들은 유가족을 향해 “나라가 이 모양인데 이러고 있느냐”, “종북X들”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 '빨갱이' 딱지

▲ 문재인,이종걸에게 항의하는 어버이연합 ⓒ정의철 기자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한 다음날인 지난 10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자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은 현장에 나타나 “왜 주체사상을 가르치느냐”며 항의했다.

당시 서명을 받고 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어버이연합 회원들도 오셨으니 우리 말씀 들어보시고 옳다고 생각되면 함께 서명해 달라”며 “역사를 국정 교과서로 만든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지 않겠나. 5년짜리 ‘정권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은 문 전 대표를 향해 “빨갱이” 등 욕설을 내뱉으며 맞불집회를 벌였다.


야당 의원들 기자회견 난입시도 막던 경찰까지 폭행

▲ 야당 의원들 기자회견 난입한 어버이연합 ⓒ양지웅 기자


지난해 10월 25일 교육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서울 혜화동 국립국제교육원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이틀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음날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TF가 있는 건물 앞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교육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던 와중에 어버이연합과 고엽제전우회 등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도종환 나와라” “선동하지 말라”라고 소리치며 브리핑을 막으려고 하자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경찰들에 욕설과 함께 폭행을 휘둘렀다. 이들 중 한 명은 당시 현장에 나와있던 혜화 경찰서장을 폭행해 연행되기도 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하는 어버이연합 ⓒ양지웅 기자



역사학계 최대 행사에서 “역사 교육 망친 주범들” 난동

▲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린 서울대 강당 ⓒ민중의소리


지난해 10월 30일 역사학계의 가장 큰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에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28개 역사학회가 참여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철회와 역사학자들의 집필참여 거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들은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전 '역사교육 망친 자들이 올바른 교과서를 반대해?’ ‘교육망친 주범, 좌편향교수들 학부모가 용서않는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위안부’ 지원 단체에 ‘종북’ 딱지까지

▲ 소녀상 앞 어버이연합 ⓒ양지웅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 내용에는 피해자할머니들이 그간 요구해왔던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이 없어 당사자들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버이연합은 한일 합의가 발표된 이후 처음 열린 수요 집회가 끝난 지난 1월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합의는 과거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외교적 결실이며 미래지향적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추켜세웠다.

또한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대해 “정대협 지도부는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 철저히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은 북한 찬양 전력으로 실형까지 살았던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 위안부 소녀상 이용 선동세력 주장하는 어버이 연합 ⓒ양지웅 기자



출처  [카드뉴스] 정권 ‘홍위병’ 노릇 자처한 어버이연합의 지난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