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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에서 사드 반대할 줄 몰랐다고?

TK에서 사드 반대할 줄 몰랐다고?
[민중의소리] 천기창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 발행 : 2016-08-26 13:39:22 | 수정 : 2016-08-26 13:40:42


“TK서 반대할 줄 몰랐다”

사드 배치를 왜 이렇게 급하게 결정했냐는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가 했다는 답변이다. 사드 배치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기야 사드 배치 발표 순간에 외교부 장관이란 사람이 백화점에 있었다니 더 말해 뭐할까. 애초에 사드 배치의 실질적인 효과 따위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반발이 적어 미국이 요구하는 마감시한 안에 설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을 뿐이다. 당연히 국민을 설득할 논리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칠곡에서 성주로 현재는 김천까지 유독 경북이 사드 배치지역으로 거론되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어떤 과정도 없었다. 주민 동의를 구하는 최소한의 절차마저 생략한 채 군사작전 하듯 기습적으로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애초에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고, 협의도 없으며, 결정된 바도 없다’는 이른바 3무(無)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하루아침에 성주로 배치지역이 발표되었다. 국방부의 발표에 여러 내용이 있긴 했지만 “인구가 적고 반발이 적다는 것을 고려했다”라는 부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의 효용성 측면 보다는 이 부분이 중요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이 유력한 후보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구·경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해도 지지하고 환호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발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별다른 설명과 절차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은 새누리당이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 17일 저녁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에서 열린 36번째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주민들이 군청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사드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대구경북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 이제 두려움으로

7월 12일부터 성주군청 앞에서 시작된 사드 배치저지 촛불은 50일이 다 되도록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설득은커녕 촛불을 꺼트리기 위해 불필요한 사드 논쟁을 멈추라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성주군민의 사드 반대 시위를 외부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양 몰아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성주군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군민들은 스스로 투쟁을 진화시켰다. 전자파의 위협과 아이들 건강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투쟁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발전하였고 성주지역의 배치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전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성주군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군민의 투쟁을 분열시키고 약화하기 위해 부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태도를 180도 뒤집고 난데없이 제3후보지 검토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마침내 성주군수가 군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방부에 제3후보지 검토요청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하지만 성주군민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제3후보지로 거론되는 초전면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드 반대 투쟁이 성주를 넘어 김천으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 22일 김항곤 성주군수가 제3부지 검토 요청 기자회견을 하자 반발하던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이 군청 공무원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제3후보지로 언급되고 있는 성주군 초전면 롯데 스카이힐 성주CC지역은 지리적으로 성주군이지만 김천시와 아주 근접한 접경지역이다. 사드 배치 때 5천120가구 1만4,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김천혁신도시가 성주CC로부터 불과 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김천은 벌써 사드 배치반대 투쟁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지난 24일 무려 8,000여 명이 모여 결의 대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뿐만 아니라 각종 말 바꾸기로 일관했던 새누리당 소속 이철우 의원은 시민들의 수많은 야유와 함께 쫓겨나듯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을 자신들의 텃밭이라 여기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은 더는 설 자리가 없다. 선거 때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고 주민들의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중의 착각이다.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정책이라 하여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더구나 그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 일관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면 더욱더 받아들일 수 없다.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라

사드 배치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은 이미 상실되었다. 미국의 요구에 떠밀려 어떠한 설명도, 과정도 없이 온갖 왜곡과 거짓을 통해 배치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제3후보지를 공론화해 오히려 성주 성산포대가 최적지였다는 것이 졸속 결정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가 군사안보의 실효성 때문이 아니라 무조건 정해진 시한에 설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많은 김천시민이 “그렇게 안전하다면서 왜 성주에서 김천으로 옮기나”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나 님비현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간단치가 않다. 이런 논란과 혼란은 명백하게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 24일 오후 경북 김천시 거리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지웅 기자

박근혜 정부는 끝을 알 수 없는 사드 배치 폭탄 돌리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칠곡에서 성주로 다시 김천으로 이어지는 사드 배치 폭탄 돌리기에 TK 지역 여론은 벌집 쑤신 듯 들끓고 있다. 김천이 반대하면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지경이 된 마당에 어떤 지역이 순순히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겠는가. 사드 배치 폭탄 돌리기를 하면 할수록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 당위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 성주군민들이 생존권적 요구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의 이유를 알아갔듯이 김천시민들도 자신의 투쟁을 진화시켜나갈 것이다. 더구나 24일 북한의 SLBM 발사 성공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북한의 SLBM은 사드로도 요격이 힘들어 특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분석하였다. 사드 배치의 효용성과 그 근거가 더욱 약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론 절대 사드 배치 성공할 수 없다. 이제는 이 혼란을 일으킨 박근혜 정부가 수습해야 한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볼 때이다. 끝까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6일에는 성주와 김천뿐 아니라 전국 56곳에서 사드 배치 반대의 촛불이 타오른다고 한다. 이후 촛불이 100곳이 될지 200곳이 될지 모를 일이다.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다.


출처  [기고] TK에서 사드 반대할 줄 몰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