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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노조는 내 삶과 가족 지키는 최선의 선택”

“노조는 내 삶과 가족 지키는 최선의 선택”
126주년 노동절 집회 참석자에게 ‘왜 노조를 했는가’ 물었다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01 19:09:13


▲ 126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노동개악 폐기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단결과 투쟁.

사회의 중추이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노동이 성원권을 확보해 온 동력이다. 노동을 착취하고 탄압하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온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절은 기념식이 아니라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다. 노동절의 역사도 그러하다.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했다. 이날 경찰 발포로 6명이 사망했고, 이에 격분한 노동자 30만명이 다음날 헤이마켓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동맹파업을 하자"는 세 가지 연대 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했다.


'내 삶과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선택, 노동조합'

126주년 노동절을 맞은 5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였다. 대열 맨 앞의 노동자들이 빨간 우산을 펼치고 있었다. '내 삶과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선택, 노동조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산업재해, 사장 맘대로 해고 등으로 부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지켜줄 수 있는 건 노동조합이니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하자는 것이었다.

곧 정년을 앞두고 있는 이돌강(61) 씨도 "노조가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준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을 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민주연합노조 소속이다. 얼마 전 산업재해를 당해 요양을 하고 있다고 한 그는 "노조가 있으니 산재 인정도 받는 거다. 노조가 없는 한 업체에서는 노동자가 일하다 떨어졌는데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의정부에서 9명이 노조를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에 4,000여 명의 조합원이 있다. 노동자는 똘똘 뭉쳐야 한다." 민주노조를 키워 온 과정을 함께 한 그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 졌다.

▲ 126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16 세계노동절대회 열고 참석자들이 카트에 구호를 붙이고 참석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민주노총의 노동절 5대 요구 중 하나다. 지난 27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5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월급이 200만원 이하인 비율이 47.4%나 된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월급 200만원 이하를 번다는 얘기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저임금 빈곤노동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계산대 업무를 하는 김미승(47) 씨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앞치마를 두르고 집회에 참석한 그는 동료들과 카트를 끌었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하자', '민주노조 탄압 중단하라'는 문구가 카트 앞에 붙어 있었다.

그는 "사측에서 노조 간부 위주로 부당발령하는 경우가 있다. 저성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라고 낙인을 찍어 부당한 발령을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과 더불어 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 중단. 그를 포함한 마트 노동자들의 요구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소속 박현수(44) 씨는 무대 중앙을 주시하면서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경제위기 진짜 주범, 재벌이 책임져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실업 해결하자"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결국 자기들 편한대로 노동자들을 줄였다, 늘렸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박 씨는 "일요일 하루는 쉬어보자고 노조를 만들어 싸우기 시작했다"면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검찰이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은 든든한 울타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노조 조직률은 약 10%에 불과하고, 정작 울타리가 필요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노조를 결성하려면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 126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16 세계노동절대회 열였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노동개악, 구조조정 맞서 총파업"

박근혜 정부는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개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는 포기하겠다고 한 파견법을 최근에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실업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위해서라도 파견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착취로 인한 저임금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실업대책이라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위기를 부른 경영진과 재벌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노동자 정리해고를 앞에 두는 구조조정도 문제다. 민주노총은 노동절 대회사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칼춤이 아니라 주 35시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제조업 강화 특별법 제정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친화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폐기-노동부장관 퇴진 △경제위기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6월 말~7월 초 총파업 투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노동절 집회서 만난 노동자들 “노조는 내 삶과 가족 지키는 최선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