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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최은영 씨! 한진해운 주식 판 게 우연이라고요?

경영을 잘 못 배운 최은영 씨!
한진해운 주식 판 게 우연이라고요?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25 19:17:08


아무리 뒷간 들어갈 때 기분 다르고, 나올 때 기분 다르다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주주들은 하한가를 맞아 피눈물을 흘리는데, 경영 악화의 책임이 있는 전직 최대주주는 주식을 냉큼 팔고 잇속을 챙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게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한다. 한진해운 전직 최대주주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제수인 최은영 씨!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정치판에 남긴 유행어를 한 마디 전해주자면 “당신은 경영을 잘 못 배워도 한참 잘 못 배웠다!


대놓고 먹튀,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나?

구조조정 태풍 한 가운데 서 있는 한진해운은 지난주 금요일(22일) 이사회를 열고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율협약이란 그룹의 경영을 채권단 공동 관리 체제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한진해운을 지배해 온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가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진그룹이 이 항복 선언을 하기 직전, 전직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였던 최은영 전 회장과 두 자녀들은 보유했던 한진해운 주식을 깡그리 팔아버렸다. 최악의 악재인 자율협약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 그러니까 주가가 최대한 덜 떨어졌을 때 보유 주식을 냉큼 팔아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이야기다.

▲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뉴시스


8일부터 20일까지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팔아치운 한진해운 주식은 모두 96만 7,927주. 이 주식을 팔아 이들이 챙긴 금액이 30억5442만 원이다. 만약 이들이 정직하게 자율협약 발표 이후에 주식을 팔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율협약 소식이 나온 22일 한진해운 주가는 7%가 빠졌고, 25일에는 하한가(-29.94%)를 맞았다.

그런데 하한가에도 주식을 못 판 주주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매수 물량이 전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26일 주가도 폭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최 전 회장이 (정직하게 거래했다면) 건질 수 있는 돈은 고작 15억 원 남짓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회사는 망조가 들었고,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 위기에 빠졌는데, 전직 최대주주는 태연히 회사 기밀 정보를 이용해 잇속을 챙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은영 씨, 당신은 경영을 한참 잘못 배웠다!


한때는 한진해운이 한진그룹 소속이 아니라면서?

먹튀 행각이 공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처럼 태연히 자기 잇속만 채운 최은영이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그녀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의 3남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이다.

조중훈 명예회장은 한진그룹을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등 4개 분야로 쪼개 네 아들에게 물려줬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맡았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을 맡았고, 3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가져갔다. 4남 조정호 회장의 몫은 메리츠금융그룹이었다.

그런데 이들 4형제 중 유일하게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작고했다. 이 바람에 그의 부인이었던 최은영 씨가 한진그룹을 맡은 것이다. 최 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10남매 중 여덟째인 신정숙 씨의 장녀다. 어려서부터 재벌의 경영을 보고 배운 인물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최 씨는 한진해운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 열을 올렸다. 한진해운은 원래 조중훈 창업주가 1977년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최 씨는 한진해운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면서까지 이 회사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그녀는 2009년 시무식에서 아예 그룹 이름을 ‘한진해운그룹’이라고 부르고(한진그룹 소속이 아니라는 뜻) “한진해운은 1949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책기업인 대한해운공사로 출범해 현대 한국 해운의 서막을 열었다”고 공언했다. 한진해운의 뿌리가 시아버지인 조중훈 회장에 있지 않다는 선언이었다.

▲ 한진해운 본사 ⓒ김철수 기자


최 씨가 이처럼 한진해운 확보에 열을 올렸던 것은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의 계열 분리를 늦췄기 때문이다. 최 씨는 한진해운의 완전한 계열분리를 원했지만,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은 조카들(조유경, 조유홍)이 경영권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언했다. 조 씨한테는 회사를 물려줘도, 최 씨한테는 물려 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최 씨는 이에 맞서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금 한진해운이 맞은 경영 위기는 근본적으로 6~7년 전, 이 회사가 용선료 협상을 엉터리로 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해운 회사들은 배를 선주에게 빌려서 물품을 운송한다. 배를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용선료다. 한진해운이 지금 지급하는 용선료는 요즘 시세보다 5배가 넘는다. 한 해에 용선료로만 빠져나가는 돈이 1조 원이다.

이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다름 아닌 최은영 씨다. 최 씨가 경영권을 가졌을 때 생긴 일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잘못된 판단 탓에 한진해운의 운명은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수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최 씨는 한진해운 회장으로 재직했던 2013~2014년 두 해 동안 임원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무려 97억 원을 챙겨간 전력이 있다. 이 두 해에 한진해운은 1조 8,000억 원의 순손실(2013년 1조 3,392억 원, 2014년 4,679억 원)을 내는 등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 씨는 “나는 이제 경영권을 시아주버님에게 넘겼다”며 냉큼 주식을 팔고 도망가 버렸다. 한국 재벌들이 책임감이 제로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회사가 망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놓고 자기 호주머니부터 챙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최은영 씨에게 경영을 이따위로 가르쳤나? 시아버지인 조중훈 회장인가? 남편인 조수호 회장인가? 아니면 큰 외삼촌인 신격호 회장인가?


이게 불공정 거래가 아닐 확률이 몇 %?

최 씨의 입장은 “2014년 5월 한진해운에서 손을 뗄 때 이미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공정거래위에 보고한 상태였고, 지분 매각은 계획에 따른 것”이란다. 그래서 그 지분 매각 시점이 때마침 자율협약을 발표하기 직전이었고, 그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는 이야기인가? 다른 주주들은 연이틀 주가 폭락으로 40% 가까운 금전 손실을 보았는데? 도대체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어줄 것 아닌가?

금융당국이 이 사실을 두고 조사를 할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5일 “객관적으로 볼 때 최 회장 일가의 최근 주식 처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닌지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 씨가 “자율협약을 먼저 신청한 현대상선의 사례 등을 참고해 한진해운 주가 흐름을 예측하고 보유주식을 판 것”이라고 버티면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 씨의 버티기가 통한다면 또 한 명의 재벌의 도덕적 해이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은 재벌들이 자기 배 불리며 회장님 소리 듣고 살기에 너무 편리한 나라다. 도대체 이렇게 부도덕한 재벌 일가를 처벌할 수 없다면, 누구를 처벌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와중에 한진해운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몰려 생존권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데도 말이다.


출처  경영을 잘 못 배운 최은영 씨! 한진해운 주식 판 게 우연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