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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용역에 맞던 아빠 모습에...” 갑을오토텍 노조원 딸의 편지

“용역에 맞던 아빠 모습에...” 갑을오토텍 노조원 딸의 편지
농성중인 갑을오토텍 노동자의 딸, 낭독하며 울먹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6-07-27 11:17:57 | 수정 : 2016-07-28 14:42:57


▲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가족대책위가 주최한 촛불집회에서 김유진(20)양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제공 : 갑을오토텍지회


농성중인 갑을오토텍 노동자의 딸이 보낸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김우태(50)조합원의 딸 유진(20)양은 27일 아산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유진 양은 "회사에 갔을 때 끼니도 제대로 못 먹고 컵라면으로 때워서 살빠진 모습과 함께 뜨거운 열기에 모기와 싸우며 돗자리 하나 깔린 시멘트 바닥에서 새우잠 잘 아빠를 생각하니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한테 '집에 가자' 하고 싶었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회사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아빠가 '딸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될까봐 그게 싫어서 이렇게 싸우는 거'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혼자 삭힐 수밖에 없었다"며 울먹였다.

김 양은 "아빠가 흘린 땀방울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서 지금 아빠한테 기대고 의지하는 것처럼 나중에는 딸들한테 기댈수 있게 할께"라며 "어서 빨리 끝내고 같이 한 식탁에서 밥먹고 밤에는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김씨가 속한 갑을오토텍 지회는 지난해 6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여왔다. 지난 8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해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공장내부에서 점거 노성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26일부터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오는 29일 용역경비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에서는 지난해에도 특전사·경찰 출신의 용역 경비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아래는 편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세상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는 큰 딸 유진이야. 작년 여름 용역에게 맞아가며 일했던 아빠를 처음 동영상으로 보고 아빠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며 온 가족이 아픈마음과 분노에 찬 마음을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길거리에서 서명운동하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알리고 아빠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 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녀서 겨우 그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악몽 같던 작년 여름이 되풀이 되고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어제 아빠 회사에 갔을 때 끼니도 제대로 못먹고 컵라면으로 때워서 살빠진 모습과 함께 뜨거운 열기에 모기와 싸우며 돗자리 하나 깔린 시멘트 바닥에서 새우잠 잘 아빠를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는 거 있지?

그래서 아빠한테 '집에 가자' 하고 싶었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회사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아빠가 '딸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될까봐 그게 싫어서 이렇게 싸우는 거'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혼자 삭힐 수밖에 없었어.

아빠! 아빠가 흘린 땀방울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서 지금 아빠한테 기대고 의지하는 것처럼 나중에는 딸들한테 기댈수 있게 할께요.

어서 빨리 끝내고 같이 한 식탁에서 밥먹고 밤에는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요. 항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빠를 항상 믿고 응원하는 큰딸 유진이가.


출처  “용역에 맞던 아빠 모습에...” 갑을오토텍 노조원 딸의 편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