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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울려퍼진 세월호 가족들의 ‘아리랑’

독일에서 울려퍼진 세월호 가족들의 ‘아리랑’
[민중의소리]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 최종업데이트 2016-05-06 19:31:57


▲ 추모제를 갖는 독일 중서부 지역 재독민주동포들 ⓒ오승민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5월 5일 독일은 예수 승천일로서 휴일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재독 NRW> 회원들과 쾰른, 뒤셀도르프, 에센, 두이스부르크 등 루르 지역과 라인 지역의 재독민주동포들이 모여 들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거리 집회를 열고 <홀로아리랑>을 불렀다. 현지 바츠(WAZ) 기자와 동포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4.16연대와 가족들 유럽 돌면서 국제연대조직

5월 3일부터 15일까지 독일, 바티칸, 벨기에, 영국, 프랑스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치유와 회복을 위한 추모, 안전사회 건설을 통한 유사참사 재발방지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연대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의 대표단이 유럽을 돌고 있다.

3일 뮌헨 행사를 시작으로 둘째날 복훔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재독 NRW>를 만났다. (NRW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약어다) 세월호 가족과 4.16연대를 만난 이곳, 민주원로한인들은 진상규명을 함께 요청하며,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것임을 확신했다.

▲ 오전에 열린 거리 집회 ⓒ오승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재독 NRW>의 오복자 씨는 직접 유럽을 방문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부모님들이 직접 유럽을 방문하신 것을 계기로 이 분들이 원하시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집회를 열었다고 했다. 유럽 차원에서 곳곳에서 열리는 연대 집회의 한 부분이며, 세월호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민중문화모임의 최태호 대표는 조금도 거짓 없이 정직하게 모든 것이 해명이 되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밝혔다. 도르트문트에서 온 변정옥 씨는 세월호 문제를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서 접하였다고 하며 세월호 문제는 일반인들도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면서 모든 것이 선명하게 발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달려온 백민주화 씨
독일에서 만난 가혹한 대한민국의 피해자들

오후에는 2주기 추모제와 간담회가 열렸다. 복훔 한인 교회 추용남 목사는 "세월호 참사에는 나라도, 교회도, 신앙도, 양심도" 없었다며 "이제는 나라가 그들의 가족을 진정으로 돌아보게 하시고, 교회는 가족과 함께" 울게 하라고 간구하였다. 서의실 목사는 광주 항쟁 당시 독일인 슈나이스 목사의 애정과 참여를 상기하는 한편 우리들도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추모제에 이어 열린 간담회. (오른쪽부터)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시연이 엄마 윤경희 씨, 경찰 폭력의 희생자인 백남기 선생의 막내딸 백민주화 씨, 박승렬 4.16 연대 운영위원 (한우리 교회 목사) ⓒ오승민

추모제에는 네덜란드에서 백민주화 씨가 달려와서 가족을 만났다. 백민주화 씨의 부친 백남기 선생은 작년 11월에 경찰의 물대포 조준사격으로 인해 쓰러져 벌써 6개월째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백민주화 씨는 가혹한 국가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이미 서로 구면이었다. 간담회를 여는 말에서 ‘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백남기 선생이 젊은 시절에는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유신 독재 반대에 나섰으며 그 후에는 농사를 지으며 생명 운동을 한 분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해 주었다고 회상하였다.

유경근 씨에 따르면, 세월호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참사"라고 한다면 백남기 선생 참사는 "국가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여서 생긴 참사"다. 백남기 선생의 머리 부위를 조준한 물대포 집중 사격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 백남기 선생의 큰딸 백모니카 씨가 변호사와 함께 영상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물대포를 운용한 경찰이 백남기 선생을 볼 수 없었다는 경찰측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추모제 장소에는 "지금 침묵하면 내가 다음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진상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같은 문구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걸렸다. 이 날 추모제에 참석한 인원은 120여 명으로서 주최측 예상이었던 50여 명을 훨씬 웃돌았다. 4만여 명 재독동포사회에서 100명 모이는 집회는 매우 큰 집회로 분류된다.

지난 총선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에 연대한 박주민 변호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세월호 참사 문제를 왜곡하거나 모독한 후보들이 떨어지는 등 세월호 문제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의식이 확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간담회에서 고 김시연 학생의 어머니 윤경희 씨는 "우리 아이, 우리 집만 생각하여 나라가 이렇게 되었다" 고 하여 장내를 숙연하게 하였다. 세월호는 오늘날 개인의 문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부실상태를 들여다 보는 거울이 되었다. 그러나 딸을 잃은 어머니가 이런 고백을 하여야 하는 상황에 달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 대한민국이 가혹하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되어야

시간이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시민의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시점마다 꼭 대응해야 할 사안들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가족협의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는 특별조사위(이하 특조위) 활동은 2016년 6월로 마무리하게 되고, 정부는 선체 인양을 2016년 7월에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현 상황대로 흘러간다면, 특조위가 선체 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선체 조사는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을 밝혀줄 수 있는 희망의 일부이다. 따라서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이하 특조위)가 원래의 목적대로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행 특별법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발효된 때가 2015년 1월, 17명의 특조위 위원들이 대통령에게서 임명장 받은 날이 2015년 3월 15일, 그 이후에 직원 채용이 7월 말, 예산 집행된 때가 8월, 실질적으로 특별위가 조사활동을 개시한 것이 2015년 9월이라고 한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실질적으로 개시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하는 문제로 논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것이 언제건 선체 인양 후 선체 조사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특조위가 최소한의 활동기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협의회측에서는 특조위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특조위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협의회측에서는 애시당초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검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특검은 총선 일정을 핑계로 미루어졌다.


진실의 힘, 역사의 힘, 시민의 힘

지금 세월호 가족에 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월호 참사는 부정,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우리 사회의 반영이라는 의식이 폭넓게 퍼져 있다. <4.16 연대> 운영위원 박승열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재발이 방지되어야 하는 일이며 시민들은 그런 점에서 일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반대해도 시민의 힘으로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이 진실의 힘이고 역사의 힘이라는 것이다.

3일 뮌헨, 4일 복훔에 이어 세월호 대표단은 6일엔 베를린에서 1994년 침몰해 989명 중 852명이 사망한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7일과 8일에는 로마 교황청을 방문하게 되며 그 다음 주에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일정이 잡혀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세계시민 연대는 전세계 32개 도시에 퍼져 있다.


출처  독일에서 울려퍼진 세월호 가족들의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