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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의혹 김진홍 목사, 22억 어디로 갔나?

횡령 의혹 김진홍 목사, 22억 어디로 갔나?
[분석] 2007년 대선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에 유입돼
[오마이뉴스] 글: 구영식, 편집: 장지혜 | 16.09.07 17:03 | 최종 업데이트 16.09.09 17:48


구리 두레교회는 김진홍 목사가 지난 1997년 경기도 구리시에 세운 교회다. 흔히 '두레교회'로 불린다. 1970년대 활빈교회를 세워 청계천 빈민선교 활동을 벌였던 김 목사는 지난 2007년 5,000명이 들어가는 예배당을 지을 정도로 두레교회를 크게 키웠다. 앞서 지난 2000년 <경향신문> 창간 55주년 때에는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 등과 함께 '경향이 뽑은 한국의 얼굴 5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만 70세가 되던 지난 2011년 11월 담임목사에서 물러났고, 두레장학회 1기생이었던 이문장 목사를 제2대 담임목사로 세웠다. 은퇴한 직후 동두천지역에 6만 평의 땅을 샀고, 두레수도원과 동두천 두레교회 등을 세웠다.

그런데 두레교회가 지난 2015년 5월께 교회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잔액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김 목사가 별도의 교회명의 계좌를 개설해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신망이 높았던 두레교회 설립자의 횡령 의혹은 그렇게 시작됐다.


2006-2007년 뉴라이트전국연합으로 3억8000만 원 흘러가

▲ 지난 2007년 11월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2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마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오른쪽)가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레교회의 한 관계자는 "김 목사가 교회명의 계좌를 임의로 개설했다"라며 "교회 통장 잔금을 확인하기 위해 교회명의 계좌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 그 존재를 모르던 통장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두레교회가 확인작업을 벌인 결과, 김 목사가 임의로 개설한 교회명의 계좌(3개)에 들고 나간 자금의 규모는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8년 6월까지 22억여 원에 이르렀다.

두레교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목사가 총 3개의 통장을 개설했는데, 한 통장에 20억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왔고, 나머지 두 개의 통장에 각각 1억5000만 원과 1억6000만 원이 들어왔다"라며 "이렇게 3개의 통장에 들어온 22억여 원은 그대로 나가서 현재 잔액은 없다"라고 전했다.

김 목사가 임의로 개설한 교회명의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레교회 쪽도 "김 목사가 그 계좌로 돈을 받았는데 돈을 준 사람이 교인인지 아닌지는 모른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김 목사가 교회명의 계좌를 통해 받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다. 이와 관련해 김 목사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13명의 두레교회 장로와 집사는 "약 2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사단법인 뉴라이트, 김 목사 개인과 기타 여러 계좌로 송금됐고, 한기운이라는 단체에 1억5000만 원, 어떤 특정인에게 1억6000만 원을 줬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김 목사가 교회자금으로 후원한 단체로 '사단법인 뉴라이트'와 '한기운'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사단법인 뉴라이트'는 김 목사가 지난 2005년 11월 출범시킨 뉴라이트전국연합을 가리킨다. 당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전향한 386운동권들이 주도한 자유주의연대와 함께 뉴라이트 운동의 양대 축이었다. 그는 뉴라이전국연합 상임의장과 고문을 지냈다.

지난 2007년 진보성향 시사 월간지 월간 <말>이 입수해 보도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후원계좌(사단법인 뉴라이트와 김진홍 목사 명의 계좌 두 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3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두레교회 명의로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입금된 자금은 3억8000만 원에 이르렀다. 입금 시기가 한나라당 대선 경선(이명박-박근혜) 시기와 맞물려 있어서 이 자금이 이명박 후보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1억5000만 원이 흘러갔다는 '한기운'은 한국기독교개혁운동을 가리킨다. 한기운은 한성진 목사(전 한국외대 민중연대대책위원장) 등 30-40대 초반 젊은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2005년 12월 출범했다. 학술적 연구모임을 지향하면서도 '기독교 뉴라이트'나 '기독교 사회책임'처럼 기독교 뉴라이트 운동을 내세웠다. '중도보수 기독교 단체'로 평가받기도 했다.

대표를 맡았던 한상진 목사는 "한기운의 정신은 (뉴라이트 단체의 연대기구인) 뉴라이트 네트워크의 정신과 거의 일치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기운은 지난 2007년 10월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공식 탈퇴했다. "이들(뉴라이트 네트워크)의 친일 논리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궤변이며, 뉴라이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탈퇴 이유였다. 김 목사는 한기운이 공식 출범하기 전에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한기운 쪽은 "김진홍 목사는 한기운이 아니라 한기운 준비위 대표로 있었고, 한기운이 출범한 2005년 12월에는 이미 김 목사와 결별한 상태였다"라며 "공식 출범한 한기운은 김 목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1억5000만 원이 들어온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한기운 쪽은 "2007년 친일문제로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탈퇴한 후 정치보다 교회의 자체 개혁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두레교회 측은 1억6000만 원을 받은 '특정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김 목사 개인 계좌와 '기타 여러 계좌'에 얼마의 자금이 입금됐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김 목사가 지난 2010년 11월 '중국·북한 선교비'로 가져간 2억4069만여 원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 수사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에 김진홍 목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 김진홍 목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두레교회 안에서는 김 목사의 교회자금 사적 유용 의혹을 두고 "이번에 김 목사의 실체가 드러났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레교회의 한 인사는 "성도들은 김 목사에게 다 속았다고 생각한다, 상처가 크다"라며 "김 목사가 교회를 이용해 정치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회를 이용해 돈을 받아서 사단법인 뉴라이트 등에 준 것 아닌가?"라며 "그것 때문에 성도들이 화가 났다"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우리는 그(김 목사가 임의로 개설한 교회명의) 통장 내용만을 가지고 고발했다"라며 "(그렇게 증거가 확실하므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목사 횡령 건은 이미 경찰에 정보 보고됐고, 국무총리실까지 다 알려졌다"라며 "정권 수뇌부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귀뜸했다.

한 변호사는 "김 목사가 교회 명의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돈을 준 사람에게는 '사기죄', 교회에는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의 사기·횡령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한편 두레교회 장로와 집사 13명은 지난 6월 김 목사를 횡령 혐의로 의정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발한 횡령 액수는 정확히 22억6565만여 원이다. 두 달간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김 목사를 내일(8일) 오후 2시에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6일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김 목사가 소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횡령 의혹 김진홍 목사, 22억 어디로 갔나?